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대강의 해피엔딩을 꿈꾼다 – 이동렬

2011.06.20 | 행사/교육/공지

[강, 원래 프로젝트], 유명 가수 이름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곧 사라질 강과 그 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강으로 간 이들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그 프로젝트에 함께 한 이동렬님을 만나 지금 4대강의 절절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대방동의 작은 자장면집. “왜 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셨어요?” 주문을 하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평소 불합리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영상 작업을 하면서 남이 해달라고 하는 이야기에 염증을 느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찍고 싶었죠. 그러다 우연히 4대강 문제를 알게 되었고요.” 대답이 간단명료하다. “그래도 국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활동은 쉽지 않잖아요?” 좀 더 드라마틱한 계기를 기대하며 한번 더 묻는다. “처음에 환경단체가 4대강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정치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였어요. 우연히 광화문 집회에 갔다가 한 활동가를 알게 됐고, 그것이 관심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죠. 준설이 거의 끝나가는 강을 둘러보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남한강 바위늪구비를 가서 공사 전 사진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그 아름다운 강 모래톱과 갈대밭이 모두 사라지다니, 어처구니없는 4대강 공사에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저에게는 카메라가 있었으니까요.” 쏟아져 나오는 그의 말에서 의무감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가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사귀자(4대강, 귀하다 지키자)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면서 부터였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낙동강 내성천을 녹색연합 회원들과 함께 다녀왔다. 다 망가진 남한강만 보다 아직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내성천을 보니 밀려오는 감동과 함께 마음이 다급해졌다. 고운 모래톱, 따뜻한 강물, 그 속에서 찰방찰방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곳은 토목쟁이의 개발논리가 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알려야 한다. 그곳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

사라질 강에 대한 기억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는 습관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강에서…]의 주인공이자 남한강에서 만난 은수라는 아이, 그 어린 친구가 기억하는 남한강을 상상하면서 ‘이동렬만의 시선’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섬진강가에서 자랐다. 외할머니 품속 같던 강 모래톱의 따신 감촉을 서른 해 넘게 잘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다 했으나 그를 바위늪구비로, 도리섬으로, 내성천으로 이끈 것은 어린 시절 강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사라질 강에 사는 사람들,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
“[강길]을 찍으면서 만난 강가 주민들에게 국가는 곧 폭력이었어요. 반대해도 소용 없다며 슬퍼하던 사람들, 왜 TV에서는 정겹고 인심 좋은 농촌의 모습만 보여주고 실제 그들이 당하는 폭력은 말해주지 않는지 화가 났죠. 정권 잡은 놈들이 다 그렇지, 하며 묵묵히 세금을 내는 국민들, 그러나 화살로 돌아온 세금, 아이러니 하죠? 하하.”

강, 원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강, 원래 영상은 지금 공동체를 중심으로 무료상영을 시작했어요. 무료상영회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환영합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 모두 필요와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라 아르바이트로 제작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듯 했다. 아직 제작 중인 작품도 여럿이다. “우리들의 강의 기록이 있는 그대로의 4대강을 본 마지막 시선이 아니라 4대강의 복원 운동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기록으로 쓰였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처럼 이미 망가진 4대강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강, 원래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봄기운이 완연해졌을 내성천에 다녀오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사라질 강에 대한 기억, 보다 많은 사람이 나눠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나도 간절해졌다.

[강, 원래 프로젝트] 공동체 무료 상영 신청 : 다음카페 cafe.daum.net/free4river
[강, 원래 프로젝트] 후원 : 국민은행 209701-04-308799 이하연(강 원래)

이동렬님은 미디어 활동가를 표방한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다.
지난해부터 [강, 원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남한강과 낙동강에서 만난 사람들을 찍은 ‘강길’, ‘강에서’ 두 편의 다큐를 만들었다. 지금 또 다른 작품을 찍기 위해 섬진강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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