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노동조합·지역사회가 공동 제안한 정의로운 탈석탄법안 공개


오늘(5.22) 국내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의 연대체인 ‘탈석탄법제정을위한시민사회연대(이하 탈석탄법 제정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에서는 탈석탄법 제정 연대가 직접 작성한 법안의 주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탈석탄법 제정연대는 지난 21대 국회에도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삼척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을 골자로 하는 탈석탄 특별법 발의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때에도 탈석탄법 제정연대가 구체적인 법안을 성안해서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해당 청원과 법안은 임기 만료 폐기되었고, 삼척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도 그 사이 완공되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의 하태성 상임대표는 “기후위기와 종의 멸종이 시작되었고, 생태학살과 침묵의 살인이 계속되고 있다”며, “삼척에 핵발전소가, 석탄발전소가 가동이 되지 않는다고 기후위기를 멈출 수는 없지만, 전 국민이 인류가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석탄발전소의 문제와 함께 정치권은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석탄법 제정연대가 22대 국회와 21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이번 ‘정의로운 탈석탄법’은 특정 석탄발전소의 폐쇄·건설 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내 전체 석탄발전소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탈석탄 정책을 명문화하는 법안이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탈석탄 위원회를 설치하여 2030~2035년 내에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받는 발전노동자와 지역의 정의로운전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국내의 탈석탄 시점을 현행 2050년 보다 앞당기게 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40년 탈석탄을,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2035년 탈석탄을 공약한 바 있다.
법안 설명을 맡은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이번 탈석탄법은 조기탈석탄 시점을 2030~35년 중에 탈석탄위원회의 사회적논의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발전공기업과 정부가 발전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22대 국회와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탈석탄법제정의 주요 방향과 내용을 설명했다.
또한 이번 법안에는 탈석탄 과정에서 고용 위기에 처하는 발전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공공의 책임과 지원을 강화하는 형태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준비해야만이 조속한 탈석탄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정연대 측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석탄발전은 멈춰도 노동자-시민의 삶까지 멈출수는 없다”며 공공 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했다. 국내 석탄발전소의 절반 가량이 밀집한 충남에서 활동하는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에너지전환팀장 “현재 정부가 석탄발전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LNG, 수소 발전, 블루수소 공장 등은 또 다른 화석연료”라며 “임시방편적 땜질 정책으로 지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역주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어린이 활동가도 참여해 기후위기 시대의 세대 간 정의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리 활동가는 “3학년 때 삼척블루파워가 작동을 시작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찾아갔습니다. 외국에서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을 왜 허락할까요? 정부는 왜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을까요? 자기가 살고, 관리하는 나라인 데도요?”라고 발언하며, “2035년에는 제가 20살이 됩니다. 활동가 언니, 오빠, 사촌, 이모들이 석탄발전소를 중단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제가 어른이 되기 전에 석탄발전소를 모두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발언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번 법안 제안에 대해 “딸이 학교에서 1년에 한두 번 듣는 기후 수업의 결론은 ‘물과 전기를 아껴 쓰자.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입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으면서, 어린이들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조차 숨기는 것은 너무나 부도덕하지 않습니까? 세대 간 정의는 어디서부터 회복해야 합니까?”라며 정의로운 기후정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별첨1.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기후위기 막아내는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하라
한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지 5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반지하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경북지역 대규모 산불 등과 같은 기후 재난은 인간-비인간 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서천, 경남 고성, 강원 강릉, 삼척에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신규 가동되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국내 최대의 온실가스 단일배출원인 석탄 발전이 2030년대 내외에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 에너지기구(IEA)를 포함한 국내외 과학계,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해 온 목표였다. 그 시점이 고작 5년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탈석탄을 지체할 여유가 우리 사회에는 없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탈석탄 정책은 안일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40년 탈석탄이라는 미진한 목표를 제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아직 그러한 언급조차 없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만이 2035년 탈석탄을 공약하였고 공공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전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불가역적이고 종합적인 탈석탄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탈석탄법’ 입법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기후과학과 국제적기준, 발전노동자들의 전환여건 등의 고려하여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30-35년 중에서 탈석탄시점을 정해야한다. 시급한 조기탈석탄 완수를 위해 이에 대한 규정을 담은 법률 제정을 우리는 요구한다. 이 분명한 탈석탄 시점이 명시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석탄발전의 퇴출 시점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석탄발전 노동자와 소재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전환이 함께 법제화되는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순차적 폐쇄만으로도 이미 발전노동자와 지역민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최일선 당사자인 이들이 주체가 되지 않는 석탄발전 퇴출은,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하더라도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합의될 수 없는 정책일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하지 않아서, 노동자 시민들이 모여 정의로운 탈석탄법안을 만들었다. 이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조속히 퇴출하면서도 노동자와 지역민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을 지향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탄생할 대통령의 임기 5년은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각 대선후보와 원내외 정당들은 이제라도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기후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탈석탄법 제정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5.05.22
탈석탄법제정을위한시민사회연대
#별첨2. 정의로운탈석탄법 주요내용
제 1조_목적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석탄발전의 중단과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 및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대한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온실가스의 감축과 정의로운 전환을 신속하고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도모하는 걸 목적으로 함
제 3조 _원칙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며, 탈석탄에 따른 석탄발전소의 가동중지 및 전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 또는 산업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정의로운 전환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아울러 탈석탄 달성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의 고용유지 등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 및 근로조건의 저하 방지 조치를 해야하며, 관련 의사 결정에 해당 노동자와 이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함
제 4조 석탄발전의 종료
모든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 완료되는 시점은 2030년에서 2035년 중으로 하며, 구체적인 연도는 탈석탄위원회가 정함
제 5조 가동종료계획
정부는 탈석탄위원회가 정한 연도까지 탈석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체 석탄발전설비에 대한 가동종료계획을 수립해야 함
제6조 석탄발전설비의 가동종료신청
석탄발전사업자는 운영 중인 석탄발전설비의 가동종료 및 정의로운 전환에 관하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가동종료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석탄발전사업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가동종료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탄발전사업자에게 석탄발전설비의 가동종료를 명할 수 있음
제 7조 보상과 지원
정부는 가동종료 시점에 가동기간이 20년에 미달하는 설비에 한하여 잔존가치를 고려하여 보상할 수 있음. 또한 정부는 가동종료신청서를 검토하고 석탄발전사업자와 협의하여 석탄발전사업에게 지원을 할 수 있음. 지원사항은 재생에너지 사업전환계획에 따른 해당 석탄발전사업 종사 노동자의 고용안정 등에 관한 것임.
8조 정의로운 노동전환
정부와 석탄발전사업자는 탈석탄 이행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의 고용유지와 근로조건 저하 방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함. 석탄발전사업자가 불가피하게 그 소속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못하게 될 경우, 정부는 다른 발전공기업 등 하여금 고용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이는 석탄발전사업자와 위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수탁자가 고용유지를 못할 경우에도 해당함.
제 9조 석탄화력발전 전환지역에 관한 지원계획의 수립
정부는 석탄화력발전 전환지역의 경제 진흥 및 지역주민의 생활 향상 등을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함.
제11 조 탈석탄위원회의 설치
석탄발전설비의 가동종료, 석탄발전사업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석탄발전사업 종사 노동자의 고용유지 등 고용안정 및 전환지역의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그 이행을 감독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탈석탄위원회를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