‘자연’스러움을 찾아서 2 – 숲길에서 여름나기

2010.07.05 | 행사/교육/공지

봄이 잠깐 머물다가 간 자리에 뜨거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빽빽이 들어선 콘크리트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의 여름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참 바쁜 세상살이,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마음은 허전한 일상을 벗어나 생명의 기운을 찾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중에서도 숲길은 찾는 이들에게 평온함과 공존, 조화의 메시지를 선물합니다.

경북 울진군의 ‘금강소나무숲길’은 도심에서 몇 시간을 차로 꼬박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울진군은 강원도에 속해있었으나 1963년에 경상북도로 편입되어 아직도 강원도 산골 오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의도의 35배에 달하는 거대면적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묶여있고 이웃한 삼척과 더불어 남한에서 가장 많은 산양(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제217호)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험준한 암릉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산양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하늘이 내린 생태계 보고임과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척박한 애증의 땅이기도 합니다. ‘금강소나무숲길’에는 상상하듯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는 볼 수 없습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조림된 소나무길’ 대신 제멋대로 여기저기 뻗은 금강송과 잎갈나무, 노랑무늬붓꽃, 산양, 삵, 수달 등 다 나열할 수도 없는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바다와 내륙을 연결했던 이 길은 지역에서는 십이령길, 또는 보부상 길로 통합니다. 죽변의 해산물을 짊어지고 며칠을 걸어 내륙과 물물교환을 하던 그야말로 민초들의 삶과 이야기 거리가 그대로 녹아있는 곳입니다. 특히, 보부상의 무사안일을 기원했던 크고 작은 성황당은 오로지 짚신 신은 두발에 의지해 자연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자신을 맡겼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합니다. 고된 몸을 막걸리에 적셔가며 시끌벅적 활기찼던 상인들이지만, 온 마음으로 안녕을 염원하며, 길 위에 겸손히 나를 낮추어 넘었을 것입니다.

‘금강소나무숲길’ 전체 4구간(70km) 중에서 가장 핵심구간인 제1구간 13.5km가 단장을 마치고, 세상에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본계획 단계부터 지역의 NGO와 주민들이 참여해 생각과 뜻을 모아 주변 바위와 자연물들을 이용해 위험부분만을 정비하고 옛길과 임도를 그대로 이용해 길을 조성했습니다. 이질적인 시설물을 전혀 들이지 않고, 중장비 도움 없이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시공되었는지 발견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 구간은 철저한 [예약탐방제]로 운영됩니다. 하루 80명으로 제한하며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통제됩니다. 고작 13.5km 개통하며 뭐 이렇게 복잡한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이용이 적절한 운영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욕심 앞에 오지는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미개한 땅이며 투자 대상일 뿐이지만, 주민들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에 걷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온 옛 사람들이 이야기와 발자취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유산이며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가족과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숲에 들어보세요.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소통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기운을 느껴보세요.

함께 해볼까요?!

    • 걷는 사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따로 정비되지 않았다. 호젓한 오솔길이 아니니 마음의 준비를 하자. (옛길을 복원하고 임도를 그대로 이용한 난이도 중상의 길이다)
  • 인터넷 또는 전화를 통해 예약 한다. www.uljintrail.or.kr (하루 전날 와서 숙박하지 않으면 걷기 힘들기 때문에 마을 민박 등 충분한 정보를 얻자)
  •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시작점과 끝점이 달라 차량을 옮기려면 기사가 있어야 함)
  •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읍내에서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음)
  • 길을 허락하신 주민들게 감사한 마음을 갖자. (인사를 잘하자)
  •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므로 출발 전 화장실을 가자. (약 6시간 소요)
  • 휴대폰이 되지 않으니 연락할 사람은 미리 하자. (꺼두지 않으면 배터리 소모가 엄청나다)
  • 숲해설사 동행 없는 탐방은 되지 않으니 자유를 달라며 떼쓰지 말자.
  • 기타 더 자세한 사항은 안내센터로 문의하자. (TEL : 070-7718-2999)

글 : 배제선 (녹색연합 조직국)
일러스트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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