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닮고 싶은 두 남자가 나눈 녹색 회원의 길

2004.04.12 | 행사/교육/공지

[산을 닮고 싶은 두 남자가 나눈 녹색 회원의 길]

양시종 회원님과 강호정 회원님

# 첫 만남 – “백두대간과 산양”에 대하여

양시종 회원님(이하 양) : 양양 용소골 쪽에서 산양 사체를 보는 것만 해도 벌써 다섯 마리 째예요.

강호정 회원님(이하 강) : 우리나라에 산양이 많아요?

양 : 200여 마리쯤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산을) 돌아다니다가 산양을 보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강 : 전 책을 보다가 우리나라에도 산양이 있구나 했죠.

양 : 산양이라는 것이 세계적으로 보호동물, 멸종 위기종이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도 잡아들이는 거죠. 잡는 것도 잡는 것이지만, 총으로 쏴서 가져가버리면 아예 모르잖아요. (올무를 걷으며 산을 다니다보면) 그런 흔적을 많이 봐요. 잡기 위해서 몰이하고 숨어있던 공간들 말입니다. 소비, 즉 누군가가 사려고 하니까 잡는 거겠죠. 산양 같은 경우 일반인들은 아예 먹을 생각도 못해요. 말을 들어보면 500만원에서 천만원 이상 거래가 된다고 하는데, 그게 여기서(산에서) 그 정도 돈이면, 밖에서 직접 먹는 사람들은 뭐 몇 천만원씩 이렇게 투자를 하겠지요. 그걸 먹는 사람들이 누구겠어요?
최근 (밀렵에 대해) 많이 강화되었다지만 벌금, 거 얼마 안 되니까(밀렵꾼들에 따르면), 한 마리 두 마리 잡다가 진짜 재수 없게 걸리면 그냥 들어가 산다고 그래요. 많이 살아봤자 3개월이고, 벌금이라 해봤자 2-300만원인데, 그 사람들한테는 얼마 안되니까 몇 마리씩 여러 번 잡다가 딱 한 번 걸린다 그거죠. 우리가 발견하는 것보다 잡히는 것이 더 많아요. 올무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면 잡았던 흔적도 많고… 사체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겠죠. 그놈의 그 몸보신이 뭔지….

# 이야기 산의 한 고개를 넘어  

강 : 주로 지리산을 많이 갔죠. 대학교 때 한번은 제가 등반 대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천왕봉 바로 밑에 장터목 있잖아요, 장터목에서 새벽 세시반인지 네시반인지 출발을 할 때 대원들에게 ‘조심해라~’하고 말하곤 내가 바로 밑으로 굴러 떨어졌어요. 등반대장이라고 후배들한테 (조심하라며) 인상 쓰고 막 돌아서는데, 밑에 돌 뿌리가…(웃음), 살짝 굴렀는데, 아! 암말도 못하고 뒤에 쫄랑쫄랑 쫓아갔다 왔었죠. 하하하. 그리고 덕유산 쪽으로도 다녀봤었죠.

양 : 덕유산! 내가 좋아하는 산이었는데, 종주등반도 하고 그랬죠. 무주리조트 들어선 다음에는 다니지 않아요.

강 : 무주리조트 들어선 다음에는 리조트에 다녀오는 거지 산에 다녀오는 게 아니죠.

양 : 산을 완전히 버려놨어요. 밑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까지 다 데려다 주니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산장에서 하루 자고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거의 태반이더라구요. 그 주변은 완전히 허허벌판이 되었어요. 워낙에 케이블카를 많이 타고 오니까 그 산 자체가 다 뭉개졌죠. 지금 복원 사업한다고 하고 있죠. 무주 리조트 들어선 다음에는 남덕유 북덕유 종주를 해요. 그 구간만 좀 살아있고, 나머지 구간은 산 같지도 않죠.  지금 등산로 주변에는 망가진 곳이 너무 많아요.

강 : 그렇게 사람들이 다니는데 망가지지 않을 수 없죠.

양 : 예전, 십여 년 전 백두대간 종주할 때 길을 못 찾아 가서 헤맨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독도를 하는데, 날씨가 좋으면 잘 되지만, 안개나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여기를 가면 저기고 저기를 가면 여기고…, 컴퍼스 나침판 꺼내놓고 보면 방향이 맞는 것 같아 가다보면 왔던 길이고 그랬어요. 이제 백두대간 길은 지도가 필요 없어요. 하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요. 벌써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죠.

