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럽게 살자

2005.07.02 | 행사/교육/공지

시골 사시는 엄마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잔소리를 하십니다. “락스에 담그면 이거 다 하얘진다, 그러면 소독도 되는데, 피죤 안쓰니까 정전기 나지, 빨래 뻐덕뻐덕한 거 봐라” 등등…
하나도 안 쓸 순 없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으면 합성세제나 표백제 같은 건 안 쓸려고 하는데, 엄마가 보기엔 제가 참 답답하겠지요. 그래도 요즘엔 갈등이 생깁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가 생기고 쌀에도 벌레가 생기고 날파리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니까요. 비누로 대충 씻어 햇빛에 말리면 웬만한 소독제, 표백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장마철엔 속수무책입니다.
장마철을 겨냥해서 세제 업체에선 광고가 한창입니다. 온갖 살균 소독제와 멸균제, 제습제, 벌레 퇴치약 등등. 나름대로 안전하다고 환경에도 무해하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성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천연물질에서 추출했다고는 하지만 화학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또한 완벽한 무균상태, 살균상태를 만드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엔 균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의 면역능력을 강화시키는 게 우선이지 균을 모두 죽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위생 개념이 투철한 일본인들이 외국 여행을 하다가 질병에 걸리는 확률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비누와 함께 소다, 식초, 가끔은 알코올을 설거지와 청소할 때 사용하는데 요즘은 사용량이 좀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시중에서 파는 제품만큼 완벽한 살균, 멸균, 표백, 광택 효과를 내는 건 분명 아닙니다. 그런 효과는 아예 기대하지 말고 최소한의 집안 환경을 위해 한달도 안되는 장마철에는 소다, 식초를 보통때보다 조금 더 쓰고 자주 삶고 햇볕 나는 날 잘 말리는 법을 선택해 보는 걸 어떨까요? 우리 집에서 이렇게 씁니다.

– 가스렌지 주변의 기름때는 소다를 수세미에 넉넉히 묻혀서 닦으면 말끔히 지울 수 있습니다. 닦고 나서 식초로 한번 닦으면 반짝반짝 윤도 나고 살균도 됩니다.

–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도 소다를 푼 물을 붓거나 식초를 부어주면 사라집니다.

– 곰팡이는 눈에 보이면 그때마다 닦아내고 그래도 심할 경우엔 알코올을 솜에 묻혀서 적셔 놓았다가 닦아 냅니다.

– 스테인리스 냄비가 불에 그을려 탄 자국이 많이 있을 때엔 소다 푼물에 하루정도 담갔다가 큰 통에 넣고 한번 끓인 후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아내면 웬만큼 닦입니다.

– 가장 중요한 건 건조입니다. 장마 때라 건조가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마른 행주로 잘 닦아서 말리고 가끔 난방을 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 곡식 류는 아예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합니다. 실온에 보관하는 게 좋긴 하지만 벌레를 막을 수는 없더군요. 마늘, 고추 등등을 써 봐도 안되고 벌레퇴치제를 넣는 간 싫고, 그래서 아예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쌀집에선 쌀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빨래 헹굼물에 식초를 넉넉히 부어서 돌려 주세요. 섬유유연제 역할도 하고 비누냄새도 사라집니다. 전 사과식초를 넣는데 향도 괜찮아요.

– 방향제품이 시중에 많은데 쑥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가요? 약재상에서 파는 말린 쑥을 방에다 그냥 두어도 좋고 조금씩 비벼서 쑥뜸을 하듯이 불을 피워도 은은하게 향이 납니다. 아로마나 고급향보다 훨씬 저렴하고 더 자연적인 향이 납니다. 가끔식 물에 끓여서 목욕을 해도 아주 좋구요.

* 식초는 빙초산이 아니라 일반 식초입니다. 요리할 때는 현미식초를 이용하면 좋고, 이렇게 청소용으로 쓸때는 조금 향이 있는 레몬식초나 사과식초가 좋더라구요.
* 소다는 요즘 가게에서 아예 청소용으로 나온 제품도 있고 화공약품점에 가면 중소다를 싼 가격에 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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