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걱정 상담소 ⑥ 왜 이 숲은 아니고, 저 숲은 보호구역이에요?

2025.11.05 | 미분류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과 함께하는 생물다양성 이야기


여섯 번째 질문입니다.

왜 이 숲은 아니고, 저 숲은 보호구역이에요?

보호지역은 생태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변화를 주기보다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인간의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본래의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정됩니다. 이러한 인간 활동의 규제는 곧 해당 지역이 “도움이 필요한 자연” 혹은 “보호가 필요한 자연”임을 의미하며, 이를 기능적으로 구분하면 각각 복원지역과 보호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과 숲이 비교적 넓게 분포하고 있어 이들이 모두 중요한 자연자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산과 숲이 동일한 보전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왜 차이를 두어야 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의 구조를 비유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한옥은 지붕, 기둥, 바닥 등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둥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의 중심을 받치며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고주(高柱)’입니다. 고주는 다른 기둥보다 굵고 견고하여 한옥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평주(平柱)’라는 외곽 기둥과 ‘귓기둥’이라는 모서리 기둥이 존재하지만, 고주가 손상되면 한옥 전체의 구조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주를 특별히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생태계 역시 이와 유사합니다.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종과 서식지, 생태적 상호작용이 복합적으로 얽힌 유기체와 같으며, 그 중 일부 지역은 기능적으로 ‘중심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핵심 지역이 손상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과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순히 생물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유지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생태적 고주’와 같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립공원을 들 수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산 국립공원은 북쪽으로 도봉산·사패산·홍복산, 남쪽으로 북악산·백련산 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위치적 특성은 북한산이 산림생태계의 중요한 중심축이자 연결통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지역은 숲을 서식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동물들에게 지리적·생태적 연속성을 제공하여 종들이 각기 분리된 서식지에서도 살아가면서 동시에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줍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산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보전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산과 숲은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생태계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지역을 선별하여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생태계라는 한옥이 무너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고주’를 관리·보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보호지역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 속 한 번쯤 떠올렸을 생물다양성에 대한 궁금증!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이 답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제일 잘 자라는 나무 품종을 심으면 산림을 빨리 복원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

글: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

그림: 홍보팀 김다정 활동가 (geenga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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