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땅, 을숙도 기로에 서다! 철새들의 비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2005.07.20 | 행사/교육/공지

[환경스페셜 226회] 7월 20일(수) 밤 10시 KBS1

지난 1987년 낙동강 하구둑 건설로 크게 훼손되었던 을숙도
2005년 또 다시 최대 위기에 놓였다.
10여 년의 논란 끝에, 지난 6월 8일 명지대교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을숙도 하단부를 관통할 명지대교는 왕복 6차선, 길이만 5킬로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조류 학자들은 명지대교 계획이 철새들의 생태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았고,
이는 철새 비행 루트와 서식·월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주 환경스페셜에서는 개발로 멍든 을숙도의 과거와 현 모습을 점검하고,
개발이 을숙도 주변 철새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추적 관찰,
을숙도의 생태적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1. 한국 최대의 삼각주, 철새들의 낙원 을숙도

넓은 천혜의 갯벌과 갈대밭, 문화재보호법, 습지보호법 등으로 보호하고 있는 생태계 보존구역 ….
을숙도를 칭하는 수식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종 다양성면에서 아시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고
국제습지조약 람사협약 기준에 의해서도 보존을 권장 받는 국내 최고의 자연습지다.

● 쇠제비갈매기, 개개비 사촌 등 을숙도 여름철새들의 번식지

해마다 여름이면 을숙도를 찾고 있는 여름철새 쇠제비갈매기, 쇠제비갈매기가 을숙도에서 번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팔백리 낙동강이 실어온 고운 모래섬과 풍부한 민물고기 때문이다. 한여름 을숙도는 개개비 촌과 쇠물닭 등 수천마리의 여름 철새들의 번식지이자, 고향이다.

● 겨울철새 고니, 검은머리갈매기의 아시아 최대 월동지

계절이 바뀌고, 여름 철새들이 떠난 자리엔 겨울 철새들이 찾아온다.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를 비롯해 지구상 오 천마리 밖에 남지 않은 검은머리갈매기의 아시아 최대 월동지도 낙동강 하구다.
겨울엔 온화하고 여름엔 시원한 해양성 기후로,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던 낙동강 을숙도. 80년대 초 연평균 130여 종 100만 마리가 넘는 겨울 철새들이 을숙도를 찾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 명지대교 건설 시작! 철새들은 안전한가?

2005년 6월 8일. 10여 년의 논란 끝에 명지대교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을숙도는 환경부 자연생태보존법 등 5개법에 묶여 개발에 제한을 받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명지대교는 노선변경을 통해 허가를 따냈다.

● 철새들의 생태적 특징 무시한 건설계획

부산시와 관계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은 명지대교가 직선형을 우회노선으로 변경하면서 환경피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운기 교수 등의 전문가들은 철새들의 생태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대교가 철새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큰고니의 경우, 비행을 위해 500미터 이상의 활주거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명지대교 우회노선은 큰고니의 주요서식지를 가로지른다. 또한 뒤늦게 환경부지정 보호종인 맹꽁이 서식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는 건설 계획에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 연계도로 공사 시작도 안 돼…

부산시에서는 신항만건설과 함께 물류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명지대교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명지대교와 연계되는 도로는 아직 착공조차 안 된 상태다. 연계도로가 없는 명지대교는 반쪽짜리 다리가 될 뿐이다.
더구나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명지대교는 유료도로가 될 전망이다. 부산시에는 이미 8개의 유료도로가 있고, 결국 명지대교의 건설비용도 고스란히 시민들이 부담이 되는 셈이다.

3. 낙동강 하구는 20년 째 공사중

낙동강 하구의 수난은 1987년에 시작됐다. 당시 염해의 방지와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건설된 하구언은 낙동강을 동서로 가로질러, 바다로의 물길을 막았고, 이로 인해 을숙도 갈대밭의 절반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낙동강하류지역이 천연기념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은 공업단지, 주택단지가 들어섰고, 심지어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서고야 말았다. 매립이 끝난 후, 문화회관, 축구장까지 건설된 상태다.

왕복 6차선으로 길이만 5킬로미터에 달하는 명지대교는 을숙도 하단부를 관통해 건설될 예정이다. 을숙도의 여름철새들은 공사의 소음과 먼지 등을 견뎌낼 수 있을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을숙도 여름 철새들의 번식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4. 물고기, 갯벌 생물들마저 떠나고 있다.

하구언 건설 이후, 낙동강 주변은 모든 것이 변했다.
토종 어종들은 사라지고, 베스, 블루길 등의 외래성 어종들만 늘어, 여름철 낙동강 웅어, 황어 잡이로 생계를 이어갔던 어민들의 생계마저 불투명해졌다. 마을의 부뚜막까지 넘나들며 밥을 훔쳐먹었다는 도둑게도 을숙도에서 터전을 옮겨 근처 진우도로 산란처를 바꾼지 오래다.

명지대교 교각 공사장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는 철새들의 주요 먹이터인 쇠모고랭이 군락지가 있다. 썰물이 이곳을 빠져나갈 경우, 세모고랭이가 오염될 수 있고, 철새들의 2차 질병 감염이 우려된다.
각종 개발과 함께 을숙도에 불어닥친 생태계의 변화상을 밀착 취재했다.

자연과 타 생명에 대한 배려없는, 인간을 위한 명분 뿐인 개발이 을숙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철새들이 내년에도, 명지대교가 건설된 이후에도 을숙도를 찾을지 역시도 미지수다.
을숙도는 생명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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