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고르기 전,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설명서

2004.10.28 | 행사/교육/공지

가게에서 물건을 고를 때 어떤 것을 제일 먼저 살피는가? 모양인가, 색깔인가, 기능인가?  남들에게는 잘 설명을 하면서도 정작 물건을 사러 가서는 기능이나 성분표시보다 예쁜 모양이나 색깔에 반해서 얼른 돈을 지불하고는 돌아 나오면서 후회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고양녹색소비자연대에서는 경기물가감시센터와 함께 경기도의 46개 대형할인매장를 직접 다니며 단위가격 조사를 벌였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보통 용량이 큰 제품이 적은 용량보다 물류비용이나 포장비용을 줄이면서 값이 쌀 거라고 생각하지만 대형할인매장 46곳 중 40곳에서 용량이 적은 제품의 값이 도리어 더 싼 품목들이 있었다. 진간장의 경우 38곳에서 용량이 큰 제품이 적은 제품보다 단위가격이 비쌌고, 참기름은 7곳, 다시다는 5곳이나 있었다. 그리고, 삼푸나 린스, 섬유유연제 같은 제품은 리필제품이 정상제품보다 싸고, 용기를 다시 쓰겠다는 생각으로 사는데 38곳에서 리필제품의 단위가격이 정상제품보다 도리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유연제는 30곳, 세탁세제는 6곳이나 높게 나타났다.

대형할인매장과 백화점은 하루에서 한번 이상씩 다른 매장들과 가격비교를 하면서 가격재조정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별히 가격이 낮은 미끼 상품을 팔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부추기기도 했다. 미끼 상품의 경우 가격이 낮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려 그 밖의 다른 제품의 단위가격도 낮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있었다. 속지 않는 예방법은 단 하나, 무조건 큰 용량 제품이나 리필제품을 사들이지 말고 단위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 사는 습관을 들이자.
우리 나라에는 ‘○○금지, 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유난히 많다. 어떤 것들은 왜 금지하는지 충분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금지라고 쓰인 것도 많다. 은행 문 앞에는 으레 ‘소매치기 주의’라고 빨간 글씨로 쓰여 있는데, 호주에서는 이렇게 쓴다고 한다.
‘소매치기도 바닷가에 올 수 있습니다.’

‘염소계 표백제와 함께 사용하지 마십시오. 금속성분이 많이 함유된 지하수, 녹물에는 의류의 손상우려가 있으니 사용하지 마십시오.’
삶은 효과가 있다는 세탁세제 설명서다. 세탁할 때 락스와 세제를 섞어서 쓰면 염소가스가 생기는데, 이것은 독성이 매우 강해 그대로 독가스로 쓴 적이 있을 정도였다. 오래 마시면 폐에 이상이 생기고 피를 토하기도 하고, 호흡곤란이나 혈액 중의 산소가 모자라 청색증까지 생길 수 있다. 보통 세탁용 세제는 알카리성이라 문을 닫아 놓고 세제와 락스를 섞어 청소하거나 빨래를 담궈 놓을 때, 아이들이 욕실을 쓰면서 이 가스를 마시면 아주 위험하고 한다.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의 흡입시 중독증상으로 재채기, 비염, 천식, 혼수, 두통, 이명, 구역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좁은 방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밀폐상태를 피하십시오.’
모기향의 설명서다. 문을 꼭 닫아 두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 설명서만으로도 무척 해롭다는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살충제 성분은 모두 호흡이나 피부를 통해 유해물질이 몸 속에 들어올 수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음식이나 가구, 옷에도 붙어 있다가 바닥을 기는 아이의 입 속이나 먹는 음식을 통해 그대로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설명서에는 친절한 설명없이 그저 하지 말라는 설명만 있으니 똑똑한 소비자들이 공부해서 스스로 알아보라는 뜻인 모양이다.

식품첨가물 역시 설명서에 있는 재료에서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학조미료, 방부제, 감미료, 착색제, 발색제를 비롯해 산화방지제, 탈색제, 팽창제, 살균제 같은 것이 모두 식품첨가물인데, 이것은 몸 속에 들어가면 50~80%는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나오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쌓인다. 그중 식용색소인 황색4호는 맛있는 색깔을 만들어 주지만 일부는 발암성이 있다고 사용이 금지되었고, 천식, 습진,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의욕 없고, 까닭없이 과격한 행동과 폭력을 휘두르는 증상은 황색4호 같은 합성착색료가 몸 안에 들어가 메틸니트로소 효소와 에틸니트로소 효소라는 유해물질을 만드는데, 이 물질이 인간의 뇌 가운데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을 관장하는 전두엽에 상처를 입혀 의욕을 잃게 만든다고 한다.

방부제와 소르빈산칼륨, 안식향산나트륨 같은 보존료 역시 아주 주의해야 할 첨가제들이다. 안식향산계가 보존료로 지정된 것은 세균이나 곰팡이의 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우리들 인간의 세포까지도 죽일 수 있고, 방부제는 몸 속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식품이나 제약, 화장품에 많이 쓰는 보존용 화학방부제는 소르빈산 칼륨, 프로피온산 나트륨, 안식향산 같은 것이 있는데 중추신경마비나 발암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주기도 한다.

제품에 붙어 있는 깨알같은 설명서는 이렇게 많은 설명과 경고를 함께 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알아채느냐, 알지 못하고 그냥 먹고 쓰느냐에 달렸다. 물건을 살 때 성분 표시를 찬찬히 살펴보자. 쓰고 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병은 라벨을 떼고 분리수거 해야 하는지, 뚜껑과 본체를 분리해야 하는지도 쓰여 있다. 그리고, 유기농 제품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주소도 붙어 있고 유기농인지, 무농약인지, 저농약인지 구별되어 있다. 포장지 역시 해가 적은 것인지, 유해물질이 뿜어 나오는 것인지 적혀 있다. 그리고, 재활용되는 것인지, 환경에 해를 덜 입히는지도 설명서에서 다 알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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