# 그들의 일상에서 녹색 삶의 철학을 읽다

강 : 처음에 (회원 인터뷰 의뢰)전화를 받곤…(웃음). 저는 거절을 잘 안 해요. 문자 메세지에 ‘대학로 7시 안토니아스라인’을 보고 생각했어요. 지금 뭐라고 대답하지, 당장 월요일인데…(웃음). 인터뷰가 뭐 어떤 것인지,  집에 가서 책도 보고 그랬어요. 왜냐면 한 것이 없으니까요. 월 회비 꼬박꼬박 낸 것하고, 이렇게 두 번 세 번 온 것 밖에 없었거든요.  

양 : (웃음)

강 : 남들한테 농담반 진담반 녹색연합이나 들어라 그러죠. ‘거기 뭐하는 곳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녹색인데 뭐하는 곳인지 모르것냐?’ 그렇게 말하죠. 그런데, 내가 뭐… 한일이 없어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그래요. 처음엔 너도 이렇게 활동해봐라 했는데, 직장인이다 보니 녹색연합에서 열흘간 어디를 가고, 평일에 뭐를 하고… 그런 시간적인 것들이 안맞더라구요. 처음에 몇 번 참여를 하고 친하게 되면 될 텐데, 그것도 시간이 잘 안 맞고 안나가기 시작하다보니 회사일하고도 겹치고, 그러다보니 사실 좀 멀어지는 것 같고 그래요. (녹색희망, 작아) 책 받으면, 맨 처음 날짜부터 봐요. 평일 사박오일이라던가, 주말 프로그램일 경우, 휴가내기가 쉽지 않으니까, 여름에 휴가를 내서 맘 먹고 함께 한다던가 할텐데, 쉽지만은 않아요. 지난해 신입회원 한마당하고 하반기 기수모임, 송년모임 이렇게 참여했던 게 다죠.
지난해 12월에 회사에서 일박이일로 교육을 받는데 개인의 비전을 10년, 1년으로 구체적으로 적는 시간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술 적게 마시기, 적금 더 붓기,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녹색연합 사무실 조금 더 가기’ 그렇게 썼죠.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무실을 가봐야 이야기도 좀 더 하게 되고, 회원 관계도 다지고, 활동가도 할 수 있는 거고…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신입회원 한마당) 늦게 가서 밥도 못 얻어먹었어요(웃음). 가서 비빔밥도 좀 얻어먹고…. 그런데 안타까운 것이 다시 전주로 내려가거든요.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시고…, 곧 내려 갈 텐데 거기 얼굴 비춰서 뭐하겠느냐 싶고 그래요.

양 : 나도 녹색연합 처음에 왔을 때 녹색연합이 뭔지도 모르고, 서재철씨(자연생태국 국장)가 (산에) 가자하니까 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 생각이 바뀌어요. 삼사년 전에 tv를 통해 삼십분 방송되었던 게 있는데, 네명이서 사십여일 동안 올무수거 작업한 내용이었어요. 최영두, 이정연 그리고 서울영상집단의 공미연, 나하고 넷이서 다니며 열심히 올무를 다 걷고 나서 그 자리에 다시가면 또 있고, 한번은 하얀 눈위에 온통 핏자국이 있었어요. 올무가 수도 없고, 얼마나 잡았는지 덫이 피로 얼룩져있고 털도 잔뜩 붙어 있고…, 올무에 걸려서 발버둥치는 토끼 풀어준 적도 있고…, 황당했던 일도 있었어요. 산림청 조림지에서 차를 세워놓고 올무를 잔뜩 수거해가지고 내려왔더니, 우리 차 앞에 쪽지가 적혀 있는 거예요. ‘밀렵꾼들 즉각 수거해서 물러가라. 차 넘버 적어놨다’ (웃음) 차 뒤에 온통 올무, 덫이 잔뜩 쌓여 있는데, 사람은 없고 하니까, 아마 산림청 직원이었던가 봐요. 산림청에 전화해가지고 어떤 직원인지 모르겠는데 오해 좀 풀어 달라고 그랬지요. 예전엔 사람들이 겨울에 한번씩 토끼몰이 해서 놀고 그랬던 것은 어찌 보면 운치도 있어요. 지금도 동네 사람들이 어쩌다 같이 해먹자고 하나 잡고 그런 거는 어느 정도 애교스럽다고 봐요.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방 한칸 정도 되는 공간에 올무 2-30개씩 설치를 해요. 그렇게 많이 설치를 하지요. 고라니나 노루 같은 것은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그렇게 이쁜 애들을 잡아먹는 거는…. 야생은 야생으로 살게 나둬야 하는데, 자꾸 사람들이 관여를 하잖아요.    

