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수난, 올 겨울은 제발 무사히

2011.02.08 | 행사/교육/공지

1970년대까지, 폭설이 내리고 나면 많은 수의 산양이 식용으로 포획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1964~65년의 폭설이후 영동지방에서는 3,000마리로 추정되는 산양이 집단으로 포획되었습니다. 눈이 오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산양이 사람들에게 쉽게 잡혀버린 것이지요. 그 후 매년 벌어지는 겨울철 밀렵으로 말미암아 강원도 백두대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산양이 급감했고, 식용 목적의 산양 포획이 너무 심해 1968년 사향노루와 함께 산양은 젖먹이동물로는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7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산양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중대형 포유류에 속합니다.

산양이 이러했는데 호랑이는 곰은, 표범은 어땠을 까요?
표범은 고양이과 동물 중 가장 넓게 분포하는 종입니다. 이는 그만큼 적응력이 뛰어남을 의미 합니다. 한국의 표범은 과거에는 상당히 흔했던 종으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무분별한 포획으로 절멸에 이르렀습니다. 식민지 국가의 야생동물을 잡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을 이유도 없었을 테지만 문제는 해방 이후에도 야생동물이 정부의 묵인 하에 포획되었다는 것입니다. 1962년 덕유산에서의 확인이 국내에서 표범에 대한 마지막 기록입니다.

21세기에 밀렵 이야기요?
겨울 철, 추위와 배고픔만이 야생동물을 떨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산 곳곳에 살던 야생동물은 겨울철이면 먹이와 물을 찾아 산 아래쪽으로 내려오곤 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에 발견되곤 하는 밀렵도구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으로 빼앗아 갑니다.
지난 2009년 여름, 한국 최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울진 왕피천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을 발견했습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구역에서 올무가 발견된 것이지요. 산양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 주변에서 여러 개의 올무를 수거했음은 물론입니다. 기억 하시나요? 지난 가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죽었다는 얘기를요. 겨울철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에는 여전히 올무가 존재 합니다. 추운겨울 먹을 것과 물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는 야생동물을 잡기 위한 것들이지요.

야생동물이 올무에 걸리면, 살아남으려는 생명의 본성이 발버둥을 치게 만들지만 오히려 이것이 야생동물의 숨통을 더욱 조입니다. 올무에 죽은 산양의 사체가 발견된 곳 주변의 나무들은 산양이 발버둥 치며 만든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올무는 상황을 가리지 않습니다. 멧돼지도 고라니도, 멸종위기종 산양도, 담비도 예외가 없습니다. 올무는 짐승을 가려잡지도 않습니다.

아직도 국립공원 인근, 한적한 시골 야산 인근에는 올무가 놓여 있습니다. 산을 내려와 경작지를 헤집는 고라니나 멧돼지를 잡으려는 농민들이 쳐놓은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깊은 골짜기의 상당한 올무는 여전히 야생동물의 털이나 쓸개 따위를 건강식품으로 내다 팔기 위한 것들입니다. 오소리의 쓸개, 담비의 털, 사향노루의 사향, 산양의 뿔, 화려한 깃을 가진 새들의 박제. 여전히 야생동물의 생명과 어떤 것들이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올무가 저 멀리 낯선 곳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잡은 짐승을 먹고 사는 이들이 대단히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이것부터가 이번 겨울에도 추위가 아니라 올무에 떠는 야생동물을 지키는 처음의 생각입니다.

글 : 배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일러스트 : 박지희 (녹색연합 회원)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