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통하는 헐렁한 옷 입기

2004.10.04 | 행사/교육/공지

‘기절초풍’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기가 잘 순환하는 것이라 하는데 공포나 두려움, 놀라움, 어이없는 일로 기가 끊어지면 바람이 들게 된다. 이런 현상을 기절초풍이라 하는데, 몸을 죄는 옷은 바로 기 순환을 막는 것이다. 기가 순환하지 않으면 몸에 탈이 나기 마련이다. 기가 잘 통하게 하기 위해 수련을 하는 분들이 편안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한번쯤 보았으리라.

옷은 입는 사람의 개성과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지역에 사느냐,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 하는 것도 옷에 그대로 나타난다. 좋은 옷은 건강에 도움을 주고, 활동하기에 편하며, 보기에 좋은 것이라야 한다. 서양 옷이 몸에 꽉 끼는 옷이라면 우리 옷은 얻어 입은 것처럼 헐렁하게 걸치는 것이 특징이다. 옷감의 폭은 그대로 살리면서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재단하는 ‘평면재단법’을 쓰고, 넉넉한 옷감을 주름과 끈으로 고정시켜 풍성하면서도 통풍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옷이 바로 우리 옷이다. 또, 막힘과 트임을 적절히 써서 앉아서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게 했으며, 움직이거나 걸을 때, 보온과 세탁, 위생에도 좋다.
더운 여름이면 훌렁훌렁 벗는 것이 유행인데 벗는다고 해서 시원한 것만은 아니다. 옛 어른들은 여름이면 엉성한 모시와 삼베로 만든 긴팔옷에 풀을 먹여 입었는데, 이 옷이 볕은 막아 주고, 바람은 들어오게 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또, 풀 먹인 삼베옷은 땀과 그을림도 막아주고, 토종 감으로 물들인 갈옷은 풀을 먹이지 않아도 뻣뻣하고, 땀에 절은 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비누로 씻지 않고도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치마와 가리고쟁이 역시 건강에 좋은 구조로 만들어졌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은 아주 소중한 기관이기 때문에 깊숙한 곳에, 겹겹의 방위막에 쌓여 있는데 그러다보니 통풍이 잘 안 되고, 산소공급도 어렵다. 그런데 꽉 조이고 막힌 옷을 겹겹이 입으면 노폐물이 쌓여 갖가지 염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밑이 툭 트인 우리네 통치마와 가리고쟁이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바람이 술술 잘 통한다. 그래서 노폐물이 잘 배설되고,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 자궁벽이 튼튼해지고 염증이 잘 생기지 않아 옛 여인들은 부인병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청바지는 딱 정반대다.
청바지만큼 배설기와 생식기에 장애를 주는 옷도 없을 것이다. 하동에서 황토염색을 하는 홍 선생님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는 며느리로 맞지 않겠다고 하셨다.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자 치고 건강한 사람이 없고, 제 몸을 돌보지 않는 여자는 아이도 건강하게 잘 낳지 못할 거라고 했다. 산악인들은 산에 들 때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땀을 흡수하지도 않고 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산에 오르면 움직이는 데 불편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걷다 보면 무릎이 벗겨져 피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옷을 헐렁하게 입되 배를 그대로 드러내는 배꼽티는 좋지 않다. 어린 아이는 건강하기 때문에 몸이 따뜻한데, 기운이 약한 사람은 몸이 차갑기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쓴다. 어린 아이가 이불을 차면 배를 덮어줘야 하는데 배에 차가운 기운이 들어 배탈이나 설사, 감기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배를 내놓으면 바람이 들어 배탈이 생기고 손발이 차고, 냉증이 생겨 쉽게 피로해진다. 옛날 결혼식 혼수품 중에는 복대가 들어 있었다. 폭 30㎝, 길이 약 1m의 명주천으로 된 복대는 배와 허리를 감싸주어 찬 기운이 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여성은 생리와 출산때 건강을 잃을까 염려되어 친정 어머니가 혼수품으로 준비했던 것이다.

브래지어 역시 좋지 않다. 가슴을 꽉 조여 기 순환을 막을 뿐 아니라 살이 직접 닿는 부위에 쇠가 들어 있어 몸에 쇠를 그대로 붙이고 다니는 꼴이다. 약간 헐렁한 속옷이 낫다. 가끔 아랫배가 이유없이 아프다든지, 생리때 유난히 배나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옷을 헐렁하게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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