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차 밭을 가꾸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님

2006.06.05 | 행사/교육/공지

지난 토요일, 녹색연합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녹색순례 뒷모임 겸 성북동 나들이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사랑방이라 이름 붙인 사무실 주방에 다기를 옮기는 손이 잠시 분주하더니 이내 그윽한 차 향이 가득 찬다. 나눠 마실 찻잎까지 챙겨와 팽주가 되어준 이정희 회원, 녹색순례에서 7 일간을 함께 걸었던 살가운 이다. 서먹서먹하던 순례 첫 날, 다른 모듬 보다도 더 어색해하던 수줍은 많은 우리 모듬원들 분위기를 풀어주던 유쾌한 정희 언니, 언니 옆에선 늘 즐겁다.

차를 마시며 슬며시 인터뷰 얘기를 꺼냈더니 자기는 불량 회원이라며 극구 인터뷰를 거부한다. 원래 4년 쯤 회원하면 이런데 한번 나오는거다, 싫다 창피하다, 아니 뭐가 창피하냐, 내가 소개할 게 뭐가 있냐, 티격태격. 한 모둠이었던 이들과  빛깔 좋은 오미자주를 나누며 어쨌든 인터뷰(?)에 성공했다. 흠~ 인터뷰라니 너무 거창하고,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 언니가 너무도 좋아하는 차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걸었던 길들을 떠올리며 웃음소리도 터지고, 이야기는 깊어지다 넓어지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오래 만난 친구같이 흘러간다.

녹색연합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냐는 물음에 직장동료로 만나 허물없이 지내던 동생이자 친구인 이가 어느 날 홀연히 활동가로 변신하더니 ‘반 강제로’ 회원가입을 시켰다며 반쯤 농담으로 말한다. 그래도  그렇게 맺은 인연이 참 귀하단다. 인연을 맺게 해준 친구에게 고마움도 전한다.

“그냥 자연이 좋고 또 좋은 일에 내가 보탬이 될수 있음 좋겠다 싶어서 별 거부감 없이 가입했지. 친구가 좋은 일 한다는데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IT업계. 그 중에서도 광고를 기획하는 그가 일주일이나 되는 녹색순례에 참가한 느낌이 남다를 것 같았다.

“아주 특별하고 충만한 느낌. 자연과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조우했다는 점에서도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고 정말로 맑고 깨끗한 사람들과 인연을 좀더 특별히 맺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도.”

그 동안 녹색연합 회원이면서도 특별히 생활로 실천하지도 않고 뭔가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번 순례로 삶 안에 녹색생활이 한층 다가온 느낌이란다. 그이가 자주 쓰는 ‘인연’이란 말에 녹색순례에서 더해진 나의 인연도 생각한다. 술잔을 나누던 이들의 얼굴에도 인연이란 말에 살풋 미소들이 감돈다. 회원으로 만나서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잠자고 함께 생각을 나눈 인연이 결코 쉬이 이뤄진 인연은 아닐터. 앞에 옆에 앉은 이가 참 특별하다 싶다.

웃음소리들이 오가는 사이에 인심 좋은 주인장이 차를 내어주었다. 인심 좋은 주인장 역시 정희 회원님이 ‘차(茶)’로 만나 다시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게 해준 이다. 6월에는 세 살배기 딸아이의 생일을 기념해 녹색연합에 회원으로 가입하기로 했단다.

“차는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게 젤 맛있어.”

나눠마시던 그 차가 참 맛있다고 했으니 우리들이 좋은 사람이었겠지. ‘좋은 사람들’이라 불리는 기분이 참 좋다.

정희 회원님은 차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게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언젠가 차 밭을 가꾸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님. 님의 차 밭 한켠 찻 집에는 인심좋고 유쾌한 주인장을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의 사랑방이 되겠지. 좋은 사람과 마시는 차가 가장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박한 찻집을 상상해본다.  

반 강제로 가입했다더니 이제는 인연의 징검다리가 되어준 이정희 회원님, 그 다리를 건너 더 많은 귀한 인연이 퍼져 나가길.

아, 그 이의 향내 나는 블로그에 가면 직접 그린 민화 작품도 볼 수 있다. 만약 다시 진로를 선택하라면 국문과나 미대를 가고 싶다더니 예사럽지 않은 솜씨다. 재주도 많으시지!

글 : 문은정 / 녹색연합 조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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