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녹색연합 창립 34주년 행사가 열렸습니다. 녹색연합의 생일을 맞아 많은 분을 초대하는 만큼, 동료들이 몇 달 동안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며칠 전부터 설렜는데요. 종일 비가 올 거라던 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맑은 날씨라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이번 행사 주제는 <광장 너머의 녹색, 희망>입니다. 광장을 지킨 시민의 힘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같이 만들어 갈 녹색 세상을 응원하는 자리입니다. 지난겨울을 비롯해 녹색연합은 34년 동안 산과 강, 바다 그리고 수많은 생명과 평화를 지키며, 기후위기에 맞서 싸워왔지요. 그 길은 언제나 시민들의 응원과 연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에 34년 창립을 맞아 공존을 위해 손잡아준 분들과 희망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본행사
34년 행사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오래 머물지 못하는 분들도 잠깐이나마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고, 무게감은 조금 덜어냈습니다. 2부로 나누어진 무대 행사 외에도 체험 부스, 전시, 다과, 공연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자유롭게 보고, 참여하고, 머무를 수 있었죠. 계단에는 경사로를 설치하고 수어 통역사 두 분도 모셨습니다.
행사가 시작되자 반가운 표정으로 하나둘 찾아오는 분들을 맞이하며 자못 떨리는 마음으로 환영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행사장에서는 녹색연합의 주요 의제 중 환경영향평가, 백두대간,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3개의 체험 부스가 운영되었는데요. 참가자들과 활동가들이 만나 이야기 나눌 꺼리가 많았기 때문일까요? 더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활동가들이 활동을 소개하고, 오신 분들은 퀴즈를 풀거나, 엽서를 만들기도, 서명과 활동에 대해 나누기도 했습니다. 행사 내내 모인 참가자분들과 활동가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고 열정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녹색을 향한 이런 마음들이 오늘의 녹색연합을 만들어왔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클라블라우’와 함께한 워크숍에서는 빨대나 과일 포장지 등 버려지는 것들을 꿰매서 하나의 현수막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는데요. 많은 분이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이 현수막은 오는 9월 열릴 기후정의행진에서 다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사진1~4. 녹색연합 활동 부스에 참여하는 모습
행사장 제일 안쪽에는 전시 공간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개발 현장에서 외친 구호를 담은 피켓들, 그리고 활동가들의 고민과 시선을 담은 글을 전시했어요. 이 곳에서는 한 줄 한 줄 진지하게 읽는 모습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는 연주자 ‘칼리’의 핸드팬 공연이 일정 시간마다 열려 전시를 보다가도 잠깐 멈추고 쉬어가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 5~7. 녹색연합 활동 전시 및 핸드팬 공연
행사장을 걷다 보면 ‘퀴즈맨‘이 슬쩍 다가와 퀴즈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혼자 왔거나 잠시 쉬고 계신 분들께 작은 웃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복불복으로 환경 퀴즈와 넌센스 퀴즈를 통해 짧게나마 이야기 나누고 환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진8. 퀴즈맨의 퀴즈를 풀어보는 참가자
저는 주로 ‘희망부스’에 찾아오신 분들께 인사드리고, 선물과 후원 안내를 포함한 여러 문의 사항을 답변드렸습니다. ‘즐거웠다’, ‘누가 기획했냐’, ‘알차게 볼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열과 성을 다해 이번 행사를 준비한 활동가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또한 평소 녹색연합을 응원하면서도 주말까지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도 함께요. 다음번에는 제 지인들에게도 이런 자리를 더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남았습니다.


사진 9~10. 녹색연합 희망부스
한편, 찾아와주신 농인 분들이 희망부스에 왔을 때, 인사도 안내도 제대로 나누지 못해 수차례 얼굴이 화끈거렸던 순간들도 기억합니다. 황급히 수어 통역사분께 달려갔다가 온 이후, 급하게 몇 가지 인사말을 배웠는데요. 이후 행사를 총괄한 활동가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단어로만 배우면 실제 소통할 때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수어도 대화이고 문화이다 보니 소통 하면서의 문장과 표현이 중요하다고요. ‘광장 너머의 녹색, 희망’ 행사를 함께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공존에 대해 다시금 곱씹는 시간이었습니다.
🌿무대 행사
무대 행사에서는 광장의 트럭 위에서 목 터져라 외치던 박은정 활동가가 사회자로서, 녹색연합의 든든한 뒷배, 우경선 상임대표와 조현철·한윤정 공동대표 세 분께 ‘광장에서 외치고 싶은 말’을 물었습니다.
🐱👤“지키자! 자연의 권리!”
🐱🐉“녹색연합, 광장을 넘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녹색으로 피어날게!”

사진11. ‘광장에서 외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우경선 상임대표, 조현철 공동대표, 한윤정 공동대표(왼쪽부터)
헌법을 지키라는 시민들의 외침에는 국민뿐 아니라 자연의 권리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우경선 대표의 말을 시작으로, 녹색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출발선에 선 다짐을 외친 한윤정 대표의 구호까지. 듣고 같이 외치며 녹색으로 연결된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정규석 사무처장은 34살 녹색연합의 얼굴을 만들어준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후원회원으로서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12. 후원요청사를 전하는 정규석 사무처장
이어지는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의 공연은 잔잔한 기타 연주로 시작됐습니다. 무대 행사가 2부로 구성된 만큼 두 분의 음악을 두 번이나 들을 수 있어 얼마나 좋았던지요! 햇살이 비치던 무대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삶에 대해 노래하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진13.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의 공연
공연 이후에는 행운권 추첨과 워크숍, 희망부스 참여를 마지막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돌아보니 무려 2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해주셨어요. 이제 막 녹색연합과 손잡아 주신 분부터, 녹색의 가치에 공감하거나 활동가들과 대표들을 응원하러 오신 분, 여러 현안에 함께 맞서 싸우는 동료 활동가들, 그리고 오랫동안 애정과 비판, 관심을 보내주신 분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또한 참석은 못 했지만 마음으로 격려 해주신 많은 분도 계셨어요. 행사를 마치고도 그날 녹색 희망을 함께 지키러 온 여러 얼굴들이 조금씩 생각납니다. 앞으로도 끝나지 않은 싸움 속에서, 전국의 개발 현장과 또 다른 우리의 광장에서 계속 녹색연합의 손을 잡아주세요. 연결이 계속될 때, 우리가 바라는 녹색 세상도 반드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녹색연합은 지금의 녹색연합을 만들어 준 분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지구와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사진14. 행사를 마친 후 사진촬영을 하는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회원
정리. 변인희 이음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