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과 더불어 살기

2004.07.28 | 행사/교육/공지

“일어나자마자 눈곱을 떼어 주는 일부터 이 닦아주기, 옷 입히기, 밥도 줘야지…. 저도 밥 먹고 외출하려면 바쁜데 개들 때문에 정말 정신없어요. 그뿐인가요? 틈날 때마다 목욕시키기, 발톱 깎아주기, 엉덩이 기름도 짜 줘야지, 귀 청소도 해 줘야지, 산책과 운동도 시켜줘야지요. 개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져서 주인이 정말 부지런해져야 해요.”

서울 신림동에서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 김지혜 씨. 지혜 씨의 아침은 늘 이렇게 분주하다. 처음엔 사람들이 먹는 음식 찌꺼기를 주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틈에서 살면서 면역력과 소화기능이 약해진 개들이 먹자마자 번번이 토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개 전용사료를 먹이고 있다. 오염물질이 많으니 털도 뻣뻣하고, 피부병이 많아 털을 홀랑 깎고 강아지 옷을 사 입혔다. 사람도 머리를 너무 짧게 자르거나 맘에 들지 않게 자르면 며칠동안 모자를 쓰고 다니듯 개털도 함부로 깎으면 한동안 수치심을 느끼고 며칠동안 불안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방에만 있으니 다리근육도 약해지고 늘 시름시름 앓는다. 동물이 좋아서 키우는 것이지만 함께 산다는 것보다 사람들의 위안거리, 만족을 위해 동물들이 희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애완동물용품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고, 그나마 대부분이 외제다. 가끔 동물병원에 가면 약을 먹여라, 멋있어 보이게 귀를 잘라줘라, 발정기가 오기 전에 수술해 버려라 그렇게 안 하면 병이 난다고 자꾸 유도를 한다. 키운 지 8년이 되었건만 아직 수컷과 암컷이 만난 적도 없다.

주인을 잘 따르는 애완동물을 기르면 아이들 정서에도 좋고, 적적한 노인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기르기에 앞서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인가,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가, 안전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뛰놀게 할 수 있는가, 아플 때마다 건강관리를 해 줄 수 있는가,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시킬 여유와 마음의 준비, 책임지는 자세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동물을 키우고 돌보는 일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동물은 일회용 장난감이 아니고, 귀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편리가 아닌 동물들의 눈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을 옮겨 심을 때도 흙과 함께 옮겨 심어야 탈이 없듯 동물 역시 울창한 숲에서 살았는지,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지 살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 동물을 존중하고 좋아한다면 그들을 야생의 상태로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 예쁜 옷을 입고 털을 다듬은 녀석들보다 야생의 기운과 형형한 눈빛을 가진 동물들이 훨씬 더 생기있고 멋있다. 모든 생명은 제자리에 있을 때 더 아름답다.

1. 국산 애완동물을 선택한다.
남들이 키우지 않는 특이한 애완동물이나 곤충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거북이나 뱀, 도마뱀 같은 파충류도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그저 색깔과 모양이 예뻐서가 아니라 어느 깊은 밀림에서 함부로 잡아들인 것은 아닌지, 불법으로 수입된 것은 아닌지, 우리 땅에서도 적응하고 살 수 있는 종인지 잘 알아야 한다. 비싼 돈을 들여 희귀동물을 사 들였지만 늘 갇혀 지내며 제 자식도 낳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내 욕심 때문에 한 종이 멸종되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갇혀 지내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리고, 자칫 끝까지 관리하지 못하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예쁠 땐 애지중지 하다가 병들거나 늙으면 버려도 되는 하찮은 생명은 없다. 버려진 동물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연못의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뉴스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2. 건강한 먹을거리를 준다.
애완동물 사료는 대부분 수입한 고가의 제품들이 많다. 그러나 내용물은 농약과 비료, 유전자조작 식품 같이 사람들의 먹을거리만큼 오염된 것들이 많다. 동물사료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종종 있으니, 먹이 주기 편한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는지, 동물에게 먹여도 해가 없는지 성분을 확인한다.  

3. 냄새 없애기
동물이 사는 방이나 거실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날 때는 녹차로 우려낸 물로 걸레를 빨아서 닦으면 말끔히 사라진다. 값싼 녹차를 싸서 여러 번 우려내면서 빨면 된다. 또, 애완동물이 사는 집 근처에 숯을 두면 냄새도 없애고, 진드기도 막을 수 있다. 과산화수소 1리터 정도에 베이킹소다와 물비누를 각각 한 컵씩 넣고 잘 섞어 분무기로 뿌린 뒤 따뜻한 물로 헹구면 지독한 냄새가 사라진다. 살충제가 들어 있는 애완동물용 샴푸 역시 사람들의 세제처럼 해롭다. 목욕시킬 때는 물에 잘 녹는 환경세제를 물통에 풀어 간단하게 씻기고 헹구면 된다.

4. 분양하기
함께 외출할 때는 똥을 치우는 비닐이나 신문지를 가지고 나가서 치워주어야 한다. 놀이터에 그대로 묻어버리면 동네 아이들이 놀다가 병균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 기르던 개가 강아지를 낳았는데 길러줄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 동네 가까운 곳에 혼자 사는 노인 댁을 찾아보자.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동사무소에서는 더 이상 기르기 어려워진 강아지를 혼자 사는 적적한 노인들에게 분양해 드리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동사무소나 슈퍼를 돌면 혼자 사는 분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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