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母子)가 함께 가는 녹색의 길!

2005.10.10 | 행사/교육/공지

모자(母子)가 함께 가는 녹색의 길! – 서미연, 장재선 회원님

그리 넓은 집은 아니었는데도, 꾀나 넓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딱 필요한 살림살이만, 정갈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이정도만 있으면, 딱 이만큼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집안에는 치장을 위한 잡동사니가 하나도 없었다. 굳이 장식품이라고 꼽는다면 가족들 사진이 몇 개, 그리고 서미연 님이 직접 만든 닥종이 인형들이 다다. 그 인형 생김새들이 너무나 정겹다. 서미연 님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인형들로 전시회도 열었다고 한다. 거실에 걸려있는 사진도 자기가 직접 찍은 거라고 하니, 재선이가 녹색연합 ‘섬 환경캠프’에서 얻었다는 별명, ‘예술혼’이 그냥 나온 건 아닌 것 같다.    

숲 속의 집에서 살다.

재선이네 가족은 재선이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아빠의 일 때문에 경주로 이사를 했다.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자라온 서미연 님은 경주로 이사해야 한다는 말에 손 서래를 쳤다고 한다. 불빛을 따라 들어오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과 뱀, 쥐까지…. 처음엔 그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낯설었단다. 하지만 그 낯설음도 잠깐, 숲 속에 위치한 집에서 재선이네 가족은 도시에 사는 가족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누렸다.
도시의 아이들이 학원버스에 번갈아가며 몸을 싣고 밤늦게야 집에 도착해 녹초가 되는 동안 재선이는 단 한번도 학원에 치이지 않고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격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재선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서미연 님은 사진과 닥종이 인형 만들기를 배웠다. 그렇게 가족은 봄이면 숲 속에 난 길을 따라 줄서있는 벚꽃을 보았고 가을이면 단풍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은행나무 사이를 걸었다. 숲 속에서 사진을 찍었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남겨진 사진들은 지금 재선이네 아파트 한쪽에 예쁘게 정리되어 있다.

그렇게 생활하다 아빠의 일 때문에 다시 일산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오히려 도시의 갑갑함이 재선이네 가족을 힘들게 했다고 한다. 가장 놀랐던 것은 재선이가 다녀야할 학교. 한 학년에 한반, 그것도 20명이 안되는 아이들이 생활하던 경주와 달리, 긴 복도가 줄줄이 이어져있는 엄청나게 큰 학교를 보며 모자는 당황해 했단다.
“여기가 학교야?”
한 학년에 몇 백 명씩, 그렇게 재선이는 도시의 학교를 다녔고, 다른 아이들처럼 높은 건물 사이로 매끄럽게 깔린 보도블록 위를 걸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서미연 님도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도시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나보다.

5박 6일의 변화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재선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재선은 ‘섬 환경캠프’에 다녀오게 된다. 딱 오박육일, 부모와 떨어져 오박육일을 제주도에서 보내고 난 재선은 많이 달라졌다. 생각하는 방법도, 행동하는 방법도 말이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재선은 앞으로도 환경을 생각하며 꾸준히 자원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들이 지난여름에 철원지역에서 철새를 보며 환경을 생각하는 캠프에 다녀왔고, 지난 새해에는 ‘섬 환경캠프 캠프’를 다녀온 친구들과 함께 녹색연합 활동가들에게 떡국을 끓여줬다고 하니, 누구보다도 녹색연합에, 그리고 더불어 사는 자연에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오박 육일이었는데, 아이는 그 사이에 많이 변했다고 서미연 님은 말한다.



“여느 캠프와 비슷하겠거니 생각했어요. 재선이도 신문사 같은데서 하는 캠프에 다녀오기도 했고.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니까 다른 거에요. 그랬는데 역시나, 아이가 많이 변한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캠프에 다녀온 재선은 보고서를 A4용지 15장이나 쓰는 열의를 보였다.
“짧게 쓰려했는데 쓰다보니 길어 졌어요”
라며 멋쩍게 웃던 얼굴에 자신의 경험에 대한 소중함이 들어난다. 서미연 님과 재선은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그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로인해 재선이가 먼저, 그 다음엔 서미연 님이 녹색연합에 회원가입을 했다. 가장 쉽게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차에 녹색연합의 회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녹색연합의 인연이 모자지간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었으면 했다.



“자동차는 가면되고, 옷은 몸을 보호하면 그만인 것”



서미연 님은 재선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몸이 많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자기의 짐을 정리하면서 자기가 너무 많이 가진 것 같아 놀랐다고 한다. “혹시 내가 죽어서 다른 사람이 내 짐을 정리할 때 욕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가지고 산다고 말이에요”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게 말 한마디에 전해져 왔다.
“자동차는 가면 되고, 옷은 몸을 보호하면 되는 거라고 재선에게도 항상 말해요. 싸다고 사는 게 아니라. 그래서 집에 화려하게 장식을 하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요. 지금도 너무나 좋은데….”
그래서 그렇게 집이 넓어보였구나. 자질 구례한 것들 하나 없이, 정갈하게 정리되어있는 집이 괜히 만들어 진 게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서미연 님은 자기는 환경을 위해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다. 자신은 재선이와 함께 녹색연합에 후원만 하는 그냥 일반인이라고. 내가 보기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인인데도 말이다.

글 : 보람(자원활동가)
사진 : 윤지선(시민참여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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