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휴가를 떠나요~!

2004.07.28 | 행사/교육/공지

집 떠난 여행길에서는 언제나 이런 크고 작은 배움와 깨달음이 저만치에서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왜 떠나려고 하는가? 무엇을 얻기 위해 떠나는가?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비우고 어떤 것을 채워올 것인가 하는 내 마음의 여유다. 먹고 마시고 소비만 즐기는 여행에서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면 자연의 품속에 들어 관찰하고 배우는 생태기행, 생태휴가로 눈을 돌려보시라.

들꽃, 갯벌생물, 민물고기, 동굴, 자연사 유적, 나무와 숲, 자연늪, 약초, 이끼와 버섯 같은 특정한 주제를 정해 찾아가는 여행도 좋고, 한 지역을 정해 놓고 그 곳의 자연생태계를 두루두루 돌아보는 지역여행도 좋다. 가족여행이라면 봄에는 봄꽃 기행, 여름엔 갯벌 기행, 가을엔 곤충기행, 겨울엔 철새 탐조도 좋고, 농촌민박 여행도 좋다.
갈수록 빈집이 늘어가는 농촌에서 부족한 일손도 돕고, 넉넉한 시골 인심도 배울 수 있는 여행이라면 더없이 좋겠다. 고구마 캐기, 버섯 따기, 메주 만들기, 칡 캐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같이 아이들에게 시골의 일과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 계획짜기
여행이 즐거운 건 준비하면서 갖는 기대와 설레임, 돌아와서 오래도록 남은 여운 때문이 아닐까? 지도를 펴놓고, 주제에 맞는 책을 읽으면서 좀 여유있게 준비하면 더 흥미롭고 풍부한 여행길이 된다. 풍경이 좋은 곳만 찾는 것보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개발의 손길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을 직접 보는 것도 좋겠다. 산불지역이나 산사태가 난 지역, 쓰레기 매립지, 정수장, 수해지역 같은 곳에서 자연의 위력과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는 산 교육도 좋다. 유기농 생산지 견학도 좋겠다.

․ 사전학습
알찬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관찰주제와 탐방지, 휴가지역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거나 강좌와 세미나 참가, 신문이나 잡지 읽기, 비디오 함께 보기 같은 방법으로 여행할 사람들끼리 미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환경부나 연구소, 환경단체 같은 인터넷을 미리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도 계획단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하자. 여행지를 안내하는 분이 있더라도 그 곳에 얽힌 전설과 자연에 대해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겠다. 여행길은 정말 아는만큼 보인다.  

․ 미리 알아 둘 것
나를 위해 자연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자연생태계 속에 내가 서 있다. 자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가 가장 좋은 상태다. 곤충이나 새, 물고기들의 산란기간은 피하자. 산불은 식물뿐 아니라 산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물을 죽이는 일이니 불씨를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흔하디 흔한 종이라도 희귀종이나 위기종을 대하듯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 사람이 모두 귀한 존재듯 식물과 곤충,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귀화 동식물이라고 함부로 업신여기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꽃이나 곤충을 집으로 가져오려고 애쓰지 말자. 다만 꽃씨를 받거나 낙엽을 몇 장 주워 오는 정도라면 괜찮다.
물고기를 손으로 만지면 상처를 주고, 사람의 체온이 뜨거워 그들을 놀라게 하니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독나방, 거머리, 뱀, 독버섯, 벌 같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거나 혐오스럽다고 함부로 죽이거나 미워하지 말라. 새나 동물에게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주는 친절도 좋지 않다. 농약이나 각종 첨가물이 든 음식이 도리어 해를 주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길들면 야생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 준비물
여행 일정과 주제에 따라 준비물의 양이 다르지만 생태기행이나 생태휴가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도감과 지도다.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에 따라 주제에 맞는 도감이 꼭 필요하고, 동물의 이름과 식물의 효능을 알면 더 흥미진진해지는 법. 지도는 발행연도를 확인해서 가장 최근의 것이 좋다. 크고 무거우면 탐방지가 나온 부분만 복사해서 가면 간편하다. 생태지도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므로 지도에다 직접 그려서 모으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기록장과 때에 따라 스케치북을 가져가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에 따라 망원경이나 쌍안경, 장갑, 돋보기, 줄자, 카메라도 아주 필요한 것들이다.  

․ 교통, 식사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시간과 비용면에서 낫다. 자가용을 가지고 갔더라도 정해진 주차장에나 탐방지에서 가능한 먼 곳에 주차해서 차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줄인다. 가까운 곳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버스나 열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가족여행도 새로운 친밀감을 느끼게 해 준다. 차를 갈아타면서 걷고 기다리는 시간도 여정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한껏 여유를 부려 보자. 식사는 지역의 맛을 즐길 수 있고, 지역 경제에 도움되는 곳을 찾아서 먹는다. 냄새를 풍기며 고기를 구워대는 야외식사보다는 집에서 가볍게 준비한 도시락이 좋겠다. 너무 많은 간식도 쓰레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생태휴가를 떠나는 날은 가족들이 군것질, 커피, 담배 같은 익숙한 것들에게서 벗어나는 날로 정해서 즐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관찰
길을 걷다 만난 풀꽃, 나무, 곤충, 새를 지도에 표시해 놓으면 그 지역의 자연생태에 대해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감을 가지고 천천히 이름알기부터 시작하면 재미가 더해진다. 자연체험과 자연을 이용한 놀이를 연구해 보고, 동식물의 처지에서 인간에게 보내는 생태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 가뭄, 태풍, 황사, 지구온난화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 원인과 그것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 해 본다. 농촌의 일손돕기라면 농작물의 이름과 성장과정을 여쭈어 보고, 곡식 한 알을 얻기 위해 농부들의 손길이 얼마나 미쳐야 하는지, 이런 여러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 돌아와 할 일
휴가에서 돌아와서는 같이 간 사람들과 소감을 나누거나 공부를 보충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기행문을 쓰거나 사진을 곁들인 자료집을 만들기, 그곳에 관한 신문스크랩을 하는 것도 여운을 즐기는 데 더없이 좋다. 미처 몰랐던 것들,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 두면 다음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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