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공감” 그 비법을 알려 드릴께요 – 만화가 소복이, 이현주

2011.08.04 | 행사/교육/공지

“와! 방이 그림하고 똑같아요.”
소복이의 작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그림에서 보았던 것이 정말로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처럼 한참을 부산하게 뒤지고 다녔다. 첫 만남이 이만큼 정신없는 적이 또 있을까. 전화로 인사를 나눈터라 설렁설렁 인사를 하고 앉으니 그녀의 소박하고 작은 작업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큰 창 아래 놓인 낮은 책상이 편안하다. 문틈으로 보이는 베란다에는 파릇파릇 수확할 것들이 천지다. 어쩐지 들어오는 바람마저 도시 것이 아닌 것 같더라니.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자고가란 말은 안하는데 자고 가는 사람이 많아요. 가구가 낮아서 그런지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둘러앉을 수 있는 동그란 탁자, ‘우리농’에 일러스트 그려주고 그림값으로 받았다는 폭신한 빵, 대추알같은 토마토. 처음 만났어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참 소복이스럽다.

그림을 그리려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닌데…
사춘기 시절 흔한 순정만화 한권 읽지 않았다는 그녀는 어쩌다 만화가가 되었을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제 홈페이지에 올리곤 했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제 그림이 어디서 제대로 배운 그림이 아니라 좀 어설프잖아요. 그러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우연히 ‘새만화책’이란 만화전문 출판사에 갈 기회가 생겼어요. 그곳 대표가 제가 가끔 그리는 그림을 봐주겠다고 하기에 생각하지도 않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뻥을 쳤지요. ^^ 그림 몇 장 들고 가서 그림 수업을 몇 번 받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뭔가 진도가 안나간다 싶었던지 불쑥 20장 콘티를 그려보라는 숙제를 던져주시더라고요. 숙제 못하면 집에 못간다고 엄포를 놓으면서요. 콘티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이었죠. 천신만고 끝에 끝낸 그 숙제를 정리하여 펴낸 것이 제 첫 번째 책,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이에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만화가가 진짜 되었어요.”

제 만화를 보고 위로를 받으셨다고요?
“제 만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혼잣말 같은 살아가는 가벼운 이야기였을 뿐인데요. 그런데 종종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그려서 공감이 쉬웠구나 싶었어요. 오히려 그림이여서 더 그럴 수 있겠구나…”
따뜻한 소복이 그림은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마는 잔잔한 감동이 있고, 맞장구치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고, 생각할수록 웃음 짓게 하는 위트가 있다.

녹색희망, 소복이의 그린 세상
‘소복이의 그린 세상’을 보면서 녹색연합 활동을 쉽게 알게 되었다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녀도 거든다. “저도 녹색희망에 그림을 그리면서 녹색연합 활동을 더 이해하게 되요. 주제에 맞게 보내주신 자료를 꼼꼼히 읽다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거죠. 녹색연합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활동가란 느낌도 들어요.^^ 늘 녹색연합을 응원하고, 그 생각에 함께하고 싶어요.” 활동 내용을 그리면서 어려운 점도 궁금했다. “보통 그림은 손으로 그리고, 색칠 한 후 컴퓨터로 보정을 하는데요.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때 옆에 감시자가 있어야 해요. 집이 곧 작업실이다 보니 몇 컷 그리고는 침대로 드러눕거나 난데없이 청소를 하기도 해요. 그래서 꼭 감시를 해줄 친구를 하나 불러서 집 근처 도서관이나 찻집에서 작업하죠.” 활동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힘들다는 답을 기대했던걸까. 후훗. 소복이스럽다.

녹색연합과 인연,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
녹색연합과 소복이가 인연을 맺은 것도 어느새 3년이 되었다. “녹색연합을 알기 전 환경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관심도 없었고요. 예전에 저처럼 환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림그리는 제 재능이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쉽고, 재밌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열심히 알릴께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녹색연합이 할 수 없는 일을 즐겁게 해주는 소복이도, 소복이를 그리는 그녀도 참 고맙고, 든든하다.

글 : 윤소영 (녹색연합 시민참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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