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사는 불도저 ‘멧돼지’

2006.01.20 | 행사/교육/공지

반달가슴곰을 연구하기 위해 지리산 이곳저곳을 누비다보면 마치 사람이 파놓은 듯한 큰 구덩이나 밭을 갈아놓은 듯한 흔적을 보게 됩니다. 누가 이런 깊숙한 곳까지 와서 이런 일을 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가만히 그 주변을 관찰해보니 사람의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큰 동물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흔적은 누가 남겨놓은 것일까요?

이런 행동을 하는 동물은 바로 멧돼지입니다. 수렵종으로 지정되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멧돼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글.사진 : 국립공원연구원 종복원센터 이윤수

국   명 : 멧돼지
북한명 : 멧돼지  
영   명 : Wild Boar
학   명 : Sus scrofa Linnaeus, 1758
분   류 : 소목 멧돼지과
수   명 : 야생에서 10년 정도
현   황 :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거쳐 고루 분포하며 현재 수렵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분  포 : 멧돼지과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서부,
        시베리아 남동부, 유럽과 남북아메리카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멧돼지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멧돼지는 해 질 때와 해 뜰 무렵에 주로 활동하며, 긴 주둥이와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하여 땅속에 있는 지렁이, 곤충의 애벌레, 칡이나 억새와 같은 나무뿌리 등을 잘 찾아서 먹습니다. 또한 가끔은 민가에 내려와 농민들이 밭을 심어놓은 감자, 고구마 등도 파헤쳐 먹기 때문에 종종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우리는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멧돼지는 잡식성으로 식물의 뿌리와 줄기, 잎 그리고 가재, 개구리, 뱀, 동물의 시체등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주로 도토리, 밤 등을 즐겨 먹으며, 먹이가 부족한 봄철에는 다람쥐가 가을철 숨겨놓은 도토리, 밤 등을 예민한 후각을 활용해 땅을 파헤쳐 찾아 먹기도 합니다.

성숙한 수컷과 암컷은 보통 겨울철인 12월에서 1월 사이에 짝짓기를 하고, 어미는 120일 정도의 임신기간을 거쳐 5월경에 보통 4~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습니다. 새끼를 낳기 전에는 조릿대와 철쭉, 진달래 가지 등을 이용해서 아 잘 지어진 집을 지어 그 안에서 새끼를 낳습니다. 새끼는 황갈색으로 몸에 9~10개 정도의 흰줄이 목부터 엉덩이까지 나 있어 다람쥐와 비슷해 매우 귀였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0.5~1.5kg 정도이지만 다 성장하게 되면 보통은 200kg 내외지만 많게는 300kg이 넘는 멧돼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멧돼지는 후각이 민감하고 청각이 발달하여 사람이 접근하기 전에 미리 상황을 판단하여 멀리 피신을 하기 때문에 사람과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새끼를 거느리고 있을 경우에는 멀리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주변에서 멧돼지 흔적 찾기

멧돼지가 주로 남기는 흔적은 먹이를 먹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나 밭을 갈아놓은 듯한 흔적이예요. 구덩이 안에는 멧돼지들이 먹은 나무들의 뿌리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또한 밭을 갈아놓은 흔적은 한두 평 정도에서 수십 평방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답니다.

그래도 멧돼지 흔적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으면 그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우제류(발굽이 있는 동물)인 멧돼지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진흙이나 눈덮힌 산에서 매우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앞쪽에 길다랗게 나 있는 두개의 발굽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세 번째 발가락과 네 번째 발가락이고 뒤쪽에 작은 두개의 발굽은 두 번째 발가락하고 다섯 번째 발가락입니다. 조금 단단한 흙 위를 걸을 때에는 앞쪽에 길다란 두개의 발굽만 찍히지만 진흙이나 눈덮힌 곳에는 뒤쪽에 작은 두개의 발굽도 찍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땅을 파헤쳐 먹이를 먹는 멧돼지의 배설물은 곶감 여러개를 겹쳐놓은 형태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식물의 뿌리 등을 볼 수 있답니다.

그 외에도 멧돼지는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을 없애고 피부 관리를 하기 위해 진흙탕 웅덩이에서 몸을 뒹글고 난 후 소나무처럼 송진이 흐리고 표피가 거친 나무에 몸을 비빕니다. 그 때문에 이 소나무를 잘 살펴보면 표피가 심하게 벗겨지고 윤이 반질반질하게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멧돼지 털이 꽂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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