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만들기

2005.09.21 | 행사/교육/공지

지난 해 늦은 휴가를 떠났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귀농한 친구가 있는 장수의 오수천이란 곳의 갈대입니다.
(혹은 억새일지도 몰라요~^0^)

삶 속에서 초록을 찾는 것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한가위 때 고향집에 가서 보니까..
뭔가 소금에 절인 듯한 퀴퀴한 냄새가 집안을 감싸고 있더군요.

‘이게 무슨 냄새야’ 했더니
엄마가
‘빗자루 만들려고 갈대 소금에 절여 놓은 거야’
하시더군요.

그제서야 바깥을 보니
빛바랜 황토색으로 지붕 아래 매달려 있는 갈대가 눈에 들어왔어요.

엄마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손으로 이것저것 잘도 만듭니다..
귀농하기 전에
엄마한테 전수받아야 할 것이 참으로 많아요!
그중 빗자루도 빠질 수 없지요.
갈대 빗자루는 어떻게 만들까 싶어 물어보았어요.

갈대 빗자루 만들기!
첫째, 갈대는 단풍 들기 전에 8월 중순쯤,
몽글몽글 솜처럼 갈대가 패이기 전에 뽑습니다.

둘째, 먹었을 때 짠만큼 소금을 넣어 소금물을 만들어서
푹~ 일주일 정도 담궈두어요.

셋째, 그 후 10분 정도 삶거나 쪄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립니다.

넷째, 그 다음에 노끈 같은 걸로 내맘대로 빗자루 형태를 만들면

갈대 빗자루는 완성입니다. 짝짝짝~

고향집에는
몇 년 전에 그렇게 만든 빗자루가 벌써 3년이나 되어
집을 반짝반짝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지금 갈대는 몽글몽글해져서 내년 갈대를 만나야 겠지만
예전 우리네 옛집에는 가을이 되면
모두들 새 빗자루를 하나씩 만들고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직접 만들고, 해가 갈수록 손때 묻어 정겨워지는
그런 물건 만드는 재미에 저도 빠져 볼랍니다.

갈대도 강가에 서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어야 하니까
많이 뽑으면 안되겠지만,
자동청소기가 아니라 초록 삶으로 다가서는 한걸음, 한걸음을
갈대 빗자루 만들기로 시작해야겠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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