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DIY

2005.02.04 | 행사/교육/공지

망치와 톱

온돌마루방

한 아파트에서 8년을 살았더니 방의 바닥장판은 다 찢어지고 화장실 변기와 타일 벽은 새고, 세면대는 수시로 막히고, 부엌 싱크대 실리콘은 찢겨져나가고, 난리도 아니다. 이미 다 자란 아이들이라 우리 식구 4명이 23평에서 움직이라니 화장실, 거실 여기저기서 충돌과 추돌은 예사다. 넓은데로 이사 못갈바에야 분위가라도 상큼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수리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치기는 해야겠는데  돈은 많이 들고 걱정이다.  집안 수리할 내용을 일일이 목록으로 만들어서. 망가진 정도에 따라 시간을 두고 조금씩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손수 해보기로 했다. 한달에 한 건만 해치워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목록에 따라 그것에 필요한 집안 공구를 우선 샀다. 1단계는 망치와 나사못, 줄자나 드라이버 같은 기본공구였다. 대부분의 집에 이런 정도는 다 있다. 2단계는 실톱이나 대톱, 프라야(정확한 말 ?) 혹은 전기드릴 같은 공구다. 크기부터 1단계 공구보다 좀 큰 편이다. 3단계는 콘크리트 드릴이나 수평계, 좀 세게 가면 전기톱도 좋다. 일상 가정에서도 2단계까지 구입해 놓으면 좋다. 좀 취미가 있다 싶으면 3단계도 좋지만, 아파트에서는 3단계 공구 사용이 현실적으로 좀 무리다.

우선 벽을 둘러보았다. 도배지나 방문턱 페인트가 많이 베껴져 있었다. 새로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우리 집안 사정에 맞추어 간이수리만 하기로 했다. 도배지에 흠은 아이들이 쓰던 크레용으로 살금살금 칠해서 말끔히 처리했다. 페인트 베껴진 부분은 문방구에서 파는 에나멜을 색깔 맞추어 사다가 작고 고운 붓으로 칠을 했다. 자, 이제 바닥이 문제다. 몇 달을 궁리한 끝에 온돌마루를 깔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온돌마루는 비싸기도 하려니와 요즘 말이 나도는 새집 증후군의 주범인 포룸알데히드 성분의 바닥접착제가 풀기 힘든 난관이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였다. 온돌마루 까는 비용의 본질은 사실 따지고 보면 인건비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직접 까는 것으로 문제해결을 보았다. 서울 을지로 5가에 가면 마루자재 도매상이 큰 길가에 즐비하다. 거기서 직접 자재를 사서 깔면 비용이 반 이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루를 깔아 본 적도 없었고 시공하는 것을 본 적도 없어서 마루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귀찮을 정도로 방법을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주인 얼굴을 먼저보고 친절한 얼굴 찾아 물건을 사게 되었다.

온돌마루에는 강화마루와 합판마루가 있는데, 강화마루 자재는 좀 더 싸고 단단하지만 마루의 나무질감이 떨어지다. 엠디에프 재료에 나무질감의 코팅을 입힌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집의 마루를 까는 것의 재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왕 하는 김에 강화마루를 하지 않고 더 비싼 합판마루를 샀다. 차로 싣고 와 이제 시공만이 남았다. 겁도 없이 왕초보자가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우선 포룸알데히드가 들은 접착제의 용도는 당연히 바닥과 마루를 접착시키는 기능이다. 따라서 접착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접착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집 증후군이 매스컴에서 떠들어 댄 이후 친환경 접착제가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포름알데히드의 성분을 줄인 것이다. 요즘은 접착제 사용을 전혀 하지 않는 강화마루가 인기다. 전에는 수입품만 있었는데 요즘은 국산도 나오고 가격도 상당히 싸다. 어차피 마루제품의 나무는 전량 수입산이다. 어느 나라에서 가공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마루 시공 원리는 바닥에 깔개용 스폰지(스치로폴)를 먼저 깔고 바닥을 평편하게 해준 다음, 조각마루 사이의 이음새 부분을 서로 얽물리게 하는 방식으로 단단히 판을 고정하는 원리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간단하지 않다. 그래도 조금 신경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 방 두개를 합판마루로 깔았고 안방 하나를 강화마루로 깔았다. 결국 이런 시공, 저런 시공 다 해본 셈이다.

