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녹색희망을 구워내는 남자

2005.10.20 | 행사/교육/공지

달마다 녹색희망을 구워내는 남자 – 이정민 회원님

글 : 윤지선

달마다 막 구워낸 따끈따끈한 녹색희망을 가장 먼저 읽어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달부터 원고청탁으로 글을 모아오고 순서를 매겨 엮는 일로 녹색희망을 맡게 된 저로서는 녹색희망이 매달 태어나기까지의 여행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 글들을 모아 보내면 디자이너 분은 더 맛나게 예쁘게 잘 빚어내겠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아직 맛난 빵이 된 건 아닙니다. 눈을 통해 소화가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야지요.
지금 보고 있는 이달의 녹색희망은 어떻게 활자의 옷을 입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걸까? 달마다 적당한 온도에 맞춰 이 녹색희망을 구워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혹시 물음표를 던져보신 적이 있나요?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에 흔쾌히 오겠다 하시더니 역시 딱 시간 맞춰 오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뵌 적이 있었네요. 지난 초여름 신입회원한마당 때 여성적이랄 만큼 부드러운 말투와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큰 체구에 장난기 어린 눈빛을 한, 하얗고 환한 얼굴.
그 후로도 가끔 녹색연합 사무실에 잠깐씩 방문해주시곤 했는데, 이런 인터뷰는 어린시절 배구선수일 때 모 소년신문과의 인터뷰 이후 처음이라며 살짝 부끄러워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운동복이 꽤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 주머니 하나 둘씩 풀며 사무실부터 걷기 좋은 가을밤 가로수 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차가 있어도 녹색연합 올 때는 천천히 걸어오는 게 좋다고 하십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올라 오면서 동네 어른신들 모여계신 목욕탕 앞을 지날 때면 일부러 더 천천히 걷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시는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라고요.

인쇄 일만 하신지 15년, 그러나 꿈과 이력의 이정표는 저마다 다른 좌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당시도 지금도 흔치않은 톱 연주에 심취해 있던 고등학생을 지나, 지금은 중학생 딸아이와 강아지 사진을 핸드폰과 지갑에 넣어가지고 보물처럼 보여주는 평범한 아버지가 되고, 4개의 특허를 가진 발명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쇄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면 어렸을 적 꿈이기도 했던 택시운전을 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사람들과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 하는 게 좋고 다정하게 말을 걸줄 아시는 회원님으로서는 아주 잘 어울리는 직업이 될 것 같아요. 또 혹시 모르죠.「파리의 택시운전사」보다 더 멋진 ‘서울의 택시운전사’ 로 유명세를 떨치실지요. ^^

일을 하다 이제 사회로 내가 받은 걸 베풀어야겠다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녹색연합에 회원가입을 하게 되셨다고요. 녹색연합 말고도 후원해주시는 곳이 있는지 살짝 여쭤보니, 군에 있을 때 한 보육원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후원하고 계신다고요.
“군에서 머리 자르는 일을 하다 만나게 됐는데, 아이들 머리 잘라주고는 머리를 감겨주던 때가 기억나요. 그게 말이 씻기는 거지, 신나게 물장난 하는 거거든요.” 하며 스무살 청년 같기도 하고 같이 놀던 아이들 같기도 한 표정을 해보이셨지요. 그런데 지금은 일년에 한번 정도 밖에 못가는데, 그때마다 얼마 안되지만 가져가는 선물에 그리 좋아하고, 갈때면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이 맘에 밟혀 시간도 시간이지만 더 자주 가기도 마음이 그렇다 하시는데, 저도 잠깐 아이들이 생각나 그리움에 울컥해지려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기부문화에 인색한데, 많은 걸 가져야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가진 것 없어도 나누는 게 생활이 됐으면 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들 만날 때 그렇듯이 형편을 돕는게 아니라 만날 때마다 배우는 게 더 크고 그게 나눔을 넘어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는 회원님의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정민님이 매달 녹색희망을 인쇄할 때마다 녹색=희망=사람=삶을 재료로 빵굽듯이 구워내는 걸 연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으신 회원님, 당신도 그러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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