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당이 좁아라 뛰어 다니는 누렁이 개는 몸이 아프면 절대 먹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먹어대던 생선도 먹지 않고, 이틀이고 삼일이고 나을 때까지 그저 굶기만 한다. 개뿐 아니라 고양이도, 코끼리도, 사자도 그렇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주사도, 약도 없지만 먹지 않는 유일한 치료법으로 몸을 다스린다. 수렵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먹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노루, 산돼지 같은 동물을 쫓아다니지만 날마다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평균 삼, 사 일에야 한번쯤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아프리카 부시맨들은 오 일에서 일 주일에 한번씩 식사를 하고, 종족에 따라서는 열흘에 한번 식사를 하는 부족도 있다고 한다. 먹는 것은 ‘먹는 버릇’이라는 습관일 따름이다.
단식을 하면 위벽과 장 속에 찌꺼기로 남아 병을 만드는 숙변을 내보내 내장기관을 튼튼하게 하고, 먹어서 생긴 병들을 스스로 다스려 준다. 정상이 아닌 몸을 균형잡인 체격으로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만을 쫓아 다녔던 우리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다. 단식원이나 단식행사에 따로 참여하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단식방법을 알아보자.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 세 끼를 5～6시간 간격으로 먹는 사람들에게 단식은 소화기관을 잠시 쉬게 해 준다는 뜻이다. 처음 시작하는 하루 단식은 마음이 편안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하는 것이 좋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이틀이든, 삼일이든, 일주일이든 먼저 계획을 세운다. 몸을 바꾸겠다든지, 먹는 버릇을 바꾸겠다든지 하는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해 내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생수만 마시며 3주나 4주, 길게는 8주 동안 단식을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직장인은 결근한 필요가 없고, 평소처럼 일을 할 수 있다. 어느 계절이나 단식은 가능한데 감정의 기복이 큰 관혼상제 기간은 피하는 게 좋다.
2～3주전부터 짜고 매운 것, 뜨거운 것, 단 것을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편식하지 않고 질 좋은 음식을 고루 차려 먹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씩 양을 줄여 2～3주안에 완전히 끊고, 단식을 시작할 때는 금주상태여야 한다. 담배 역시 반드시 끊어야 한다. 미지근한 물에서 점차 찬물(14～15℃ 정도)로 몸을 씻는 연습을 하고, 더운물로 목욕하는 것은 피하자. 냉온욕은 좋다. 단식 중에 추위를 이기려면 시작하기 전 3주 동안은 날마다 풍욕을 아침 저녁으로 한번씩 하고, 단식 중에도 계속하는 것이 좋다.
준비할 것
생수, 죽염, 체온계, 구충제, 하제를 준비하자. 단식 종류에 따라 야채효소나 쥬스를 준비하자. 설사를 하게 만드는 하제는 장 속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이라야 하며, 마그밀이 좋다. 날마다 갈아입을 수 있는 깨끗한 내의를 여러 벌 준비하자. 단식에 들어가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키, 몸무게, 가슴둘레, 목둘레, 배 둘레를 미리 재두는 것도 좋다. 몸의 여러 군데를 눌러보고 아픈 곳을 살펴보자. 걱정되어 영양제를 사 먹는 것은 절대로 금물, 단식 중에는 여러 가지 오래된 지병이나 자신도 모르고 있던 병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스스로 치료하는 과정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알기 위해서 의사와 미리 상의하는 게 좋다.
감식
단식하기 전에 반드시 감식을 해야 내장기관의 부담이 적다. 3일 단식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3일 전부터, 6일 단식은 6일 전부터 감식을 해야 한다. 3일 단식은 3일 전부터 예전보다 칼로리가 낮고 적은 양을 먹고, 감식 첫날은 보통 식사량의 5/6만, 둘째날에는 2/3만 먹으며 서서히 양을 줄여 나간다. 감식 마지막 날, 단식 하루 전에 구충제를 먹는다. 기생충이 있으면 속이 빈 단식 중에 복통을 일으키거나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충제는 부작용이 없는 것을 선택하고, 완전 생야채식을 해도 숙변과 기생충을 없앨 수 있다. 구충제를 먹은 뒤 적당한 시기에 하제를 써서 장을 깨끗이 청소한다. 처음 단식기간에는 마그밀을 5～15티스푼 정도 먹고, 두 번째 단식기간부터는 양을 줄여서 먹어도 괜찮다.