어떤 아파트 방바닥이든지 완전히 고른 바닥은 없기 때문에 접착제 사용량이 매우 중요하다. 입주를 처음하는 마루가 깔려진 새 아파트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특히 천식이나 아토피 증상의 아이들이 있는 집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새집 증후군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바닥을 먼저 고르기로 했다. 바닥만 고르다면 접착제를 아주 최소한으로 사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수평계까지는 필요 없어도 도돌도돌한 바닥면을 끌로 까고 굵은 샌드페이퍼로 갈아내고 해서 겨우 바닥을 골랐다. 이제 방의 구석과 드문드문 접착제를 바르고 마루 조각을 잘 맞추기 위해 고무망치로 열심히 두들겨 가면서 마루를 깔기 시작했다. 끝에서부터 맞추다보면 다른 한편에서는 마루가 딱 맞지 않는 것이 정상이어서, 실톱과 큰 톱으로 마무리 마루를 모양대로 잘라가면서 방 하나를 완성하였다. 자세한 시공법은 인터넷에 자료실로 올라와 있다. 시공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해보겠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만 엄두를 부려본다면 사소한 문제는 풀릴 수 있다. 사실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왕초보가 시공을 했으니 완전하게 될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 한구석 마루판 한 부분이 꿀럭꿀럭 한 것 말고는 제대로 됐다. 마침 그 자리는 침대 자리어서 괜찮았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접착제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평 반짜리 작은 첫째 아이 방이지만 일단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 날은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너무나 좋아서, 그날 역시 집 앞 동네 호프집에 기어가서 우리 둘이 한잔 했다. 그날은 마누라도 500 짜리를 3잔이나 마시는 기염을 토했다. 대단한 날이었다. 그 후 두 달이 지나서 작은 아이 방 하나도 마루를 깔았다. 그리고 일년 반이 지나서 대망의 안방까지 깔았다. 전체 비용은 장판 까는 비용과 거의 비슷했다. 인건비를 벌은 셈이다. 그런데 땀이 너무 났다. 까짓 운동했다고 치지, 뭐, 이제 제법 목수 티가 배었다. 그 마루의 감촉은 방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나를 뿌듯하게 한다. 우리 집에 혹시나 사람들이  올 때마다, 나는 자기 자랑에 열을 냈다. 정말 꼴불견이었다.

우리들 모두의 책장

목수 티내는 김에 거실 한쪽 벽면을 채울 책장을 손수 짜보기로 했다. 마음만 먹고만 말았다. 아파트에서 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아내도 당치 않을 일이라고 했다. 아내는 집 근처 목수를 찾아갔다. 집 근처에 <싱크대, 비디오장 제작>이라는 간판을 단 목공소에 들어가서 내가 그린 책장 설계도면대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싸게 했다. 거실이 서재 같았다. 아내는 남편이 서재 갖기를 그렇게 원했는데 이제 비슷한 서재를 가져서 좋겠다고 했다. 실상은 나만의 서가가 아니다. 아이들 방에 있는 책꽂이를 치우고 아이들 학교 교재 외의 책들이 거실로 다 나왔다. 덕분에 좁은 아이들 방도 넓어졌다. 이제 각자의 방에 있었던 책들을 온 식구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김에 나도 처박아 두었던 박완순의 <미망>을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책이 있는 공동의 공간을 만듬으로써, 아이들이 막상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 책 저책 뽑아 표지만이라도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부엌

그 다음은 부엌을 손대는 일이다. 우선 싱크대 사이를 연결하는 실리콘 작업을 했다. 우선 실리콘과 주입기를 샀다. 가격이야 몇 천원에 다 살 수 있었지만, 정말 실리콘 시공은 어려웠다. 예리한 칼로서 실리콘 주입부분 끝을 사면으로 도려내야 하고, 주입하는 속도와 접착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서부터 하나같이 쉬운 것이 없었다. 결론은 실패였다. 접착부위는 울퉁불퉁 볼품이 말이 아니었다. 다시 시도했으나 그때도 실패였다. 할 수 없이 싱크대 자제를 맞춤형으로 전부 교환하기로 했다. 문짝이 다 떨어진 상태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은 지 벌써 2년이 되었는데 교체를 하지 못했다. 새 싱크대를 들여 놓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

거실 벽

이제는 집 내부의 감성적 작업을 하기로 했다. 우선 벽면에 덕지덕지 걸려 있는 사진틀이나 벽시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둔 일이었다. 미술 전시회에 가면 그림을 걸어 놓는 위치 이동용 철사줄을 알 것이다. 그런 소재를 사서 우리 집 벽에 설치하면 아주 좋은 분위기가 날 것으로 생각했었다. 어디서 파는 지도 모르겠고 전시실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 친구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미술관 전문 인테리어 업자에게 다시 물어 답을 듣기는 했는데 10 미터 길이의 한쪽 벽을 설치하는데 60만원이 든다고 말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욕 한마디 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과 비슷한 차원에서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무슨 일을 할 때 절대 전문가에게 상의하지 않는다. 내가 하려는 범위는 아주 일상적인 생활패턴에서 하려는 영역인데 반해서, 전문가는 대단한 전문영역에서만 하는 작업으로 답변을 던지고 만다. 그러다보니 그 답은 현실적이지를 못하다. 그럴 바에야 나 스스로 헤매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렇게 전문가와 일상인의 코드가 맞지를 않아서 나는 전문가를 찾지 않는다. 이제는 일상을 배려하는 그런 생활 속의 전문가가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쉽게 말해서 간단한 공구 사용법을 기술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손수 작은 설합장을 만들 수 있는 매뉴얼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그런 실용적인 안내자가 전무하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나서서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러던 중 철물 인테리어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를 우연히 원주 시내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둘러보던 중 드디어 내가 원하던 아주 예쁘고 자그마한 그림 걸게용 철선고리를 찾았다. 하나에 2천5백 원씩, 그리고 고리를 지지하는 고리걸개 레일은 그 흔한 길거리 커텐 집에서 파는 커텐고리를 거는 레일을 샀다, 시공도 간단하여 천정 모서리에 레일을 나사못으로 단단히 박고 철선고리대를 홈에다 걸면 모든 작업이 끝이다. 이동이 가능하고 철선이 미려하여 우리 집 거실이 마치 전시실 같았다. 모두 2만원이 들었다. 60만원과 2만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뭐라나, 직접 해봐야 좋다고 했지. <끝>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