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고민을 담아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

2006.04.06 | 행사/교육/공지

                                                                       – 윤규상 회원님을 만나다.



예술가는 어떤 고민을 하며 살까? 굳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고민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살면서 어떤 삶의 고민을 하고 살지 궁금했다. 그네들 역시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라 나 같은 범인과 무엇이 그리 다를까 하면서도, 그들의 삶의 화두는 저멀리 두둥실 떠있는 건 아닐까한다. 어느 날 갑자기 외딴 섬으로 떠나버리고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알콜중독자가 되거나 정신병을 얻었다는 수많은 예술가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설치미술가 윤규상 회원님. 그, 직업에서부터 후광이 나는 예술가를 만나러 갔다. 버스는 봄 길을 타고 달렸다. 봄기운이 충만한 춘삼월에, 그 예술가는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멸종되는 곤충을 주제로 조명을 만든 그의 작품 사진을 웹을 통해 윤규상 회원님보다 먼저 만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금속으로 곤충을 만들어 그 안에 전구를 넣었다. 그 빛이 내뿜는 아늑함은 진짜 곤충들의 그것과 달랐다. 나무 가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은빛의 장수하늘소의 이질감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롱뇽의 길에 터널을 뚫고, 이름 모를 게들과 조개의 갯벌에 콘크리트 담을 쌓아 놓는 그 비이성이 낳은 아늑함, 그것이 은빛 금속의 곤충들이 내뿜은 아늑함과 같은 것은 아닐까.

금속으로 곤충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던 이유는 쉽게 찾으려 하면 잘 보이지 않지만 늘 존재하는 곤충들을 액세서리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액세서리 하나를 했을 때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 하나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곤충 하나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금속으로 곤충을 만들었던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 했다. 금속으로 곤충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에너지와 쓰레기에 대한 고민이 심심치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들고 나서 다시 그것을 자연으로 돌려놓았을 때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며 말이다.



“우리가 쉽게 사는 물건의 값은 그것이 만들어질 때 사용된 에너지와 그것이 버려질 때의 처리비용에 대한 값인 것 같아요.” 예술가의 이런 고민이 녹색연합과의 인연을 낳았다. “결국 죽으면 흙으로 돌아 갈 것을 생각하면서 기회를 엿보다 녹색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이런 말 사실, 좀 부끄러운데”라면 멋쩍게 웃던 윤규상 회원님.

어린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각 하고 있던 친환경 놀이터에 대해 썰을 풀기 시작 했다.이질적인 금속과 뻔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의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단다. 길거리의 나뭇가지, 쓰레기 더미에서의 소소한 것들 까지도 장난감을 만들어버리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녹색의 삶을 고민하는 그의 감수성이 덧셈되어 탄생할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그 창의력도 그 감수성도 잃어버린 우리에게는 황당한 어떤 것일지 몰라도 분명, 그 속에 녹아져 있는 고민들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질 것 같다.

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으면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과 꼭 오겠다는 윤규상 회원님. 이 좋은 봄날에 푸르렀던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녹색연합과 함께 마련한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을 그의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다. 그의 감수성과 아이들의 창의력, 그것이 녹색세상을 만드는 중요한 힌트는 아닐까.

글 : 보람 /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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