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통한 종교계 2000인 생명·평화선언문 – 종교계

2000.11.14 | 미분류

[ 종교계 공동선언문 ]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통한 종교계 2000인 생명·평화선언문

– ‘노벨 평화’에서 ‘새만금
생명·평화’로 –

지난 20세기는 인간성과 환경의 파괴가 일어난 광기의 세기였습니다. 세계관의 전환 없이 엉겁결에 맞이한 새로운
천년의 초엽, 우리는 여전히 낡은 세기의 생각에 붙들려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생명이 질식하는 현장입니다. 경쟁을 작동의 으뜸원리로 삼아
질주하는 생산력 제일주의와 테크놀로지 제일주의가 우리 사회를 소비와 탐욕에 의해서만 지탱되는 남루한 사회로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생명에 대한 외경이 없는 ‘기술’과 그로 인한 ‘이익’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되어야 합니다. 눈 먼 기술과 인간 욕망의
정의롭지 못한 결합이 불러온 생명의 위기상황 속에서 생명을 위한 철학의 부활과 그것의 구체적 실천은 인식론적 당위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종교가 생명의 문제, 환경의 문제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죽음에 직면해 있는
인간조건의 한계와 그런 한계의 정신적 실천적 극복이라는 명제로 출범한 인류 종교의 보편가치는,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의 유대와 사랑,
자비심의 회복이라는 구도의 열망과 닿아 있습니다. 이에 생명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종교인들은 사회와 자연의 생명가치가 훼손되는 오늘의
현실에 마음을 모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고도의 압축경제성장 과정에서 너무나 소중한 생명가치들을 일시에 망실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성 파괴와 자연에 대한 가장 극한의 무례를 자행하는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도록 방기한 종교인으로서 우리는
깊은 책임의식을 느끼고 통절한 참회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요구합니다. 우리의 참회는 마땅히 그 동안 무너져 내리고 파괴되고 있는 우리 산하와
바다에 바쳐질 것입니다. 참회의 끝에 종파의 차이를 넘어서서 생명존중과 평화의 실현이라는 공통된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여 결의한 것은 무엇보다도 새만금 간척사업의 백지화를 시발로 전국 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생명적인 환경파괴적 개발사업들에 대한 명백한 반대
선언입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생명파괴의 자리에 지어지는 안타까운 신기루입니다. 우주 자체가 유기적 생명체임을 믿는 자연관, 그리고 그
생명질서를 존중하고 있는 우리 종교인들은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에 대한 이 거대한 폭력이 즉각 중단될 것을 요구합니다. 다른
생명체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전제되지 않은 평화는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자리에서 평화를 말하는 이가 누구입니까?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던 이들을 그 삶의 자리에서 내쫓고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미래 세대의 자산인 새만금 갯벌을 메워, 소수의 탐욕을
채우도록 기회를 허락하는 이가 누구입니까? 1㎥에만 수억의 생명이 살고 있는 새만금갯벌을 메워 생명을 생매장하려는 이 또한 누구입니까?

사람과 불화하고 뭇 생명을 압살하는 개발을 우리는 개발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새만금공동조사단의 보고서를 왜곡하고, 관을 통한 개발논리의
대량홍보에 국세를 낭비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반환경적, 반평화적 의도를 우리는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파괴를 기반으로 한
거짓평화에서 진정한 생명평화로의 이행만이 생명위기에 처한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진정한 평화라는 것을 우리 종교인들은 다시금 확언하는 바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민족의 영예가 반생명적 반환경적 정책의 강집으로 말미암아 훼손되지 않기를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합니다.

이에
우리 종교인 2000명은 오늘, 전에 없이 절박한 심정으로 새만금간척사업 백지화를 통한 생명·평화선언문을 발표합니다. 우리 2000명의 종교인은
이 생명·평화선언문의 발표가 일회적인 의사표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으로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진정한 생명·평화가 이 땅에 실현될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 생명·평화선언문이 현실로 드러나기를 열망하는 우리의 입장과 태도
>

1. 진정한 평화는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할 때
비로소 가능하고 실현될 수 있다.

1.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생명체의 터전인 국토의 파괴에 대해 우리 종교계는 사업강행의 명분과 관계없이 그
발상과 진행과정이 반환경적인 무지와 부패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몇몇 사람들의 욕망충족을 위해 자행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인,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1. 우리 종교인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민혈세를 들여 시화호와 같은 회복 불가능한 환경재앙이 확실하게 예고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이 조기에 백지화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1. 우리 종교인은 새만금사업 백지화가 조기에 백지화되지 않을 경우, 백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구체적 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1. 우리 종교인은 새만금사업 백지화가 실현된 이후에도 우리 시대의 모든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진정한 생명·환경평화가 실현될 때까지 깊은 관심과 그에 수반되는 구체적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2000 년 11 월 14 일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통한 종교계 생명·평화선언문

발표자 2000 인 일동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가나다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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