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열정을 닮은 아름다운지구인 박하재홍님

2005.08.09 | 행사/교육/공지

글/사진 : 배난주(녹색연합 활동가)

소나기가 쏟아질 듯 무덥던 어느 날, 아름다운 지구인을 만났습니다. 박하재홍님. 누굴까 라고 생각했지만 뵙고 보니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녹색연합에 들어온 지 7개월째인데 박하재홍님은 4~5번쯤 넘게 보았던 것 같아요. 초록행동단 보고대회 때, 고래캠페인 때, 지구의 날 행사 때, 나눔녹색강좌 때. 강의도 듣고, 음악도 하고, 캠페인도 하는 박하재홍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매미소리가 들리는 행랑방에서 박하재홍님과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하던 차에 “지구사랑/vega”라는 사이트를 운영하신다는 말이 번뜩 떠올라 ”채식“이야기로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채식이야기“는 실제로 박하재홍님에게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은 책에서 “채식이 유행이다”라는 말을 듣고는 채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답니다. 누구의 강요도 누구의 지시도 아닌, 신의 계시가 아니었을까 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그런 자연스러운 이끌림이 박하재홍님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군대에서 생긴 우연찮은 사고로 취사병으로 보직이 변경되었고 그 후로 조금씩 조금씩 채식식단으로 바꾸어갔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채식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과 만나고 있답니다. 하지만 채식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게 파고들거나 이론적으로 구분하려하는 것은 조금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채식”이라는 말 자체에 큰 모순을 담고 있죠. 채식이라 해서 야채만 먹는 것도 아니고, 계란도 먹는 사람도 있고 닭고기만 먹는 사람도 있고. 채식이란 개인의 신념, 종교, 생활방식에 따라 스스로 만든 식습관에 불과한 것인데 우리는 너무나도 불필요하게 채식의 단계를 나누고 구분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물어요. 그럼 야채는 생명이 없냐고. 그럼 처음에는 머뭇거렸죠. 이론 공부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런 이론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과연 뭐가 다를까. 그런데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도살장을 생각하면 우선 잔인하고 무섭잖아요. 피가 흐르고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그렇지만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죠. 그런 차이가 아닐까요. 너무 감상적인가” 라며 웃어 보이는 박하재홍님의 얼굴에서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와 같은 평화로운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채식을 시작하며 채식을 알리기 위해서 많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홍보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디자인도 배우고, 좀 더 일반시민과 공감하기 위해 “the SILVER LINING”이라는 음악모임도 만들었습니다. SILVER LINING이란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구름과 태양, 어둠과 빛 세상은 상대성으로 인해 완벽하죠. 구름 뒤의 태양 빛을 희망이라 부르듯, 상대성은 절대성으로 나아가는 통로이므로 빛을 향해 나아가되 어둠을 미워하지 말고, 진실을 추구하되 분노하지 말자는 ”비폭력저항“을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 박하재홍님은 랩을 맡고 있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유행하던 시기부터 랩을 좋아해서 따라 부르곤 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음악과 삶이 일치하게 된 거죠”
좋아하는 것과 바라는 것이 하나가 되어 박하재홍님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현재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7시부터 공연을 하고 그 외에 길바닥평화행동, 반전평화행동 등의 단체에서 함께 공연하며 메시지를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폭력저항의 메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the SILVER LINING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홈페이지도 방문해서 직접 작곡한 노래도 들어보고, 공연하는 곳에도 찾아가 보고, 같이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하재홍님은 인터뷰 도중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거나, 무용을 할 수 있는 분과 함께 공연해 보고 싶다며 소박한 소망을 살짝 드러내셨답니다.


그러던 중 환경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녹색연합으로 전화를 직접 걸어 주셨습니다. 당시 박하재홍님의 전화를 받은 활동가 역시 놀라워했다고 하네요. 음악을 통해 자원활동을 하시겠다는 분은 처음이었거든요. 2001년 명동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공연을 통해 녹색연합과 맺은 인연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져 녹색연합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며 직접 만드신 곡을 노래하고 비폭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박하재홍님의 진짜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죠. 그러자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해요”라며 명함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직장을 구해볼까 생각했는데 누가 소개해 줬어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람을 뽑는다며. 환경이나 시민단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홍보포스터 만드느라 배운 걸로 제 소개 잡지를 만들어 보냈는데, 우리랑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일을 벌써 2년 6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물상에서 일한다며 싫어하시던 아버지도 지금은 인터뷰 기사 하나하나를 스크랩해주시는 자상함을 보이신다며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아낌없이 쓰고 베푸는 박하재홍님의 웃음에서 내가 가진 것,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을 현재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어 써야할지 생각해 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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