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그렇게 녹색연합이 좋아요?

2005.11.22 | 행사/교육/공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4~50분쯤이면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큰 키, 노란색 머리, 유난히 깊은 눈. 큰 가방을 매고, 짧은 단발머리를 흩날리며 들어온다. 조금은 어색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그녀의 이름은 에이미 이다.
그녀를 처음 본건 오늘이 아니다. 녹색연합 사무실에 있다보면 에이미와 마주칠 때가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사무실을 나서는 시간 즈음에 녹색연합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몇 번이나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온 것 같다. 6시 20분 수업인데 4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요즘, 매주 수요일 6시 20분부터 한 시간 정도는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함께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에이미가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거다. 추운 길을 걸어오느라 두 볼이 빨개진 그녀에게 코코아를 타주겠다며 이층 사랑방으로 올라가자 했다.  

미국에 있을 때 뉴욕에서 살았다기에 말로만 듣던 뉴욕커 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뉴욕 주에 “이타카”라는 작은 도시에서 살았다고 한다. 뉴욕시티에서 북쪽으로 4시간 정도 자동차로 이동하면 나오는, 캐나다에 근접하고 추운 도시 이타카. 그곳이 그녀의 고향이다. 나이아가라폭포나 칸튼 폭포가 그 근처라고 한다.

춥고 사람 적은 도시인데 폭포와 아시아 사람, 그리고 외국식당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캐나다와 가까우니 아무래도, 이민을 오거나 돈 벌러 온 아시아인들이 많겠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하려는 식당도 있을 테고. 그런 이타카에서 에이미는 한국에 몇 차례 다녀온 후 외국음식을 파는 식당엔 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자꾸만 한국음식이 먹고 싶고, 그러다 보니 한국이 그리워서였다고 하니, 이 여자 한국이 정말, 좋았나보다. 그래서 어떻게 한국이라는 나라와 인연을 맺고, 한국에서 공부하게 되었는지 하나씩 들어보기로 했다.

녹색연합에 오다.



미국에 있을 때 그렇게 그리웠던 한국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던 학부 때였다. 그때는 한국이라기보다는 동아시아 문제와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랬던 것이 한국이라는 곳을 방문하고 녹색연합과의 인연까지 맺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 녹색연합에서 하고 있는 행사의 영문기사를 보고나서 이다. 그러니까, 에이미가 미국의 대학생 환경단체와 Green party 라는 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고, 녹색연합에서는 미군기지, 기후변화 등 한반도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가지고 국제연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2001년, 에이미는 녹색연합의 홈페이지에서 캠페인에 관한 글을 봤다. 그때 바로, 지금도 녹색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진 간사님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했단다. 자원 활동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그렇게 시작했던 이유진 간사님과의 인연을 통해 녹색연합과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01년 유진을 통해서 녹색연합에 회원가입 했어요. 유진 때문에 쉽게 가입하고, 자원 활동도 할 수 있었어요” 라고 말하는 에이미는 그동안 많은 곳을 다녔고, 또 많은 일을 했다. 제주도에서 열린 캠프, 녹색순례, 새만금 갯벌, 북한산과 백두대간까지.  

녹색연합 사람들이 친절하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많은걸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분으로 녹색연합으로 발길을 향한단다. 지금은 녹색연합 간사님들에게 영어로 도움을 주지만 평소에는 에이미가 간사님들에게 한국어를 많이 배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투리까지. 지금 생각해 보니 에이미의 사투리를 못 들어본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에이미는 지금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인류학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한다. 2007년 9월에 출국할 예정인데 앞으로 연구를 위해서도 한국어를 많이 배워둬야 한다고 한다. 한국어를 잘한다는 말에 근심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실력을 극구 부인하지만, 정말 조금만 더하면 원어민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한국어를 공부해서 연구만 할 것이냐는 질문에 “30년쯤 후에는 책도 낼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는 에이미. 그게 30년 후일지, 15년 후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노력이 어떻게든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이 어느새 다 되어 버렸다. 그래도 수업시간에 에이미를 오 분이나 지각하게 만들면서 수다를 떨었다. 미안하다는 생각보다는 자꾸만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에 사무실이나 길가에서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해야지. 그리고 오늘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해야지.

글 : 보람(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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