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회원] 소박함을 소망하는 상인의 꿈 – 김석정 회원님

2003.03.04 | 행사/교육/공지

귀농을 꿈꾸는 동대문 상인, 모신 상사 사장님 김석정 회원을 만났다.
동대문은 숨가쁘고 혼란스럽지만 정겨운 공간이다.

동대문상가 D동 3층에 있는 모신상사에는 제 갈 곳을 기다리는 각양각색의 천들이 가득가득했다. 모두, 어떤 옷이 되고 어떤 이불이 될런지 궁금해진다.
김석정 회원은 따뜻한 미소를 띄우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 칭찬부터 하신다. ‘작고 푸근하죠. 한달 동안 아껴서 조금씩 읽어요.’
자녀들이 ‘짱뚱이’를 몹시 좋아했는데, 아쉽다고.



귀농을 생각하면서, ‘환경이 뭔가’를 생각하게 되고 여러 가지 것들이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는 길가에 가로등이 혹시 켜져 있지 않은지 확인하게 되고, 물을 아껴 쓰고, 삼푸를 안 쓰고 비누로 머리를 감고, 손발도 비누 없이 씻어내고 하는 등의 실천은 ‘나는 귀농인과 다름없다’라는 마음에서 저절로 실천되는 것이라고 하신다.
귀농하게 되면 자급자족의 원칙으로 주곡 위주로 하되, 닭, 돼지를 적은 수로 겸해서 복합영농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 잘 되면, 허허, 웃음을 띠우시며 회원 열 가족을 먹일 수 있는 규모를 생각하신단다. 또한 그들이 쉬고 싶을 때, 내려와 여유를 찾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싶고, 그 집 마루에 놓아둘, <통>. 내고 싶은, 낼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눈에 띄지 않게 넣을 수 있는 통의 이름으로 <함께함>이 어떠냐고 웃으신다.

주5일제 근무의 사업체가 늘어나고 도시인들의 여가시간이 확보되면, 차차 삶의 질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도농(都農) 간의 관계설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

지난 76년 동대문에 들어와서 이제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현재의 동대문 상가는 서서히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시장은 참 좋은 곳,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중간 역할’이 바로 상인이라는 생각으로, 봉사료를 받는다는 마음가짐이었고, 시장이 잘 형성되어야 나라가 잘 된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장생활을 후배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는 듯 말과 말 사이에는 진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녹색연합의 회원으로서, 활동가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고 힘주어 말하신다. 일반 서민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이런 분들이 있어서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귀농전문학교의 6기 졸업생인데 졸업생의 2/3가 귀농하였고, 요즈음은 괴산과 남원, 무주 등에서 잘 살고 있는 동문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로 사신다고 한다. 또한 실상사의 작은 학교도 이야기한다. 귀농,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는 것. 김석정 회원님에겐 귀농은 소박한 꿈이자, 아름다운 현실이 될 듯하다.

(글 / 정혜영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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