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녹색실천하기 – 정윤미 님

2007.05.10 | 행사/교육/공지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녹색을 실천해 보세요”
‘한살림꾼’ 정윤미 님

먼저 돼지저금통 이야기를 꺼내야 겠다. 정윤미 님은 지난 3월 소박한 밥상 모임에 아이들과 함께 커다란 ‘복돼지’를 들고 와 녹색연합에 안겨주었다. 동전으로 가득가득 채운 연두색 복돼지는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까.
“몇 년 전에 녹색연합이 굉장히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그때 활동가들이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단 얘길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뒤 집에 있던 돼지저금통에 ‘녹색연합 후원금 통장’이라고 이름을 붙인 뒤 가족들이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큰딸 지수와 작은아들 한별이는 용돈에서 얼마간 떼어 저금통을 채웠다. 집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돼지는 입을 벌렸고, 명절 때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 고스톱을 칠 때도 열심히 배를 채웠다.
“연말에 가지고 가자”던 저금통을 다 채우는 데는 꼬박 4년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채워진 돼지저금통은 녹색연합에 와서 활동가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저금통을 채운 많은 동전의 수만큼이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다. 4년 넘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금통을 채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이 복돼지가 토해낸 돈을 은행에 갖고 가서 회원님이 모아주신 돈이라며 자랑을 많이 했다.
정윤미 회원님이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99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까 좋은 먹거리나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그때 라디오에서 녹색연합 광고를 했는데 그걸 듣고 얼른 전화를 걸어 가입했죠. 그때 회비가 5천 원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 해 광화문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갔다가 한살림과도 인연을 맺었다.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우리 땅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노원 한살림에서 ‘햇살모임’을 꾸려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한 기초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좋은 먹거리도 만들고 면생리대 등도 만든다고.

정윤미 님은 이런 활동을 할 때마다 5학년인 지수와 4학년인 한별 남매를 항상 데리고 다닌다고.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환경공부를 하고 식품첨가물이나 환경에 관한 책도 많이 읽은 두 아이는 “엄마, 저는 라면 주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의젓하다. 채식 위주의 식단도 불평 없이 잘 먹고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가장 좋아하는 순수 한국소년소녀. 남매는 1주일에 한 번씩 등교하기 전에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고 2천 원씩 용돈을 받는데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용돈의 10%는 기부한다.
“아이들한테 너만 잘 먹고 잘 살면 안 된다고 말해요. 같이 사는 세상이고, 어른들이 이렇게 망가뜨렸으니까 너희들이 잘해야 한다고. 아이들이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윤미 님의 이런 생각은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이 줄줄이 학원을 도는 것과 달리 지수는 피아노, 한별이는 바둑과 축구를 한다. 아이들이 꼭 하고 싶다는 것만 가르친다고. 조기교육에 과외에 다들 앞서가려는 요즘 세태, 엄마로서 때론 불안하지 않을까.

“가끔 남편이 말해요. 아이들이 공부 잘해서 엘리트로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요. 그럼 제가 그러죠. 공부 잘해봐야 월급쟁이밖에 더하겠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만족하죠. 사실 저는 아이들이 환경관련 공부를 한다면 참 좋겠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가르치되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등을 떠밀고 싶진 않아요.”
때론 아이들에게 엄마가 배우기도 한다. 밥을 먹고 누룽지를 먹을 때면 아이들은 기름기가 둥둥 뜬 밥그릇에도 대수롭잖게 누룽지를 받아먹는단다. 무의식적으로 새 그릇에 덜어먹던 윤미 님이 그걸 보고 ‘아, 난 멀었구나’한 적도 있다고.

늘 아이들과 함께 녹색생활을 꾸려가는 정윤미 회원님은 녹색연합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환경에 대한 것은 어릴 때부터 깨워가야 하잖아요. 어른이 어른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른에게 하는 한마디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큰딸이 중학교에 가면 아이지엘 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지금은 조금 침체돼 있는 것 같던데 아이지엘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초록이학교도 다시 했으면 좋겠고요.”

녹색연합 회원이 된 지 9년째. 정윤미 님 가족은 올해 ‘녹색’과 더욱 더 가까워졌다. 양평에 있는 서울시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텃밭 농사를 시작하였다. 상추, 열무, 치커리, 감자 등등 온갖 푸성귀를 수확할 생각에 윤미 님의 표정은 벌써부터 환하다.
정윤미 님 가족은 요즘 또 한 마리의 복돼지를 키우고 있단다. 이 복돼지는 언제 어느 곳으로 가서 또 누구를 기쁘게 할지 자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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