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이 도는 천연조미료

2005.03.01 | 행사/교육/공지

‘감칠맛’
음식을 먹은 뒤에까지도 혀에 감기듯이 남은 맛깔스러운 뒷맛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맛이 화학조미료 광고에서 널리 쓰이면서 마치 조미료의 느끼한 맛이 감칠맛인냥 알려지기도 했다. 감칠맛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과 향기가 잘 조화된 맛으로 고추 추출액과 된장, 간장, 젓갈류, 조개류, 해조류, 버섯, 죽순 같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주성분은 ‘글루타민산 소오다(MSG : Mono Sodium Glutamate)’인데, 1908년 일본 동경대학에서 기꾸나에 이께다 교수가 다시마의 구수한 맛을 내는 물질이 ‘글루타민산’이라는 것을 처음 발견해 ‘아지노모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화학조미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것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은 놀랍게도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주둔해 있던 미군들이 제 나라로 돌아가서도 일본에서 맛들인 아지노모드를 잊지 못했다. 결국 1948년 그 맛을 궁금해한 미국 식품회사 사장들이 시카고에 모여 시음회를 가졌는데, 음식의 맛을 돋울 뿐 아니라 신맛과 쓴맛을 줄여주고 맛있는 감각이 입안에 오래 남아 있도록 작용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 뒤 전 세계에서 음식의 맛을 돋구는 조미료로 자리잡았는데, 이것은 영양이 들어 있는 식품이라기보다는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해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일 뿐이다.

화학조미료, 복합조미료, 종합조미료 같은 여러 이름으로 나와 있는 조미료는 음식에 따로 넣지 않아도 맛소금이나 햄, 소시지, 수프, 어묵, 케첩, 마요네즈 같은 가공식품에도 들어있어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 맛에 길들어 있다. 문제는 이것을 많이 먹으면 ‘중국음식점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뉴욕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나타났다고 해서 이름붙은 이 증후군은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조이고, 멀미가 나며 구역질이 나는 증상이다. 또, 어린이의 뇌에 손상을 줄 수 있고, 고온에서 발암물질로 변하기도 하며,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화학조미료의 하루 허용량은 몸무게 1kg당 120mg이라고 정했지만 영양분도 아닌 단지 혀를 자극하는 화학조미료를 따로 먹지 말자.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은 가공식품에도 굳이 돈을 쓰지 말자.

10월 16일은 국제소비자연맹(IOCU)에서 정한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이다. 재료가 지닌 본래 맛도 살리고 영양도 보충하고, 진짜 감칠맛을 즐기는 방법,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넣자. 만드는 방법도 쉬운 천연조미료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만들어 두었다가 음식의 깊은 맛을 즐기고 싶을 때 알맞게 넣어 먹자.

다시마가루
잘 닦은 다시마를 석쇠에서 타지 않게 굽는다. 식어 바삭바삭해지면 분마기나 양념절구에 빻아 보관한다. 조림, 찌개, 쌈장을 만들 때 넣어도 좋고, 콩나물밥에 비벼 먹어도 좋다.

멸치가루
큰 멸치의 내장을 없앤 뒤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볶아낸다. 식으면 분마기에 갈아 보관한다. 된장찌개, 전골 육수에 사용한다. 멸치 다시국물을 낼 때는 적당한 양의 물에 손질한 멸치를 넣고 20분 정도 끓인 뒤 건져낸다.

표고버섯가루
표고버섯을 햇볕에 바싹 말린다. 필요할 때 따뜻한 물에 불려 쓰거나 분마기에 갈아 가루로 만들어 쓴다. 버섯기둥은 버리지 말고 두었다가 된장찌개에 넣으면 국물 맛이 좋아진다.

보리새우가루
수염과 다리를 없앤 보리새우를 달군 프라이팬에 잠깐 볶아 식혀 분마기에 간다. 된장찌개, 나물무침, 아욱국, 죽, 해물요리, 해물냉채에 넣어 먹으면 향긋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홍합가루
홍합을 햇볕에 바싹 말려 가루를 낸다. 국물의 맛을 내거나 나물 무칠 때 쓴다.

채소즙
배, 양파, 마늘, 무, 생강을 적당량 믹서기에 갈아서 흔들어 섞어 쓴다.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하기 전에 채소즙에 10분 정도 재워두면 고기냄새가 없어지고, 살균작용도 한다.

채소간장
간장 1컵, 물 3컵, 마늘 10쪽, 양파 1/2개, 홍고추 1개, 생강 큰 것을 냄비에 넣고 한 컵 정도가 되게 중불에서 졸인다.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쓴다.

야채육수
다시마, 파뿌리, 멸치 대가리, 양파꼭지, 양배추 심지, 무 꼬리, 표고버섯 같이 다른 요리를 하고 남은 재료를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붓는다. 짠맛을 줄이려면 다시마를 한 번 씻으면 된다. 15~20분 정도 끓인 뒤 식혀 체로 거르면 된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국이나 찌개에 국물을 맞출 때 쓰면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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