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회원] 일깨우고, 기다려주는 선생님 – 이현애 선생님

2003.03.31 | 행사/교육/공지

이현애 회원은 아파트 입구에 마중 나와 계셨다. 늦은 시간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셨는데, 사실 녹색연합 활동가조차 그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몇 년 동안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녹색연합을 응원해주신 여러분 중에서 이 분을 ‘찜’했다.

작아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이명학씨의 쌀과 함께 온 삼백초 끓인 차와 고향 전북 군산에 계신 어머님이 보내주셨다는 대추를 끓인 차를 내오셨다. 모두 맛과 향이 좋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에서 주최하는 환경교사 연수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던 것이며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 등을 이야기해주신다.

이현애 회원은 성북구 화계초등학교에서 5학년 아이들의 선생님이면서 ‘환경탐구반’을 꾸려가고 계신다. 아이들과 함께 환경에 대한 이론공부(예를 들면 매립과 소각의 문제, 부의 분배, 꼭 필요한 물건의 사용 등), 우리 먹을거리 호박과 깻잎으로 부침개 만들어 먹기, 학교 안에 있는 식물 이름 알아보기 등의 활동을 한다. 장미가 장미인 줄도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1년 동안의 환경탐구반이 끝날 무렵,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을 묻는 설문에 1위는 환경스페셜 ‘지렁이’다큐를 함께 보았던 것이 차지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시간의 해부된 단면도로 알게 되는 지렁이와 흙을 기름지게 하는 살아있는 지렁이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인 것이다.
이현애 님의 거실 한쪽 칸은 환경관련 video tape들로 빼곡했다. 녹색연합 회원의 집이라니까, 함께 간 정명희 활동가의 만족스런(?!) 미소 한 자락.
학교에서는 급식을 한다. 그런데 그 급식에서 아이들이 안 먹는 것, 싫어하는 것들은 잔반처리과정을 조사하여 점점 줄여나가기도 한다. 아이들 이다보니 당연히 쏘세지와 햄 볶은 것들의 양은 많아지고 김치나 나물은 그 반의반도 안 되게 바뀌고 있다. 그나마도 아이들은 좀 덜 받으려고 신경전을 벌이고는 한다는데, 식성은 변한다.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한 아이들은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현애 회원님은 ‘김치 못 먹는 아이의 성공기’를 전해 주신다. 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 두 조각의 김치를 안 먹으려 토하고 여러 날 동안 고집을 피우고, 심지어는 집에 가서 김치를 안 먹어도 되는 나라로 이민 가자고까지 부모에게 생떼를 쓰던 아이가, 결국 김치를 먹게 된 이야기였다. 아이의 부모로부터 편식을 바로잡아 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감을 얻게 되어 자발적이고 리더십 있는 성격이 변하게 된 것을 전해들은 선생님의 마음은 너무나도 흐뭇했다고 한다. 회원님은 이런 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의 교육에서 ꡐ지식교육+인성교육+환경교육ꡑ이 함께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하신다.

교단에서의 18년 동안 깨달은 것. 열성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선생님.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로 그런 선생님이 아닌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신 이현애 선생님이 이렇게 무척(!) 날씬하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적극적인 성격에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늘 움직이고 실천하시니 말이다.


반 아이들에게 공용 휴지를 적게 쓰도록 하고 있다는 말을 나누다가 정명희 활동가의 ‘손수건’ 제안이 나왔다. 아이들이 예전처럼 코를 많이 흘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만, 자기 손 닦고 책걸상의 물이 떨어진 정도의 가벼운 처리는 휴지가 아니라 손수건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당연히 여럿이 함께 쓰는 것이 아니니 위생적이고, 휴지의 사용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이겠다고 이현애 회원님은 좋아하신다. 나무그늘에서 쉬기를 권하는 선생님. 그 나무를 잘라서 만드는 것이 휴지와 종이라고 살짝 귀뜸해 주는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이 느끼도록 기다려주는 선생님. 회원님은 환경탐구반의 1년치 계획표와 프로그램을 잘 정리 보관하고 계신다. 초등학생 대상의 실천적 환경교육프로그램이므로 ‘환경탐구반’을 꾸리시려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좋은 탐구 자료가 되겠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지난 3년 동안 함께 하면서, ‘작아’의 글을 싣는 분들과 만난 적은 없지만 글로 오래 알아 와서인지, 대화하는 듯하고 내용들이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힘을 담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녹색연합의 회원님들, 이 글을 읽으실 여러 많은 분들에게 전하실 말씀을 부탁드렸다. “주변사람들에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도록, 환경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에게 알리려고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신다. ‘예, 알겠습니다.’ 꼭 말씀그대로 하고 싶어졌다.

<이현애 회원님께서 만드신 환경탐구반 프로그램을 꼭 필요한 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이현애 님께 메일로 연락 주세요 >
이메일 주소 l33ee@hanmir.com (첫글자는 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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