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고 운하건설계획 철회를 바라고 있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치뤄졌던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고 정치권의 질서가 재편되었다. 이번 선거는 외형상 여대야소라는 형식을 갖춰주었지만 선거과정에서, 그리고 선거 결과를 볼 때 민심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지 더 읽어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부분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투표참여율이다. 국민들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 한반도운하를 둘러싼 찬반 이외에는 이렇다할 정책공방을 가져오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여당의 잦은 실책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국민들이 많아졌지만 야당은 이들의 생각을 수렴해서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국민들은 마땅히 지지하고 표를 줄만한 정당과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이 절반에 못 미치는 투표참여율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이 턱걸이로 과반의석을 확보한 대목이다.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경제 살리기를 꼽고 있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힘을 모아 이를 책임지라고 여당의 안정의석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일 게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내심 기대했던 절대과반의석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정부나 여당의 독주를 바라지 않은 탓이며 야당과 협력하여 올바로 국가를 경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러한 표심에서 읽어야 할 부분은 정부나 한나라당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다른 무엇보다 민생의 안정을 꾀할 수 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민생경제, 서민경제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외쳤던 과반의석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민생의 안정,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꾀하지 못하고 다른 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로부터 무서운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에게도 국민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올바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하여 국정운영이 올바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기대와 책임을 지우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작은 차이를 내세우기보다 전체 사회의 흐름과 대의에 맞게 움직일 것을 주문하고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내용은 작금의 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다. 바로 한반도대운하 추진여부와 관련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번 총선에서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후보를 비롯하여 박승환, 윤건영 후보 등 한반도대운하를 앞장서서 추진했던 세력들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뿐만 아니라 KB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당선자중 운하건설을 찬성하는 사람은 75명에 불과했고 반대하는 사람은 144명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뱃지를 달 사람들 중 운하건설에 반대하는 이가 두배 가까이 많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였기에 운하건설을 밀어붙여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입증하는 민심의 증표이며,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혀여 다수의 한나라당 당선자조차 운하건설을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에서는 총선기간 여론이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운하건설계획을 공약에서 제쳐놓는 얕은 수를 선택하고 총선 후 밀어붙이기를 할 작정이었지만 현명한 국민들은 운하건설 계획을 당장 내려놓을 것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운하건설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현명한 선택은 한나라당 스스로 총선 민의를 받아들여 대통령께 계획을 철회할 것을 건의함으로써 대통령이 갖는 부담을 들어주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막는 유일한 길이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선거 결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민의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며, 국민들은 이러한 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대로 감시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스스로의 권리이자 책임인 투표권을 포기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4월 11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