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게 빨아 입는 새옷

2004.10.04 | 행사/교육/공지

친구들과 서울 자양동의 작은 옷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기계를 들여놓고, 바로 옆집을 공장 기숙사로 쓰는 아주 작은 공장이었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자아이들이 밤낮없이 미싱을 돌리고 있었고, 불법체류를 하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가 한 일은 완성된 옷의 단추를 잠그는 일과 포장하기, 상표 달기, 다림질 보조에다 공장 안을 돌며 온갖 잔심부름까지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일을 도왔다.
첫 날 작업반장님은 공장에 먼지가 많으니 일할 때 입을 옷을 따로 정해서 그 옷만 입고 일 하다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버리라고 했다. 정말 먼지가 많았다. 기계소리도 요란했지만 옷감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리고, 옷감에서 나오는 냄새 또한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재단실에서 옷감을 자르고, 미싱사들의 손을 거쳐 옷이 만들어지면 단추와 상표를 단 뒤 다림질하는데, 이 때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거품이 나는 세제 같은 것을 뿌리면 독특한 냄새가 났다. 또, 포장하기 전에 옷을 검사하는데 바닥에 떨어지거나 무엇을 떨어뜨려 얼룩이 묻은 곳에는 약품을 뿌려 얼룩을 녹인 뒤 말끔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본 뒤로 나는 옷을 사면 속옷이든 겉옷이든 말끔히 씻은 뒤 입게 되었다.

가게에서 진열된 옷들이 눈으로 보기엔 말끔해 보이지만 옷감이었을 때부터 벌레가 쓸지 않게 좀약 같은 약품을 쓰고,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화학물질과 먼지를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또, 색이나 무늬를 입히는 염색과 방축성․방수성․방염성 같이 옷감의 결점을 보완하고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을 쓴다. 그리고, 원단의 촉감을 부드럽게 하는 유연가공,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 표백까지 옷감을 짤 때나 다 짠 직물에 가공을 할 때 이 모든 공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쓰인다. 새 타올에서 살충제 냄새가 독하게 나고, 옷을 파는 가게에 가면 독특한 냄새가 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섬유 처리에 쓰는 화학물질 중에는 휘발성이 많아 일 주일 이상 걸어두면 거의 다 날아가 버리지만 매장에 오래 걸려 있던 옷이라도 빨아 입는 게 건강에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과 약품 얼룩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비닐 포장을 막 뜯은 것이라면 반드시 빨아 입어야 하고, 속옷이나 어린 아기의 옷은 반드시 천연 세제로 빨고, 한번 삶은 뒤 입는 게 좋다. 또, 빨래를 할 때는 세제가 남아 있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어야 한다.
물에 들어가면 안 되는 소재를 빨 때 드라이 클리닝을 쓰는데, 이것은 유기용제가 옷감에 붙은 때와 결합하여 용제 밖으로 빠져 나오는 원리다. 유기용제에 적시는 것이지만 물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드라이 클리닝(dry cleaning)’이라고 한다. 이 드라이 크리닝에는 여러 가지 약품들을 쓰는데 모두 화학물질들이다. 벤젠은 중독성이 있으며 두통, 현기증, 피로감, 방향감각 상실, 식욕감퇴 같은 증세와 재생불능성 빈혈과 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트리클로로에틸렌은 피로와 무력감, 마취를 일으키며 발암성이 있고, 면역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퍼클로에틸렌은 눈과 목을 자극하고, 열이 가해지면 독성의 연기를 내는데 이것이 하수구를 타고 흘러 들어 물을 오염시키고, 물고기를 죽인다.

양복이나 코트 같이 드라이 클리닝을 꼭 해야 하는 옷은 세탁소에서 찾아온 뒤 비닐 포장을 벗겨 베란다나 마당 같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일 주일 이상 걸어 두었다가 입는 게 좋다. 새로 산 이불이나 침대커버도 말끔히 씻은 뒤 쓰는 게 좋고, 다림질이 필요없도록 처리한 면제품은 포름알데히드를 입힌 것이니 되도록 다림질이 필요한 천연섬유, 면제품을 고르자. 수영복 대부분은 신축성이 좋은 스판덱스로 만들어지는데, 이 스판덱스는 수영장의 물을 소독하는 염소에 아주 약하다. 그래서 수영장에서 나온 뒤 수영복과 몸도 꼭 씻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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