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보는 아름다움

2004.12.27 | 행사/교육/공지

아침에 일어나 눈곱을 떼면서부터 시작되는 몸 가꾸기는 화장과 옷 차려입기, 틈틈이 거울보기, 머리 다듬기, 가방과 구두까지 집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따금씩 피부 가꾸기와 사우나, 몸에 좋다는 음식에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까지…. 아름다움을 위해 들이는 노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뾰족구두를 신고 아픈 발을 주무르는 것이나 귀를 뚫으며 생긴 고통쯤이야 어금니를 꽉 다물고 참아야만 한다. 모진 고통을 참는 것도 아름다움을 지키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통이 없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꿀 순 없을까? 우리 옷과 자연화장품,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지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미용(美容)이라는 말은 머리카락을 처음 잘라주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890년대 단발령과 의복개혁이 있으면서 조상대대로 이어온 우리네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지요. 서양식 물결이 그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결코 좋은 것만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자연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사람을 ‘작은 자연’이라고도 하지요. 우리 몸 속에 있는 피와 혈관 구조는 흐르는 강과 냇가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두 눈은 해와 달을 나타내고, 뼈는 금석을 닮았고, 피부는 흙을 닮았죠. 그래서 피부는 흙을 다루듯이 하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숨쉬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흙에 페인트나 석유를 버리면 썩은 흙이 되듯이 사람들의 피부에도 석유에서 추출한 제품은 안 됩니다.

머리카락은 숲에 해당됩니다. ‘머리숱’이라고 부르지요. 무성하면 제일 건강한 것입니다. 머리카락이 맨 위에 있는 까닭은 뜨거운 볕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몸 중에 세 군데가 검으면 아름답다는 ‘삼흑미(三黑美)’라는 말이 있지요. 머리와 눈썹, 눈동자가 검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검어야 할 곳이 검은 것은 바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삼단같이 싱싱하고 검은 머리카락, 짙은 눈썹, 검은 눈동자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런데 머리에 너무 집착하면 좋지 않습니다. 열이 머리로 올라가면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하지요. 파마나 염색, 탈색 같이 강한 약품으로 머리에 불지르는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습니다. 요즘엔 머리카락에 들어 있는 이 유전정보를 가지고 범죄자를 찾을 때나 마약을 했는지 여부를 가릴 때도 쓰곤 하지요.
또, ‘삼홍미(三紅美)’라고 해서 우리 몸 중에 세 군데가 붉으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바로 뺨과 입술, 손톱입니다. 혈액순환이 잘 되니 건강하고, 건강하니 아름다운 것입니다. 입술은 심장 순환과 관계가 있습니다. 빈혈이나 백혈병이 있는 사람은 입술에 핏기가 없고, 심장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입술이 푸르스름하고, 순환기계 이상과 고혈압,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은 검습니다. 손끝은 뇌의 시작이고, 폐의 끝이라 합니다.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폐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기 위해 손으로 하는 놀이를 많이 하라고들 하지요? 이런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멋을 위해 길게 기르면 모든 일을 둔감하게 하여 두뇌 활동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삼백미(三白美)’라는 말도 있습니다. 눈 흰자위와 치아, 피부가 뽀얗고 깨끗하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눈 흰자위가 맑지 않은 사람은 술, 담배를 끊어야 하며 불면증을 없애고, 과식을 없애야 합니다. 얼굴색이 누르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하여 화장하지 않는 맨 얼굴로 나갈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거나 화장품을 마구 쓴 탓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피부를 질식시킨 것입니다. 유행하는 고급 화장품이라고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생식기 부분이 피곤하면 눈 주위가 검어집니다. 예전에 술집 작부들이 눈 주위가 검었던 것을 흉내내서 마스카라와 아이섀도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눈 주위가 시퍼렇고 검다는 것은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눈 주위는 맑고 깨끗한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피부는 건강한 보리색일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지나치게 희게 바르는 것은 피부호흡을 방해할 뿐 아니라 백인들을 닮아 가려는 헛된 노력일 뿐입니다.

요즘 ‘UV’라고 붙은 자외선 차단 화장품이 많은데, 이 제품이 생겨난 뒤로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 속으로 마음대로 뛰어 들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릴 곳이 아닌데 가리다 보니 피부가 숨을 못 쉬고 혈관이 왕성하게 움직이지 못 하니 온실 속에 사는 화초가 된 꼴입니다. 피부가 건강하지 않으니 햇볕으로 나가면 곧 기미가 생깁니다. 여드름이나 뾰루지는 한번 벗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몸에서 생긴 분비물을 다 내보내야 다시 맑아집니다. 자연화장품은 바로 건강이고, 운동입니다. 땀을 흘리기 위해 열심히 걷거나 뛰어야 합니다. 땀과 함께 몸에 해로운 것들을 내보내야 피부가 맑아집니다. 정장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주고, 졸라주니 생식기관의 숨통이 막히고, 몸의 흐름이 방해받아 순환이 잘 되지 않으니 아프고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수하기 전에 줄넘기나 훌라후프, 달리기를 해서 온 몸에 땀을 내세요.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는 편한 옷을 입다가도 특별한 날에는 투피스나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으면서 ‘정장’이라는 이름으로 불편함을 감수하고는 하지요. 이것은 모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에 정장이라는 것은 우리 한복을 말하는 것입니다. 몸단장, 옷단장, 머리단장, 얼굴단장 같이 한국사람은 우리 모습으로 맵시를 가꾸고 단장하면 그게 바르게 가꾸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성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왕가에서 입던 예복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치의 소홀함도 없는 차림을 말합니다. 왕족들이 극도의 권위를 나타낼 때 차려입는 것을 뜻합니다. 서민들도 결혼식을 올리거나 폐백을 드릴 때 성장을 하곤 하지요. 서양옷을 잘 차려 입는 것이 정장이 아닙니다. 얼굴만 바르고 가꾸는 화장이란 말은 옳지 않습니다. 머리와 옷차림, 신발, 그 사람이 풍기는 향기까지 잘 어울린 ‘단장’이라는 말이 옳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것, 자신이 하는 일과 잘 맞는 것,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사람의 몸은 먹을거리가 흐르는 강이라 했습니다. 음식이 몸에 들어가 피로 변하고, 세포를 만들고,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피부입니다. 오장육부의 거울인 피부도 봄이 되면 물이 올라서 피부 각질이 많아집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벗겨내고, 잘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없애고 덮어버리려고 약 바르면 도리어 탈납니다. 피부관리란 혈액이 잘 돌고, 맥박이 잘 뛰고, 근육을 힘차게 움직여 적당한 수분과 유분이 순환하면서 이완 수축하게 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많이 발라 피부가 그 영양을 듬뿍 먹고 좋아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건강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맹물로 잘 씻기만 해도 곱습니다. 또, 생각과 마음이 건강해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기와 물, 흙 같은 환경이 깨끗해야 건강한 먹을거리가 생산됩니다. 또, 먹을거리가 건강해야 건강한 사람과 사회가 있고, 적당한 노동과 운동을 해야 몸도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건강한 노동을 해야 휴식의 고마움을 알고, 이런 쉼이 있어야 피부도 고와지고 건강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순환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어느 한 가지 흐트러지면 안 됩니다. 하나하나 따로 떼어 생각하거나 한 면만 바라봐서는 해결점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것, 만들어지는 것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이며, 그것은 건강한 의식에서 나와 외부세계를 거쳐 다시 의식으로 순환되는 과정 속에 나타납니다. 자연스러움은 그저 ‘스스로 그러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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