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유기농 차례상 어떠세요? – 오경훈 회원님

2007.09.07 | 행사/교육/공지

생협에서
9월 회원인터뷰는 여성민우회 생협의 오경훈 님을 만났다. 경훈 님은 민우회 생협 동북지부에서 환경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민우회 생협은 현재 고양 남서 동북 세 곳에 단위농협이 있고, 남부(개포동) 군포 김포 진주지부와 반포에 본부 매장이 있다. 경훈 님이 속한 동북지부는 강북, 도봉, 노원구를 관할하고 있다. 사무실과 붙어있는 생협 매장에는 하루 100여 명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저도 일주일에 한 번씩 생협 물품을 공급받아 사용해요. 그렇게 해보니 냉장고에 음식물을 잔뜩 채워 넣지 않게 돼요. 슈퍼마켓에 들르는 일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간식을 사주는 일도 없어져서 좋아요.” 모든 게 너무 넘쳐나서 탈인 요즘에는 텅 빈 냉장고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듯하다.

또한 생산자 방문 행사를 통해 농민들을 보고 오면 그분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 마련이라고. “우리에겐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가벼운 선택의 문제이지만 그분들에겐 철학과 존재가 달린 모든 것이지요. 생산자분들은 다른 걸 포기하고 유기농작물 생산에 모든 걸 걸고 사는 분들이세요.”

경훈 님은 어떻게 생협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84년 대학에 들어간 경훈 님은 그 시절 대부분이 그랬듯 ‘운동권’이었다. 졸업 후 목동에 있는 빈민촌 공부방에서 활동을 했는데 그곳이 철거되면서 바깥활동을 접고 전업주부로 살았다고 한다. 둘째 아이까지 유치원에 다니게 되자 친구와 남편이 다시 ‘나가라’고 권유하더란다. 그때 친구가 활동하고 있던 곳이 여성민우회였다. 좋은 인연은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부르는가 보다. 경훈 님은 민우회에서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로 싸우면서 녹색연합을 알게 됐다고 한다. 2003년에는 ‘작아’에 원고를 쓴 일도 있다. 올 1월 경훈 님은 녹색연합 회원이 되었다.

여성들이여 일어나라!
민우회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경훈 님은 배움에 열심이다. 민우회에서 지원해주는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과정에 들어가 작년부터 ‘열공’ 중. 환경문제에서 시작된 얘기는 자연스레 여성문제로 넘어갔다.
“박사과정까지 마치고도 육아 때문에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여성이 정말 많아요. 아이를 키워놓고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그에 걸맞은 일을 찾을 수가 없어요. 이런 고학력 인력을 썩히고 있다는 건 국가적인 손실이에요. 게다가 정부나 언론에서는 전문직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떠들어대고 있어요. 고위직 여성은 전혀 늘지 않고, 밑바닥에서 힘들게 일하는 여성들도 너무나 많은데도 말이죠.”

여성학 공부를 시작한 이후 남편과 싸움이 늘었다는 경훈 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문제라고 느끼게 되고 전에는 문제라고 느껴도 말하지 않고 넘어갔던 일들도 이제는 일부러 드러내려고 한다고. 자꾸 문제를 드러내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활동가 둘이 함께한 자리에서 경훈 님은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들려주었다. 여성민우회와 녹색연합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방안도 의논했다. 또한 안타까운 마음도 풀어놓았다. “시민단체에 여성 활동가들이 참 많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공부하고 일하는 것에 비해 임금은 많지 않거든요. 이렇게 우수한 인력을 너무 싼값에 쓰는 게 아닌가 많이 안타까워요. 물론 모든 시민단체가 고민하는 문제겠지만요. 지금 저는 좀 희생하더라도 나중에 일하게 되는 활동가들은 좀더 편하고 좀더 대접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자기 분야에서 오래 일하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10년 이상 일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든요. 많은 여성들이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명절
여성민우회는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집안일을 분담해 가족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 즐거운 명절을 위해 한 가지 더. 올해부턴 유기농산물로 차례상을 차리는 건 어떨까. 유기농산물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유기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20~30% 비싸기는 해요. 하지만 생산자들과 매년 일정한 가격에 미리 계약을 맺어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거의 없어요. 일반야채나 과일은 장마철이나 명절이 되면 크게 값이 오르잖아요. 그런 걸 감안한다면 유기농 차례상을 차리는 게 일반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보다 그리 돈이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우리땅에서 난 우리농산물로 건강한 명절 보내기! 조상님과 농민들, 그리고 가족까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글: 김남희 /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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