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점봉산, 우연이 아닌 만남 – 고정록 회원님

2006.07.31 | 행사/교육/공지

비 내리는 점봉산, 우연이 아닌 만남

– 1% 나눔 고정록 회원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 이었어~” 이런 유행가가 있다. 우리의 바람으로 맺어진 만남이라고. 오래된 첫사랑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참 좋아했던 노래가 나오는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만난다는 영화와 같은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만남을 통해 마음에 담아두었던 어떤 느낌을 갖거나 참 만나보고 싶었는데 했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다. 그런 만남은 영화처럼 운명적이지도, 극적이지도, 그리고 머리 속에서 종이 울리지는 않더라도, 정말이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비가 오는 백두대간은 어떨까. 백두대간의 깊은 골짜기 어디, 산과 나무가 울울창창한 곳이 아니라 댐을 건설하고 있는 건설현장. 그것도 비가 내려 토사가 흘러내려가는 장면이 똑똑히 목격되는 언덕 어디쯤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행을 하는 동안 한사람도 만나지 않을 만큼 인적 드문 곳, 비 내리는 점봉산 조침령. 양수발전을 위해 전봉산에 상부댐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어디쯤 이었다고 했다. 그런 곳에서 익숙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이리 궂은 날씨에도 산행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신기해하며 서로 통성명을 하고 나니 고정록 회원님이 만난 사람은 녹색연합 활동가들이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양수발전을 위해 백두대간 자락에 댐을 짓고 있는 건설현장에 답사를 왔던 것이다. 고정록 회원님은 점봉산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만난 날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99년 10월 초, 우연이 결코 아니었던 만남은 녹색연합과의 인연을 맺어주는 결정적인 끈이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회원 인터뷰까지로 이어졌다. 얼마 전 새로운 일을 하신다며 회원님이 사무실로 전화를 주셨다. 매달 수익의 1%를 녹색연합에 기부하겠다고 하셨다. 주로 건강식품등을 취급하는 회사를 시작하면서 1%는 녹색연합에 1%는 아름다운 재단에 또 1%는 선교단체에 후원하기로 다짐하셨단다. 그 1%를 나중에는 10%까지 올릴 생각이라고 하셨다. 그러기 위해서 번창하시라는 내 농담에도 꼭 그러겠단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까지 방문해주신 고정록 회원님을 위해 사무실 곳곳을 안내했다. 그러는 동안 활동가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사람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는 회원님.  

종종 혼자서 산에 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산행을 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든지 산을 망가트리게 된다며 가장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 조용히 발걸음을 움직인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걸었고, 걷는 길에 만나 반가웠던 야생화 군락지 뒤로는 댐과 도로 관광단지 개발에 밑 둥만 남은 고목과 파해 쳐진 산등성이에 마음 아팠다고 하셨다. 고정록 회원님은 그렇게 두발로 만난 백두대간에 참으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가 가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창조주가 만들어 준 자연이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파헤쳐 지는게 안타깝다 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후원하고,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오늘은 말끔한 정장에 우리들을 찾았지만 조만간에 그가 찾을 곳은 또 낡은 등산화, 그 끈 꽉 여미고 걷는 백두대간, 그곳이 아닐까. 이번에는 어떤 녹색 인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인연, 참으로 오래가길. 회원님과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글 : 보람 /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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