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회원] 아이가 있는 풍경으로 오세요 – 김미선 회원

2002.11.04 | 행사/교육/공지

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거기 내가 막 빠져나온 풍경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누구나 아이였거나, 지금 아이라는 것이다. 일산에서 스튜디오를 열고 있는 김미선 회원을 만났다.

스튜디오는 작다. 바닥을 나무로 만들었고, 암실과 사진을 거는 벽과 사진틀 모두에 나무결이며, 또한 아이들이다. 그가 직접 만든 의자와 바닥, 더 솜씨있는 누군가가 만든 나무 액자가 있는 픙경은 여느 스튜디오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지나가다 예쁜 찻집 같아서 들어가보고 싶을 만큼의 작은 곳. 스튜디오 이름을 ‘아이가 있는 풍경, 이야기가 있는 풍경’으로 생각했었는데 너무 길어서 뒤엣말을 빼셨다고 한다. 가게를 만들어간 이야기며 숲으로 간 아이들의 사진과 이야기 등이 홈페이지에 있다고 알려주신다.(http://www.finestudio.co.kr)



스튜디오니까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가장 큰 일감이겠지만 이곳에선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김미선 회원이 가장 큰 일감으로 만들고 있는 일들은 이런 일들이 아닐까.

자연 속에서 사진의 원리를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교실 ‘꼬마 사진가’, 5세부터 어른까지 일일 사진교실 ‘빛그림 만들기’, 회원제로 운영되는 열린 작업실 ‘흑백 사진이 있는 풍경’ 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 최소한의 경비로만 운영되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과 사진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사진을 둘러보자니, 아이들에게 여러 표정이 있구나 놀라웠다. 그러니까 사진기를 든 아이들을 찍은 사진에서는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표정, 그 느낌이 살아 있었다.  어색함이 없는 아이들, 사진기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숲으로 갔다. 일산의 고봉산에서 서로를 찍고 뛰어다니는 파파라치 게임을 하고, 산책하면서 숲을 느끼는 것이다. 장구애비를 한 마리 집어들고 반쯤 웃으며 반쯤 찡그린 표정의 아이가 정겹다. 테마를 정한 아이들이 스스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또, 아이들과 함께 한, ‘바늘구멍 사진기’ 작업은 사진의 원리를 재미로 알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빛이 구멍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려놓고 나오는 것, 이것이 사진이 아닌가. 우리가 사는 곳, 건물과 자동차, 사람들, 화분을 바라보고, 그것을 향해 바늘구멍을 열어둔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몇 곳의 잡지에 기고하는 김미선 회원의 사진과 글은 ‘아이와 환경’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해 간척지의 버려진 갯벌을 처음 보았을 때, 1년여를 드러난 채로 죽어가는 벌 생명들을 느꼈던, 울컥했던 기억을 말씀하신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갯벌에도 길이 있다’, ‘야생화가 곱게 물든 봄, 숲 속에서’ 등의 글을 쓰게 되었다.

사진작가가 사진 찍힐 때마다 어색하게 웃으신다. 그 모습이 좋다. 스튜디오 문 옆에 걸린 ‘녹색희망터’라는 글자가 말 그대로 다가온다. 이곳은 희망을 찍는 가게이다. 아기사진과 가족사진, 뭇 생명들이 살아 숨쉬는 숲에서 편안한 산책 같은 야외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 보자. 이곳의 열린 작업실, 일일 사진교실, 빛그림 어린이 교실 등이 일산 지역의 많은 분들과 함께 숨쉬고 이어지길 바란다.

아이가 있는 풍경 :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1245-4 / http://www.finestudio.co.kr / 031-912-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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