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회원] 야생동물에게 희망을 – 최태영 회원

2002.07.06 | 행사/교육/공지

“노루 한 마리면 우리 아이 등록금이고, 반달곰 한 마리면 집안이 일어서는데.” 최태영씨의 말에, 함께 자리한 지아가 활동가와 녹색연합의 밀렵 올무 수거활동을 말하면서 웃는다.


환경대학원에서 야생동물을 공부하고 야생동물소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태영씨를 만났다. 자연다큐를 보면 숱하게 나오는 모습이 야생동물 찾아 다니고 연구하는 사람들인데, 최태영 씨를 만나보니 그들 중 왜 동양인이 없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이가 손에 꼽는다고 한다. 조경학을 공부하던 그가 지금은 야생동물을 공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최태영 씨의 입에선 내내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이 처한 위급한 상황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그 산에 지난 수십년동안의 녹화사업으로 숲이 무성한데, 숲을 누비는 야생동물은 없다. 최태영씨가 외설악 지역에서 며칠 동안 텐트치고 관찰한 결과 발견한 야생동물의 흔적은 토끼똥 2알이었다. 숲의 주인은 사라진 것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동물 위주라고 한다. ‘이곳에 가면 이 동물의 영역표시를 찾으세요, 이 지점에서는 이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표지판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동하지만, 생명이 살아 숨쉬는 야생동물들에겐 친근감과 경이감을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자연환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야생동물 사슴, 여우, 늑대, 표범, 호랑이… 낯설지 않은 이 이름들이 우리 땅에서 오래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왜 우리는 무감할까? 6·25 전쟁 직후에 한미군이 기념품으로 우리나라 표범 50마리의 가죽으로 만든 카펫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것이 Time지 표지사진으로 실린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표범의 존재를 이런 식으로밖에 증명하지 못하는 걸까?
전 세계에서 여우가 멸종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60년대 이후로는 발견된 적이 없고, 설사 발견되지 않은 몇 마리가 생존해 있다해도 생태적 지위를 잃었으므로 멸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한다.
“정말 문제는, 이 동물들이 왜 멸종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최태영씨의 젊고 의욕적인 얼굴에 암담함이 스친다. 한라산 노루의 예를 들며, 개체수의 분포를 알기 위해, 또 얼마만큼의 수가 가장 생태환경에 맞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실행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분야야말로 먼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러시아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어느 부부의 예를 보면, 나라가 가난하고 부자이고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부부의 연구비는 국가가 달마달 지급하는 300불이 전부다. 초라한 액수지만 끊기지 않고 있기에 이 부부의 시베리아 지역 야생동물 연구는 수십년 동안 계속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아직 살아남아 있는 야생동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었다. 현실을 알아야 희망도 품어볼 것 아닌가. ‘까치, 청설모, 토끼, 고라니, 오소리, 족제비, 노루, 멧돼지, 너구리’ 등을 말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는 종으로 추측컨데 앞으로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들을 위한 보호가 절실하다.

“늑대와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전 세계 늑대의 수를 격감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는 이야기. 늑대는 농경국가에 해로운 동물이 아니다. 이야기에도 나오듯이 양을 치는 유목, 이목 민족에게는 달랐겠지만.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생태적 교육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야생동물들은 일몰과 일출 시간에 주로 먹이활동을 한다. 때문에 일출을 보기 위해 산에 몰려드는 국립공원의 등산객들이 “야호”소리를 지르거나, “아무개야 어디 있니?”를 외칠 때, 먹이활동이 거의 멈춘다고 한다. 가을철에 지방질 축적이 약해지면 겨울철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암컷들은 몸이 약해 봄에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설악산 지리산 등의 유명국립공원이 야생동물을 잘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체수가 증가하지 못하는 큰 이유가 된다.
최태영씨의 당부는 새벽에 산에서 소리지르지 말아주세요, 였다.
(글 / 정혜영 :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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