단식기간
단식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바꾸는 소중한 기간이다. 꼭 필요하지 않는 말을 삼가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허기가 들 때는 1분에 200회 정도의 속도로 1～2분간 요추 1번, 2번, 3번을 두드리고, 차가운 생수 70%, 온수 30%의 비율로 섞은 물을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좋다. 하루 약 2,500cc의 적당한 생수만 마시는 방법도 있고, 죽염이나 야채효소, 주스를 먹으며 하는 단식도 있다.
과일주스는 100% 과즙 80cc 정도를 충분히 시간을 들여 씹어 먹는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먹는다. 손발이 찬 사람은 몸을 차게 하는 포도주스는 피하고, 밤에 몸 상태가 좋으면 주스 대신 생수를 마시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자꾸 움직이는 것이 좋다. 자꾸 움직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몸 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소변이나 땀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조금 멀리까지 급한 걸음으로 걸어본다든가, 체조도 하고, 산책이나 가벼운 달리기를 하는 것도 좋다. 소변도 색이 짙어지고 냄새가 심해지는데 이것은 몸 속의 불순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식은 숙변을 내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숙변은 위와 장 속에 남아 있는 똥 찌꺼기다. 몸 속에서 독소를 뿜어내고, 소화기관을 약하게 하며 몸 속 세포를 죽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단식을 해서 숙변을 내보내려면 2주일 이상 계속해야 효과가 있다. 아침 공복에 생수 1.5ℓ에 죽염을 4티스푼 정도 타서 30분 이내에 마시면 5분이나 늦어도 한 시간 내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변기에 앉으면 뱃속 온갖 더러운 것들이 다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원한 설사를 하게 된다. 간단하게 마그밀을 먹어도 된다. 하루단식을 2개월이나 3개월 꾸준히 한다든가, 일 주일 단식을 해마다 2회, 2～3년동안 계속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회복기
단식의 결과는 회복식에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단식 예정날짜를 채웠다 하더라고 식욕이 나지 않으면 그만둘 필요가 없다. 전보다 식욕이 왕성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한 양보다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단식 바로 뒤 목욕은 될 수 있는 대로 미지근한 물에서 짧은 시간 동안 한다. 이틀 단식을 한 사람은 회복식 첫날에 미음 한 잔, 다음날은 약간 농도가 짙어져 거의 죽에 가까운 정도로 밥알이 섞인 것을 찻잔으로 한 잔 반만 먹고, 3일째 되는 날에는 제대로 된 죽을 한 잔 정도 먹는다. 4일째부터 평소 먹었던 양의 60% 정도를 먹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식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생식으로 회복하는 것도 좋다.
미음은 쌀과 물을 1대 6의 비율로 넣어 약한 불에서 끓인다. 3홉 정도로 졸여 천으로 걸러내고 죽염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현미 미음은 잘 씻은 현미와 물을 1대 8 비율로 약한 불에 2홉 정도로 달여 천으로 걸러낸다. 약간 다갈색을 띠고 구수한 맛이 있어 먹기에 좋다. 너무 진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보리 미음은 잘 씻은 납작보리와 물을 1대 6으로 넣어 약한 불에서 40～50분 정도 끓여 죽염으로 간을 하면 된다.
주의할 점
단식 뒤 먹는 음식에는 정성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잘못 되었을 때는 몸이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과식을 하면 몸 전체가 붓고, 염분이 많으면 손발이 붓고, 관절이 아프고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침은 반드시 미지근한 죽을 먹으면서 적어도 30～50회 정도 잘 씹어야 한다. 칼슘을 빼앗는 설탕을 좋지 않고, 조미료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단식을 마치고 나면 마음이 누그러져 배고픔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또, 불면증 같은 증상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수면제를 먹으면 안 된다. 마음을 편히 갖고 발바닥을 따뜻하게 찜질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 수 있다.
배고픔은 많은 것을 가르친다. 배고프고 목마른 것은 아무 것도 죽이지 않지만 포식과 폭식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바른 단식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놀라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단식이 모든 병을 다스릴 순 없지만 난치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책을 열심히 읽고 실천하여 비우는 즐거움을 맛보자.
․참고자료 – 사람을 살리는 단식 / 장두석 / 정신세계사
* 연말입니다. 녹색연합에서 단식행사를 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