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정도는 아무 것도 사지 말아요

2010.11.10 | 행사/교육/공지

헉. 아무 것도 사지 말자구요? 무슨 이런 황당한 말을 하는 걸까 싶은가요? 뭘 사지 않고도 살 수 있냐구요? 네. 쌀도, 두부도, 배추도 몽땅 사야만 하는 우리에게 뭘 사지 말라는 건 곧 살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쌀과 두부 같은 먹을거리 말고 우리가 보통 물건이라 부르는 것들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옷장 속을 가득 채운 옷들(이상한 건 그래도 입을 옷이 없다는 거죠?), 서랍 속 각종 문구들, 유행에 떨어져 바꾼 핸드폰(이건 공짜로!), 솜씨 없는 나를 요리사로 만들어줄 것 같아 사들인 다양한 조리도구들(그러나 싱크대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잠만 자는) 등등. 정말 필요해서 산 물건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저 뭔가 사고 싶었던 마음에 속아서 사게 된 물건들이 사실 훨씬 많지요. 그 물건들 모두가 지구의 유한한 자원과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데, 과연 제대로 쓰이고 제 수명만큼 쓰이고 있긴 한 걸까요? 사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세일이나 묶음판매에 마음이 흔들려 냉장고를 채웠다면, 알뜰히 다 먹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어쩌면 ‘필요’라는 생각조차도, 진짜가 아닐 수도 있지요.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를 ‘사라’고 주문을 외우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눈뜨고 귀만 열면 사방에서 계속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능, 거기다 저렴한 가격까지 덤으로 얹어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요. 이런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지요. 그저 세상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흘러가게 하고 싶지 않다면,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 가격이 정말 공정한 가격일까? 그 가격을 위해 누군가의 노동이 희생되고 있는 건, 어딘가의 자원이 파헤쳐지고 있는 건 아닐까? 버려졌을 때 환경에 해를 끼치진 않을까?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고작 이 물건을 갖기 위한 것이었을까? 물건을 사기 위해 쓰는 돈을,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에 쓸 수는 없었을까? 물론 날마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제안합니다.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아무것도 사지 말아봅시다.

11월 26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입니다. 92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함께 벌이는 캠페인입니다. 삶을 통째로 소비에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이 자신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생각해보는 날이지요.

<함께 해볼까요?!>

  1. 일단 하루 동안 아무것도 사지 말아보세요. 큰일 생기지 않지요? 이런 날을 하루하루 늘려보세요.
  2. 갖고 싶은 물건의 목록보다는 가진 물건의 목록을 먼저 만들어보세요. 가진 게 참 많지요?
  3. 뭔가 사야 할 때는 물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버릴 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생협이나 공정무역을 통해 판매되는 물건이라면 일단 안심할 수 있어요.

“무언가를 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참고 기다리십시오. 그것이 작은 것이라면 몇 분을 기다리고, 큰 것이라면 며칠을 기다리십시오. 그러면 아마도 더는 그것을 원하지 않게 될 겁니다. 그리고 돈이 들지 않고 어떤 자원도 사용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산책을 하거나, (살충제·화학비료 말고 거름 같은 유기농 비료를 뿌리는) 정원을 꾸민다거나,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만들거나, 요리를 하세요. 주위를 둘러보고 사랑을 하세요. 부처님 말씀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굿바이 쇼핑』주디스 러바인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일러스트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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