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몇 가지 방법

2004.07.10 | 행사/교육/공지

올해 여든 셋을 맞은 우리 할머니는 밥 반 공기를 된장과 무친 나물과 함께 조금 드신다. 고기도 굽고, 전도 부치고, 국을 끓여 푸짐한 상을 차려도 “나는 맛만 보면 된다” 하시며 한 점씩만 맛보고 된장을 찾으신다. 요즘엔 기운을 많이 잃으셨지만 몇 해전까지만 해도 산에서 지게 한 짐 가득 나무를 지고 가뿐하게 내려 오셨고, 저물도록 밭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다시 콩을 까고, 고추를 고르는 일까지 하셨다. 그러다 소쩍새가 구슬프게 우는 늦은 밤이면 조선시대 임금들의 이야기를 쓴 ‘한양가’라는 책을 소리내어 읽으셨다. 방구들이 꺼져라 뛰면서 깔깔대던 우리 형제들도 그쯤이면 슬그머니 책을 꺼내 바닥에 배를 깔고 따라 읽곤 했다. 식당을 찾아다니며 온갖 좋은 음식을 골라 먹으면서도 힘 쓰는 일이라면 통 자신 없는 나는 할머니와는 참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게다. 적게 드시니 음식도 으레 적게 만들고, 혹시 남았더라도 집에서 키우는 소나 개를 주면 그만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할머니랑 좋아하는 음식과 체질이 비슷하니까 여든까지는 거뜬하게 살 것 같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사람이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이 할머니가 살아온 환경보다 더 나은 것 같냐고 되물었다.

“할머니 세대는 전쟁이다, 정치 혼란기다, 어렵고 굶주린 시기였지만 우리는 물과 음식, 공기까지 너무 오염이 많은 세상이라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오래 살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먹을거리가 참 많기도 많다. 오염된 먹을거리도 많지만 역한 냄새를 풍기며 거리에 나와 앉아 있는 음식물쓰레기 역시 참 많기도 많다.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식당에 들어서면 나는 약간 긴장이 된다. 조미료를 넣는 곳인지, 음식을 너무 짜게 하는 건 아닌지 좀 걱정스럽다. 싱겁게 요리를 해 달라고 미리 부탁하기도 하고, 밥 양이 많으면 같이 간 사람들에게 얼른 덜어주기도 한다. 제일 곤란한 때는 먹고 난 뒤 나오는 음료수다. 종이컵에 사람 수대로 커피를 뽑아 와서는 마시라고 권하는 주인을 바라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후식으로 음료수가 나오는지를 미리 물어볼 생각도 못했고, 그렇다고 억지로 몸에 맞지 않는 커피나 수정과를 마셔야 하나 참 고민이 된다. 내 선택에 따라 먹을거리가 되느냐, 쓰레기 신세가 되느냐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법

1. 식당
주문하기 전에 메뉴판을 꼼꼼히 살핀 뒤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해주자. 그리고, 먹지 않을 음식은 미리 반납하고, 남은 음식이 담긴 그릇에 이물질을 버리지 않아야 음식물찌꺼기를 재활용하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먹지 않을 후식은 미리 사양하고,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가져간다. 남기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니 말이다.

2. 집
많은 손님을 초대할 때는 먹을만큼만 덜어 먹는 뷔페식이 좋다. 손님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고, 주인은 번거롭지 않다. 또, 남은 음식을 깨끗하게 다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가족들이 식사를 할 때는 작은 그릇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식이 푸짐한 것 같이 보이고, 남은 것 없이 말끔히 먹을 수 있다.

3. 장보기
메뉴와 사람 수를 생각해서 며칠 안에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산다. 김장 같이 오래 저장할 발효식품을 만들 때가 아니라면 한번에 많이 사는 것은 신선도에서도 좋지 않다. 배가 부를 때 장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저것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4. 요리
감자나 고구마, 무, 당근 같은 재료는 껍질에도 영양분이 많으니 잘 씻어서 그대로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요리할 때 양념을 적게 넣는다. 콩나물국에는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깍두기는 새우젓갈과 고춧가루만 넣어 만든다. 양념을 적게 쓰면 맛도 담백하고 음식이 남아 다른 요리로 만들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콩나물국이 남으면 건더기를 모아 고춧가루만 넣어서 무쳐 먹을 수 있고, 국물은 찌개 육수로 쓰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5. 버리기
알뜰하게 먹고도 버려야할 음식찌꺼기가 생기면 물기를 없앤 뒤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그대로 남는다. 비닐봉투에 담아서 다시 쓰레기봉투에 넣는 집들이 많은데, 음식물봉투는 썩는 비닐로 만들어졌지만 일회용 비닐봉투는 잘 썩지 않는 재질이라 다시 공해를 만드는 일이 된다.

6. 기증
음식점이나 행사를 하고 난 뒤 많은 음식이 남았을 때는 푸드뱅크에 기증한다. 기증한 식품을 모으는 식품은행인 푸드뱅크는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나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과 무료급식소, 노숙자쉼터나 복지시설 같은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국번없이 1377번을 누르면 지역에서 가까운 푸드뱅크와 연결된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곳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www.foodwaste.or.kr
한국불교환경교육원 www.zerowaste.or.kr
푸드뱅크 www.foodbank1377.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