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줄이는 즐거운 습관

2004.07.10 | 행사/교육/공지

그 해 봄, 우리는 강원도 어느 골짜기를 오르고 있었다. 산 굽이굽이마다 산림보호를 위해 뚫어 놓은 임도를 따라 허위허위 오르다보면 어김없이 우뚝 서 있는 송전탑을 만날 수 있었다. 동네 어귀마다 골목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낮은 전봇대가 아니라 백 미터나 되는 철골 구조물이 산꼭대기 아름다운 풍경을 지배하듯, 동네의 기운을 억누르듯 그렇게 서 있었다.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누르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명산 꼭대기마다 쇠말뚝을 박았다며 어느 단체에서 이것을 뽑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쇠말뚝을 박고 있는 꼴이었다. 문제는 그 뿐 아니었다.

백 미터나 되는 철골을 세우기 위해서 비탈진 산을 깎고 길을 내는 바람에 여름날 산사태로 흙더미가 쏟아져 집이 부서진 집, 조상의 무덤이 휩쓸려 간 집, 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송전탑 때문에 농사짓기도 어려운 집들이 수없이 많았고, 765kV나 되는 전기가 흐르는 송전선이 연결되면 그곳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송아지를 기형으로 태어나게 하는지,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어느 책임자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송전선이 이어지는 바로 아래는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 뭐라 얘기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순하디 순한 어르신들이 살고 있었다. 울진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끌어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들이, 들판이 다치고 있었다. 도시의 삶이 이렇게나 많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당연한 진실 앞에 우리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열흘의 순례가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우리들은 먼저 우리 삶을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도시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기 시작했다. 한 등을 켤 때마다 전기가 얼마만큼 소비되는지 늘 확인할 수 있도록 스위치마다 전기량을 다 적었다. 잘 몰라서 다른 등을 다 켜 본 뒤에야 원하는 등에 불을 밝히는 일이 없도록 스위치마다 등의 위치도 함께 적었다. 그리고, 전구는 꼭 필요한 자리에 하나씩만 달고, 필요한 곳에만 등을 켤 수 있도록 개별 스위치를 달았다. 빛이 들어오는 창가쪽은 낮이면 전등을 꺼 두었다.

겨울이면 아침에 잠깐 보일러를 올린 뒤 일정 온도가 되면 버튼을 내리고, 전기를 많이 먹는 전기난로나 다른 난방기기는 일체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복을 든든하게 입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하는 법, 약간 추울 때가 정신도 맑다고 했다. 내복을 입으면 실내 온도를 1~2도 정도 낮추어도 괜찮다. 그리고,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집을 바퀴벌레 역시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바퀴벌레가 도시에는 유독 많고, 천식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옥상에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서 전기를 많이 쓰는 2층에서는 이 태양열로 만든 전기를 쓰고, 남는 에너지는 다른 층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바쁜 걸음으로 퇴근하다 혹 잊을까 싶어 일일 당직자가 마지막으로 퇴근하면서 전기와 보일러, 수도, 문단속을 꼼꼼히 한 뒤 문을 잠그고 퇴근한다.

수도요금, 전화와 휴대전화요금, 인터넷 이용료,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내역서…. 달마다 꼬박꼬박 도착하는 여러 영수증은 늘어만 간다. 도시 삶을 즐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달마다 청구서를 보고 가슴 철렁할 필요 없이 전기요금을 줄이는 즐거운 습관, 그 방법을 알아보자.

1. 대기전력을 줄인다.
사무기기나 가전기기를 실제 쓰지 않고 대기상태로 전원에 연결만 되어 있어도 전기가 흐르는 ꡐ대기전력ꡑ. 복사기, 팩시밀리 같은 사무기기는 근무시간 내내 켜 있지만 사용시간은 많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자주 쓰지 않으면서도 늘 플러그를 꽂아두는 비디오, 오디오, DVD플레이어, 휴대전화 충전기, 디지털카메라 같은 충전기에서도 대기전력이 새고 있다. 이것을 줄이는 아주 간단한 방법, 플러그를 뽑자. 콘센트를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서 쓰지 않는 플러그는 잘 뽑을 수 있도록 한다. 플러그 뽑기 힘든 위치에 있다면 절전형 제품이나 전원이 차단되는 제품을 따로 달자. 스위치가 따로 달려 있는 것이나 쓰지 않으면 수십 초 뒤에 스스로 전기가 꺼지는 절전형 멀티탭을 쓰면 손쉽게 줄일 수 있다.

2. 창문을 단속한다.
방으로 들어오는 열의 20~30%, 방에서 나가는 열의 약 10%가 창과 문으로 들어오고 새어나간다. 창문을 이중창으로 하거나 차양이나 블라인드, 발을 달면 15% 정도 냉난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커튼도 좋지만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외부의 더운 열기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렵다. 차양은 바깥에 다는 것이 좋은데, 창 외부에 달면 열 흡수가 75% 정도 줄어들고, 내부에 달면 35% 정도만 막아 주기 때문이다. 창문은 이중창이나 복층 유리로 하고, 틈새 바람을 막는다. 창문을 새로 수리할 때 바깥에 창 하나를 더 달자. 창문이 낡아 새로 바꿀 때는 복층 유리로 하고, 겨울철에는 문풍지를 붙인다. 실내를 밝은 색으로 꾸미는 것도 좋은 방법. 어두운 색은 광선을 흡수하나 밝은 색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같은 밝기의 조명으로도 실내가 더 밝아진다. 창에서 마주보는 벽이 밝은 것이 더 효과가 있다.

3. 난방기구는 창을 등지도록 한다.
난방기구를 창쪽에서 떨어진 안쪽에다 놓으면 창쪽은 항상 차갑고, 안쪽은 항상 온도가 높아 난방효과가 떨어진다. 냉기가 들어오는 위치에 난방기구가 창을 등지도록 설치하면 온기가 냉기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이 좋아 난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난방기구는 높은 곳보다 사람이 앉아있는 높이로 설치하면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온도가 높아 훨씬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또, 겨울에는 내복과 실내옷을 입은 상태에서 실내온도를 18~20℃ 정도로 맞춰 놓는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보온에 좋은데, 옷을 껴입으면 속옷차림보다 6~7℃ 정도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다.

4. 피크타임을 피해서 전기를 쓴다.
다림질할 옷이 있다면 집집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오후 2~3시나 밤 10시 무렵은 피하자. 인터넷이나 전자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무더위가 한창일 때, 전국의 에어컨들이 열심히 돌아가는 시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대전력수요를 예측하는데, 해마다 정부에서는 전력수요문제를 얘기하면서 절약보다는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에어컨 온도를 1도만 올려도 84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아낄 수 있어 발전소 1기를 짓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 절약에 관한 자료가 있는 곳
에너지시민연대 02-733-2022, www.100.or.kr
에너지관리공단 www.kem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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