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숲을 보여주세요 – 숲해설가 이현주 님

2007.04.09 | 행사/교육/공지

산을 좋아하다 산 지킴이가 되다
4월에는 ‘나무’라는 주제로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난 분은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현주 회원님. 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봄날, 인사동에서 이현주 님을 만났다.

이현주 님은 결혼 전부터 산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사흘에 한번씩 배낭을 꾸려 산을 찾았다고. 하지만 단순히 산을 좋아한다고 숲해설가가 되지는 않았을 터. 현주 님이 숲해설가가 된 것은 고봉산과의 인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은 뒤 일산의 다른 엄마들과 공동육아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의 고봉산에 25층짜리 아파트를 세운다는 거예요. 고봉산은 300m짜리 정말 작은 산이지만, 논과 습지가 있어서 동식물이 정말 풍부했어요. 그래서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들과 함께 주택공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게 됐죠. 그게 2000년쯤이었을 거예요.”

‘푸른 고봉산을 가꾸는 사람들’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이들을 들춰 업고 산 앞에서 용역직원들과 싸우는 일들이 이어졌다. 나무를 몰래 베려는 주택공사의 ‘꼼수’ 때문에 새벽에 자다 말고 뛰쳐나간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나무를 자르는데 톱으로 자르는 게 아니라 포크레인으로 허리를 쳐버리더라고요. 나무들이 뿌리까지 파헤쳐서 온 산이 나무 냄새로 진동하는데 그게 피비린내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인근 안국초등학교 아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울면서 말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다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푸른 고봉산을 가꾸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콘서트와 포럼을 열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계속했다. 시장을 납치하다시피 모셔와 연구결과를 듣게 한 일도 있었다. 다행히 그 일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고양시장은 결국 개발 대신 생태공원을 만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단다.

새롭게 숲과 만나는 방법, 숲 해설가
“그렇게 싸움을 하면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걸 너무 모른다는 걸 알았어요.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자연스레 숲학교를 만들게 됐습니다.”
공동육아를 하던 어머니들이 숲해설가로 나섰다.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봉산 숲학교는 입문 1년 과정과 심화반 1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주 화, 수, 목, 금요일 오후 산에 오른다. 숲학교에서는 단순히 나무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나무와 새와 곤충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봄에 되어 맛난 새순이 올라오면 애벌레들이 늘어나는데 그때 나무는 황색호르몬을 만들어 내요. 그러면 새가 알고 찾아와 애벌레를 잡아먹지요. 새는 또 배설물을 통해서 나무의 씨를 퍼뜨려 주고요. 이렇게 자연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이런 관계 맺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이현주 님은 산에 오면 아이들이 달라진다고 하신다. 서먹서먹하던 아이들도 간식을 나눠먹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 처음엔 자연을 함부로 다루던 아이들도 이내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때론 얘기해 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내보여 깜짝 놀라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현주 님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선 말과 행동이 더욱 조심스럽다고 하신다.


“요즘 아이들은 작고 섬세한 것들을 볼 줄 몰라요. 하지만 숲에서 나무와 곤충과 작은 꽃들을 보기 위해서는 오래도록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런 눈을 갖게 되면 지금과 같은 물질 위주의 세상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현주 님은 어린 시절 숲에서 놀던 즐거운 추억을 갖고 있다. 그것이 어른이 된 지금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숲과 함께한 좋은 추억을 갖게 해주고 싶단다. 다만 요즘에는 숲학교에 오는 날조차 아이들이 학원에 가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고. 또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너무나 아쉽다고 한다.

나무를 닮은 듯 넉넉하고 포근한 이현주 님과의 데이트. 녹색연합에 대해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집이 일산이라 아무래도 녹색연합 사무실까지 나오기는 힘들어요. 일산에도 모임을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활 속의 ‘녹색실천’을 꿈꾸는 일산 회원님들이 다함께 모임을 만드는 건 어떨까.

그리고 현주 님의 마지막 바람! “큰아들이 지난번 섬환경캠프에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이번엔 꼭 갔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 : 김남희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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