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침실

2004.12.27 | 행사/교육/공지

내 손때가 가득한 물건들과 내 몸의 향이 배인 방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이다. 아무리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곳이라 해도 내 방만큼 편하고 좋은 공간이 없다.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처음 고향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던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렇게도 바라던 도시생활이었건만 그 소란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날마다 고향집을 생각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좀 적응했을 무렵, 주말마다 꼬박꼬박 집에 가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내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갑자기 서러운 생각도 밀려왔다. 그 뒤로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참 많은 이삿짐을 쌌다가 풀었다. 새 집의 좀 낯선 기운이 사라지면 이내 새 공간에 익숙해지곤 했다. 다시 손때가 묻고 내 향이 배이면 어느 곳이든 가장 편한 곳으로 변해갔다.
내 방, 내 침실은 모든 긴장이 풀리고, 세상과 잠시 관계를 멈추게 하는 고요한 공간이다. 이 평화로운 안식처를 좀더 편안하고 건강한 곳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잠을 잘 못 이루는 사람이라면 집 안에서도 한적한 곳에 소음과 가로등 같은 인공의 불빛이 없는 방이 좋다. 아이들은 햇볕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동쪽으로 창문이 열린 방이 좋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저무는 햇살이 부드러운 서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이 좋다.


문과 침대의 관계는 침실의 분위기를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문을 등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장소에 침대를 놓되 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가 바로 닿지 않게 자리잡는 것이 좋다. 문을 등지면 왠지 불안한 심리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자리잡기가 어렵다면 침대와 문 사이에 가벼운 천이나 장식을 달아 작은 구분이라도 하는 것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좋다. 침대 머리를 창문과 마주보거나 창문 아래 두면 불안하다. 머리 뒤가 막힌 곳이라야 안정감을 주고 긴장을 푸는데 좋다.

침대
좋은 침대는 똑바로 누웠을 때 등뼈가 자연스럽게 약간 굽은 S자 모양으로 잡히도록 하면서 등을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 침대를 살 때 누워서 허리의 잘록한 부분 아래로 손을 밀어 넣어 보자. 매트리스와 등 사이에 손이 꼭 끼어 들어간다면 지나치게 폭신한 것이고, 여유가 많으면 지나치게 딱딱한 것이다. 매트리스 속을 무엇으로 채웠는지도 물어보자. 자면서 흘리는 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피자. 보통 스프링이 많을수록 좋은 침대하고 하지만 금속 스프링은 놓는 위치에 따라 지구가 본래 가진 자기장을 일그러뜨리고, 전자파를 전하는 자석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부자리
이부자리나 침대 시트는 연한 색 계통이 좋다. 따뜻한 분홍색이나 차분한 베이지색, 긴장을 풀어주는 옅은 초록색, 연한 자주색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활기찬 느낌을 주는 강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적당치 않고, 같은 색이라도 어두운 색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빨간색 역시 순환을 빨리 하고 혈압을 올리니 적당치 않다. 이불이나 침대 시트는 화학물질을 내뿜지 않는 면, 마, 모 같은 천연섬유가 좋다. 사용하기 전에 깨끗이 씻는 것도 잊지 말자.

바닥
대나무나 왕골 같은 천연소재로 만든 바닥재는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집 먼지 진드기 번식도 줄여 알레르기나 천식이 있는 환자에게는 카펫보다 좋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자주 세탁할 수 있는 천연섬유로 된 얇은 요를 까는 것도 좋다.

창문
소음과 빛이 잠을 방해한다면 두꺼운 커튼을 달고, 이중창을 다는 것도 좋겠다.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창문에 한지를 발라 자연스럽게 공기가 드나들도록 하자. 그 가운데 잘 말린 은행잎이나 단풍잎이 은은하게 비취는 창이라면 도시의 이 삭막함을 조금 위로해 주지 않을까?

환기
꽉 닫힌 곳보다는 공기 흐름이 자유로운 곳이 좋다. 창문과 방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한꺼번에 시원하게 바꾸자. 아파트 같은 밀폐식 창문이라면 시간 날 때마다 활짝 열어 맑은 공기를 자주 바꾸는 것이 건강에 좋다.

식물
싱그러운 향이 있거나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식물을 키워 보자. 강한 햇볕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 오래 간다. 벤자민이나 고무나무가 자라는 화분을 두면 습기 조절에도 좋다.

조명
잠을 자는 동안은 어둡게 하고 빛이 직접 비추는 곳은 피하자. 빛은 활동하는데 영향을 미쳐 깊고 편안한 잠은 방해한다. 침실 조명과 놓인 자리는 방의 느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스탠드 같은 간접조명이 방 한가운데에 전등 하나를 켠 것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소품과 가전제품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집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좋다. 어수선한 방 분위기는 마음도 어지럽게 한다. 옷이나 소품, 여러 소지품들을 옷장이나 수납공간에 잘 정리해서 넣고 말끔한 분위기를 만들자. 쓸모없는 물건은 팔거나 재활용하라. 일과 관련된 물건들,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침실에 없는 것이 낫다. 텔레비전과 대부분 가전제품은 많은 전자파를 내뿜으니 멀리 할 수 없다면 잠잘 때는 플러그를 꼭 뽑자.

온도
보통 섭씨 18도 정도의 쾌적한 온도가 편안한 잠을 자는데 좋다. 그러나 이것은 사계절 수면 적정온도를 평균한 것이라 여름에는 좀 춥게 느껴진다. 우리 몸은 여름 온도에 적응하므로 여름밤에는 2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이불 속이 좀 춥다면 옷을 껴입고, 전자파를 내뿜는 전기담요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거울
에너지를 반사하는 거울이 침대와 마주보고 있는 것은 피하자. 반사된 에너지를 강렬하게 되쏘아 불안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밤이면 다른 곳으로 치워놓거나 천으로 가리는 것이 좋겠다.

베개
좋은 베개는 머리와 어깨, 등뼈와의 자세를 서 있을 때와 같은 위치로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이다. 똑바로 누워서 자는 사람은 몸이 적당히 휘어질 만큼 중간 정도로 단단한 베개가 좋다. 옆으로 자는 분이라면 단단한 베개로 머리와 목을 받쳐주는 것이 좋다. 곡식이나 향이 나는 허브로 속을 채운 베개도 있는데 자신에게 잘 맞는 향을 잘 고르는 것이 좋다. 베개 천은 천연섬유가 좋다.

공간 나누기
침실과 거실, 주방이 함께 있는 원룸이라면 커튼이나 책장을 이용해 작업공간과 침실을 분리하자. 일과 쉼을 구별하는 것이 편안한 잠자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거울이나 모빌, 화분 같은 것으로 작은 구분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참고자료
「잠의 치유력」 / 쉴라 레이버리 지음 / 이채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