강 :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가끔 하는 생각인데, 조류독감이나 돼지콜레라 돌았을 때, 죽은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불쌍하게 죽이잖아요. 어디서 보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안락사를 시키는 던데 우리나라에서는 (허탈하게 웃음) 그냥 막 생매장을 시키고…. 산에 있는 그 애들(동물들)도 참 불쌍하고…그래도 생명이 있는 건데, 죽이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생명처럼 다루어야 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자꾸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자고 하는데, 결국 인간이 자꾸 자초하는 것 같아요. 공해문제도 그렇고. 내 생각은 그렇거든요. 하나를 얻으려면 그 하나만큼 자신의 뭔가를 잃어야 해요. 옛날에 먼 길을 걸었는데, 지금은 차가 있어서 금방 편하게 가잖아요. 편한만큼 그 대신에 매연을 맡아야 되잖아요. 자기가 자기 무덤 파는 것과 마찬가지죠.

# 이런 삶도 꿈꿔봅니다.

강 : 처음에 (녹색연합) 스티커 붙여놨거든요. 큰 건 컴퓨터 모니터하고 거울에, 조그만 건 핸드폰과 핸드폰 밧데리, 지갑에 붙여 놨어요. 친구들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지갑 보여주면서, 내 앞에서 행동 잘 해라 (웃음) 한번씩 이야기해요. 보험회사에서 있다보니 일회용품을 많이 써요. 상자 버리는 것, A4용지 버리는 것 엄청나게 버리거든요. 우리 영업소는 종이컵을 써요. 컵을 바꾸려고 했는데, 한 30여명 되다보니 누가 컵을 씻느냐가지고 막 분쟁이 생겼어요. ‘그냥 종이컵 먹고 버리면 깔끔하다’, ‘일회용 접시 쓰고, 컵 쓰고 버리면 되지, 괜히 분란을 만드냐’ 등. 컵, 나무젓가락, 접시 일회용으로 쓰고, 집기비품 바꿀 때 버려지는 것도 많아요. 쓸만한 것이지만 버려지죠. 처음엔 쓰레기 줄이자 해도 안 듣더니만,  몇몇이 이제 종이컵 좀 덜 쓰고, 나무젓가락 말고 쇠 젓가락 갖다 쓰고 그 정도예요.

양 : 저는 건축 쪽에서 일하는데, 직접 집을 지어요. 그런데 집을 짓더라도 나는 콘크리트는 안해요. 주로 목재집, 황토집을 많이 짓죠. 그런데, 아직 내 맘에 드는 건 없었어요. 지금 (내 집을) 지으려고 계획 중이에요. 아주 이상한 집을 지을 것 같아요. 집들의 장점만을 모아서…. 올해부터 지으려고요. 원래 작년에 갑자기 내가 사고가 나가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서울에서도 두 시간 거리 정도인 충추 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참, 얽매이는 걸 싫어해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한 가지 일을 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라면…(웃음) 다 산 때문에 그랬어요. 광양제철에서도 지게차 기사를 했거든요. 월급도, 일도 다 좋았는데, 2주에 한번밖에 안 쉰다 하더라구요. 산에는 가고 싶은데, 안되겠더라구요. 결국 그만두고 바로 올라와서 산을 탈 수 있는 직업을 택했지요. 나는 꼭 살만하다 싶으면 산을 찾게 되고, 잘 된다 싶으면 꼭 하나씩 일이 터져요.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아, 산에 가야겠다’(웃음) 그랬죠.

강 : 결혼 안하셨죠? 산에 가서 만나시면 되겠네요. 산에서 (배필을) 만나야지 이해하고 같이 산에도 가지요. 하!하!하!하!

도시의 한복판에서 ‘산’을, ‘백두대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러나 ‘녹색연합 회원으로서’ 어찌보면 닮은 듯한 양시종․강호정 회원님으로부터 삶의 철학에 대해 나눠봤습니다. 밀렵방지와 올무 수거 출장을 하루 앞두고 시간을 내어주신 양시종 님과 퇴근 후 약속시간 맞추시느라 서둘러 오신 강호정 님께 감사드립니다. 강호정 님은 익산에 잘 내려가셨다고 연락 주셨습니다.

정리 : 정혜영(편집위원)
편집 : 박정운(시민참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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