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과 공감하기 – 김건종 회원님

2007.08.13 | 행사/교육/공지

녹색연합에서 열리는 캠프에 활동가만큼이나 열심히 참여한 회원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바로 이번 달 인터뷰의 주인공 김건종 님이다. 건종 님은 현재 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녹색연합에 코 꿴 사연
“본과 1학년 때 학교에서 환경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엠티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녹색연합에 들렀다가 코가 꿰었죠. 하하.”
유쾌하게 말하는 그의 사연을 들어보니 이것 참 운명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당시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을 모두 찾아봤는데 녹색연합이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게 됐다고. 게다가 하필 그때 만난 분이 ‘사람 잘 낚기’로 유명한 서재철 생태국장이었다니^^. 결국 동아리 엠티는 제1회 청년생태학교로 가게 되었다.
건종 님은 섬환경캠프에도 보건교사로 함께했다. 첫 캠프 때는 중학생, 고등학생도 참여했는데 예기치 못한 갖가지 해프닝이 만발했다고 한다.

“고등학생들이다 보니 2~3일만 지나면 삼각관계가 생기고 커플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밤중에 점호하다 보면 커플끼리 사라지기도 하고. 놀라서 밖에 나가서 찾아보면 보이지도 않는 컴컴한 길을 둘이서 손 꼭 붙잡고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고등학생들은 그러고 있고 중학생들은 또 애들대로 울고 있고 그랬죠.”
작년 섬캠프 때도 지원팀으로 함께 했는데 캠프 일정 때문에 건종 님의 신혼여행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웃는다.

절에서 만난 ‘운명’
건종 님이 환경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데는 잠시 절에서 있었던 일이 크게 작용한 듯싶다.

“예과 2년을 마치고 본과에 올라갔을 때 1년 동안 휴학하고 절에 가 있었어요. 그때 인생에 대한 고민을 했죠. 산에 오르고 놀러 다니는 것 좋아하고 그랬는데 사회 문제에서 너무 벗어나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을 하다가도 좀 지나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고. 늘 반 발 정도만 담그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이 그를 절로 이끌었고 절방에서 장일순 선생의 책과 녹색평론을 보고 환경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후 녹색연합과 만나면서 자신이 살고자 하는 방향과 실제 삶의 방향이 일치하게 된 것 같다고 한다. 건종 님은 캠프는 물론 강원도 반달곰 조사, 영월 동강 탐사, DMZ 생태조사 등 많은 활동을 녹색연합과 함께했다.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전북 부안에서 근무했는데 다음해 위도 핵폐기장 문제가 터졌단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환경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 현장에 건종 님도 함께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녹색커플
지난해 결혼했다는 건종 님의 반려자도 환경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해온 후배라니 역시 녹색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이다. 이들의 일상에 대해 호기심이 인다. ‘녹색커플’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실제 생활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고 어려워요. 여러 곳으로 움직여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차도 샀고요. 작은 부분이라도 환경을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쉽진 않네요.”

차가 있으니 가까운 거리도 자꾸 차를 이용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가능하면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에어컨도 사용하지 않는다. 스포츠채널을 켜놓고 살다시피 했던 건종 님은 결혼하면서 아예 TV를 사지 않았단다. 없으니 오히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항상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녹색 삶을 이루는 것일 터이다.

저는 복 받은 사람이에요
사실 건종 님은 워낙 활동을 열심히 해온 터라 녹색연합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 아쉬운 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단다.

“제가 활동을 도와주고 그랬다지만 저는 ‘내가 참 복이 많아서 이런 좋은 경험들을 돈도 안 들이고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학생 때처럼 활발하게 참여는 못하지만 매달 회비 얼마 내는 일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일상에 파묻혀 살다가도 문득문득 예전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느낌들을 다시 되찾는 데 많이 도움이 돼요.”

자원활동 경험들이 의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었더니 건종 님은 조심스레 ‘공감하는 능력’을 꼽는다. 최근엔 정신과에서도 환자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단다. 때문에 생태국 활동을 많이 하면서 느낀 부분들이 진료에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월급이 늘어 결혼 이후에도 오랫동안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건종 님. 그의 진료실에는 언제나 녹색바람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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