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요 – 김현아 님

2007.07.02 | 행사/교육/공지

공동육아 위해 이사
합정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쯤. 서울 어디에 이런 곳이 숨겨있었나 싶게 밭과 숲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고층 아파트 단지 대신 나지막한 연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뒤로는 산이 그림처럼 펼쳐있는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 ‘궁동’. 그곳에 이번 달 우리가 만날 회원 김현아님이 있다.

사실 현아님은 녹색연합 이유진 활동가와 친한 친구 사이다. 6년 전쯤 ‘백수’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가입했다고 한다. 현아님은 현재 평화의 교회 안에 있는 농도생협 매장 ‘초록세상’에서 실무 일을 맡아보고 있다. 일을 맡은 지 이제 두 달 남짓. 매장은 우리가 평소 보아오던 물건 많고 큰 곳은 아니다. 1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곳을 현아님이 맡으면서 서서히 추스르는 중이다. 평화의회에는 생협 말고도 공동육아 ‘궁더쿵 어린이집’과 청소년 공부방 ‘신나는 집’ 등 여러 대안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현아님이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어린이집 때문이다.

“이사 오기 전에는 부천에 살았어요. 39개월 된 딸 다운이를 공동육아로 키우려고 알아봤는데 쉽지 않더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이곳 ‘궁더쿵’을 알게 됐습니다. 한번 와서 봤는데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궁동에 있는 재미있고 신나는 어린이집 ‘궁더쿵’. 이름만 들어도 예쁜 이곳으로 현아 님 가족이 이사 온 게 3개월 전이다. 다운이가 궁더쿵에 들어간 뒤 바로 현아님도 생협 일을 맡게 된 셈이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엄마는 생협에.
현아님은 아침 10시쯤 다운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2층에 있는 생협 점포로 출근한다. 현아님이 우리와 만나고 있는 이 시간에 다운이는 1층에서 열심히 놀고 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결혼 전까지는 현아님도 평범한(?) 처녀였다고 한다. 역사학과를 나온 뒤 중국 다큐멘터리 작가로 잠시 고생을 했다.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가지면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저는 나름대로 먹는 것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아토피가 너무 심한 거예요. 결혼 전, 임신 전 식생활이 영향을 미친 거죠. 정말 놀랐어요.”
그 이후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점차 생활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운이 에게도 유기농만 먹이고 설탕이나 과자 같은 것들은 일체 먹이지 않는다고. 덕분에 다운이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된장국이나 나물 같은 반찬을 좋아한다고 한다. 반면 밖에서 먹는 음식은 너무 달다고 뱉을 정도라고. 누가 사탕을 주어도 그것이 먹는 것인 줄 아직 모른다고 한다.
딸과 함께 엄마도 역시 건강해졌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파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했다는 현아 님.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던 그는 아이를 낳은 뒤 병원과 약을 끊었다. 2~3년간은 계속 아팠지만 그 이후에는 몸이 아주 건강해졌다.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걸리더라도 금방 낫게 된다고. 딸 다운이도 그렇게 키우고 있다. 감기에 걸려도 해열제를 먹이지 않는다. 족탕을 해주고 겨자찜질을 해서 땀을 내고 나면 금세 낫는다고 한다. “주위에서 독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가끔은 다운이가 아픈 걸 보다 못해 제가 병원에 데려가려고 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아픈 아이가 있어도 다운이가 약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예요.”

다같이 잘사는 세상 만들기
현아님이 돌보는 농도생협 ‘초록세상’의 가장 큰 일거리는 어린이집과 공부방에 유기농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초록세상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회비를 받아 운영하고, 물품은 떼어온 가격 그대로 판매한다. 이윤은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간혹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그날 팔지 못한 물품은 대부분 현아님 네 밥상 위에 오른다.

“얼마 전 작아에서 씨앗을 받아서 텃밭을 일구고 있어요. 텃밭을 해보니 농사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더군요. 그 후엔 물건을 받을 때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지요. 내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어요. 생협 물품이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게 아니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유기농 식단으로 꾸린 맛난 저녁까지 얻어먹고 돌아오는 길. 덩더쿵 아이들이 모두 나와 흙장난을 하며 놀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진정한 녹색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붙임말 – 생협 옆에 있는 도서관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목록정리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부천 궁동 주위에 사시는 회원님들 중 도와주실 분은 연락주세요.)

글 / 김남희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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