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새해 에너지절약법

2004.12.30 | 행사/교육/공지

성북동 산자락 우리 집, 여름이면 까치와 참새, 박새들이 날아와 지저귀는 소리에 기분 좋은 아침을 여는 곳. 서울에서 듣는 새소리라니 무엇보다 반갑고 감격스럽다. 요즘 같은 겨울아침 풍경, 밤새 떨어진 온도를 높이느라 보일러가 ‘웅웅’ 부지런히 시동을 건다. 화들짝 이불 속에서 뛰어나와 온도부터 낮춘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느니…
덕분에 늘 아침을 ‘화들짝’으로 시작한다. 시골 고향집엔 결국 연탄보일러로 바꾸고 말았단다. 초가집에 지붕만 바꾼 채 살았던 낡은 기와집을 헐어버린 뒤 반듯하고 너른 벽돌집을 지었건만 시골 살림살이로는 겨울날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어른들의 삶의 지혜는 억척스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 하루에도 몇 번 연탄가는 것이 힘들어 기름보일러로 바꾸고서도 다시 그 선택을 하는 용기 말이다. 그 인심 야박하고 팍팍한 서울에서 어떻게 견디느냐고, 참 용하다고 하지만 서울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옛 것을 다시 선택하는 어른들의 용기가 더 존경스러워 보인다. 요즘같이 하루하루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날에는 더욱…

새해다. 지난 어두운 것은 모두 털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새해, 금연이다 다이어트다, 겨우 작심삼일거리 각오더라도 내 생활을 돌아보는 것이라면 온 갖가지 각오를 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중에서 우리 집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건강하게 살겠다는 각오는 어떨까? 도시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바퀴벌레란 녀석과 마주쳤다. 말똥구리란 녀석과 닮아서 호들갑스럽게 놀라진 않았지만 녀석의 덩치는 역시 소문대로 만만찮아 보였다. 여름엔 덥고, 겨울은 추운 시골에서는 바퀴벌레를 구경할 수가 없다. 바퀴벌레는 전쟁 뒤 아메리카에서 목재를 수입하면서 따라 들어온 녀석인데, 일 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뚜렷한 4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곳은 녀석이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살 수도 없다.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겨울날, 후끈후끈한 아파트에서 티셔츠나 내의 차림으로 사는 것만이 편하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 내복 한 벌씩 껴입고 집안의 온도를 좀 낮추면 바퀴벌레도 도망갈뿐더러 우리 몸이 바깥온도에 적응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지하철이건 사무실이건 공공장소건 가리지 않고 난방이 잘 되어 내복을 입고 다니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집에서는 난방비도 줄이고 건강도 지킬 수 있는 내복이 으뜸이다. 가스공사가 흑자를 내면서도 일 년에 세 번이나 값을 올리는 횡포나 이라크 석유전쟁에 가슴을 아파하지 않는 법 역시 줄이고 줄이는 생활지혜에서 나온다.  

주방이건 거실이건 안방이건 훤히 불을 켜 놓는 습관보다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만 등을 켜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 새로 등을 사야한다면 절약형 전구를 선택한다. 같은 전기를 먹으면서도 빛은 더 밝은 삼파장 전구가 낫다. 가전제품을 새로 들여놓을 때는 노란 딱지를 꼭 살펴야 한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알리는 스티커에서 1등급 제품을 선택하면 30%나 되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
늘 코드를 꽂아두고 쓰는 텔레비전, 컴퓨터, 드라이기,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 전자제품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코드를 그대로 꽂아두면 전기는 계속 흐르기 마련, 전자파 역시 전기가 흐르는 한 계속 나온다. 쓰지 않을 때는 부지런히 뽑자. 그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전자제품을 쓰지 않을 때는 스스로 전기를 차단하는 멀티탭도 있다. 전화 받을 때나 잠깐 볼일을 볼 때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지 않아도 본체를 제외한 모니터와 스피커 같은 부속품들의 전기를 스스로 차단해 준다.  
올해부터는 달라져야지, 굳은 맹세와 다짐도 채 삼일을 못 넘기기 일쑤이지만 그 삼일이 모이고 또 모여 습관이 되면 우리 집 살림살이는 알뜰해지고 더불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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