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숨통, 하늘정원 가꾸기

2004.09.13 | 행사/교육/공지

점심을 먹고 휴식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올라와선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연둣빛 등나무 잎이 하늘거리는 그늘 아래는 무척 시원하고 운치 있어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에 은근히 시샘이 났다.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 내려가자 이번엔 서류를 든 사람들이 와서는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을 했다. 바닥에 깔린 듯이 낮게 자라는 소박한 꽃들과 키 작은 나무들, 작은 연못을 휘젓는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어느 한적한 공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곳은 한겨레신문사 옥상, 9층 높이에 마련된 하늘정원이다.
일에 지친 기자들이 머리를 식힐 겸 올라오기도 하고, 신문에 실릴 사진의 배경으로 담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주위는 온통 아파트 숲과 주택가들이 콩나물처럼 들어서 있는데 이 높은 곳만이 유일한 초록공간, 도심 속의 작은 섬 같다. 여느 건물들처럼 각종 시설들이 들어앉아 있고, 한때 주차공간으로도 썼던 옥상,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건물에 마땅한 휴게실 하나 꾸밀 수 없던 터라 생태건축을 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옥상공원을 꾸미기로 결정한 것이다.

화산석과 인공토양을 깔고 둥근 소나무, 백자작나무, 왕벚나무, 눈주목 같은 나무와 ꡐ향기가 백 리를 간다ꡑ는 섬백리향과 땅채송화, 한라구절초, 산철쭉, 술패랭이 같은 꽃들을 심었다. 열 평 남짓한 인공연못과 물길을 만들고 물풀을 심어 피라미와 각시붕어 같은 토종 민물고기들의 보금자리도 만들었다. 전체 180평 가운데 60여 평은 우레탄으로 방수 처리된 콘크리트 바닥 위에 방부처리된 자연목을 깔아 딱딱한 철골구조물의 이미지를 없앴다. 답답한 사무실에 외로이 자라는 화분 속 식물보다 넓고 푸른 하늘정원이 일의 피로를 없애주는 데는 제격이었다.

마당이 없어 초록을 즐길 수 없는 집이라면 일 년 열두 달 텅 비어 있는 옥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나무그늘이 있는 너른 공간도 좋지만 작은 식물이 넝쿨손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이라도 좋다. 옥상정원은 여름에는 건물로 쏟아지는 뜨거운 열기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건물 안의 따뜻한 공기를 감싸주는 구실을 한다. 또, 지표면에서 더워진 공기가 올라가 만드는 도시 열섬현상도 줄여 주고, 밤까지 계속되는 열기로 잠 못 이루는 열대야 현상도 줄일 수 있다.
도시의 땅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모두 포장되는 바람에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도시 생태계는 점점 메마르고 또, 빗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낮은 지역이나 지하상가가 해마다 물에 잠기는 도시 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 연구원의 실험 결과 10cm 두께의 흙으로 덮인 옥상정원은 흙이 지닌 흡수능력과 증발량 때문에 내리는 빗물의 70%를 머금었다가 천천히 흘려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적게 내리는 날은 옥상정원에서 빗물을 머금었다가 다시 공중으로 증발시키므로 자연스럽게 물 순환이 이루어진다.

그 뿐 아니다. 식물들이 이산화탄소, 질소화합물, 벤젠, 분진 같은 중금속을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 4m 나무가 일 년간 흡수하는 질소화합물은 약 108g인데, 자동차가 1km 달릴 때 약 0.25kg을 내뿜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면 432km 주행분량이나 되는 질소화합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또, 갈 곳 잃은 새와 벌레, 곤충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고, 옥상의 흙이 소리파장을 흡수하여 소음도 줄여 준다. 또, 산성비와 자외선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옥상은 특수한 공간이니 만큼 배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옥상정원 만들기
1. 건물의 하중을 줄여야 한다.
건물이 견딜 수 있는 무게, 적재 하중을 고려해야 건물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경량토나 인공토양, 특수매트 같은 가벼운 옥상정원용 자재를 쓰는 게 좋다. 생태건축업체나 옥상녹화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또, 햇볕이 여러 날 내리쬘 때는 건조하기 쉽고, 장마철을 대비하여 물 흐름과 물 빠짐에도 신경 쓰고, 방수처리도 잘 해야 한다.

2. 키 작은 나무를 심는다.
햇볕이 많이 들고 빗물이 골고루 내린다는 것, 외부로부터 잡초 같은 씨앗이 날아 들 가능성이 적어 정원을 가꾸기엔 좋지만 고층일수록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키 작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흙이 얕으니 뿌리가 많이 내리는 식물은 좋지 않고,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것, 강한 햇볕과 바람에도 잘 견디는 나무가 좋다. 또, 천천히 자라고 관리가 쉬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오래도록 초록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남천나무, 마취목, 꽝꽝나무, 섬쥐똥나무, 팔손이나무, 털가시나무, 늦동백나무, 참가시나무, 은목서, 섬잣나무, 목백일홍, 홍단풍, 목련, 원귤나무, 유자나무 같은 종류가 무난하다.

3. 생명력이 강한 꽃을 선택한다.
꽃은 키가 작고 생명력이 강한 우리 야생화라면 어떤 종류든 괜찮다. 여러 계절동안 꽃을 볼 수 있도록 꽃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른 꽃을 골고루 심고, 잘 번지면서 자라 흙 표면을 두텁게 덮고, 가는 뿌리가 발달하여 흙이 빗물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잔디나 지피류를 심는 것도 좋다.

4. 작은 화분을 이용한다.
따로 돈을 들여 꾸밀 여유가 없다면 나무를 심을만한 큰 통을 여러 개 마련해 놓고 나무와 꽃을 심는다. 그 곁에 작은 화분을 줄지어 놓고, 의자 하나를 놓으면 근사한 정원이 만들어진다. 하늘정원을 가꾸기 위해 가족들이 자주 오르내리다 보면 우리 집에 대한 애정도 솟아나리라. 온갖 짐이 쌓여 있거나 단지와 가스통, 빨래줄 같은 것들이 모여 있던 옥상들이 집집마다 녹색가발을 쓴다면 이 삭막한 도시에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5. 옥상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
빌딩 숲 속에 가꿔진 서울시 서소문별관 3동 옥상으로 가면 초록뜰을 만날 수 있다. 까치와 비둘기들이 쉬었다 가는 이 하늘정원에는 미리 전화예약(02-3216-4242)을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신청하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분당 경동보일러사옥, 부천시 심곡1동 사무소, 부천 소사구청, 수원 황곡우체국,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센터 같은 여러 곳에서 옥상정원을 만날 수 있다.

․옥상녹화 자료가 있는 곳
자연을 담은 집 (시공업체) 02-732-4054, 5 www.jadam.co.kr
사람과 공간 (시공업체) 02-984-0405 www.humanandspace.com
한국CCR 02-571-8311, ccrkorea.co.kr
크레아테라  051-622-0131,  www.createrra.co.kr
푸른서울가꾸기(서울시청 조경과), www.green.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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