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무엇을 하셨나요? 드디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안도하기도, 내란 종식을 꿈꾸며 기대에 차기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을 축하하기도 했겠지요. 녹색연합 활동가인 저는 밤새 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30분, 이재명 후보자의 당선이 확정되자 단체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후생태정의 실현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라는 제목으로요.
논평에는 당선된 대통령을 향한 바람과 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환경·산업]의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이라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 등의 공약은 환영할 만합니다. 하지만 환경 정책의 구체성은 다른 아홉 가지 공약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특히 정상적 공항 신설 절차 과정을 무시하며 정치적 목적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졸속 추진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핵심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믹스해 성장 중심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공약은 탈핵 기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기후생태위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녹색연합은 이번 대선 후보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전 지구적 기후생태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 국토 환경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원내 정당 및 선관위 주관 후보자 토론회 초청 기준에 부합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자에게 환경 정책을 질문했습니다. 윤석열 파면을 넘어 광장이 요구한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녹색연합이 제안하는 과제이기도 한 24개의 질문을 문장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광장의 우리는 녹색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 전환은 기후생태위기를 넘어 기후정의가 실현되고 정의로운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난개발을 멈추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고 증진해야 한다. 탈 플라스틱, 오염자부담원칙 실현으로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유일하게 답변을 보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자는 제안된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습니다. 그 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자는 질의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공약으로도, 질의서로도 당선 유력 후보자들의 기후생태위기 대응 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당선 결과를 곱씹었습니다. 다행이지만 다행스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현되어야 할 정의를 위해 광장에 모였습니다.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나이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이제 광장의 당연한 정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광장민주주의’를 ‘정책민주주의’로 실현할 수 있을까? 대통령 당선인이 그토록 외치던 ‘진짜 대한민국’은 광장의 정의가 당연한 세상일까? 그리고 그 정의에는 지구 자연과 모든 생명의 권리가 포함되는 걸까?

광장에서 연대하며 마음을 모을 때 해소되지 않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페미니스트,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등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목소리들이 크게 울려퍼지는 광장에서 너의 목소리는 곧 우리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목소리 낼 수 없는 자연의 말은 누가 들어줄까?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생명들 편에 누가 서줄까? 우리 다시 만날 세계, 다시 만들 세계에서 설악산도 가덕도도 그대로 존재할 수 있고, 금강은 강답게 흐르고, 산양도 집을 잃지 않고, 철새는 자유롭게 날고, 반달가슴곰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2024년 12월 3일부터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광장에서 5개월 남짓을 보내는 동안 겨울의 기세도 누그러지고 있었지만 우리 마음은 여전히 매서운 추위 한복판이었습니다. 4월 4일 파면 선고의 날, 드디어 멈췄던 마음의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6월 4일 대통령 당선 확정의 날 이제야 계절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완연한 여름입니다. 4월부터 시작이라던 폭염이 이제 슬슬 기세를 폅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에 쫓겨 기후생태위기 해결 정책은 몇 번이고 뒷전으로 밀려날 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환경단체 활동가인 저는 다시 광장에 나서고, 외치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나중’ 말고 ‘지금 당장’ 모두를 구하자고, 모든 생명과 함께 살자고, 기후말고 우리가 변하자고. 기후생태위기에는 ‘나중’이 없습니다. 다시, 저의 바람과 우려를 담은 녹색연합 논평 마지막 문단으로 글을 마칩니다.
“기후위기와 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성장과 개발 신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정부의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생물다양성 회복과 증진,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고, 오염자부담원칙과 환경피해 사전예방의원칙 등 주요 기후환경정책과 철학이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 전반의 기저에서 작동하길 기대한다.”

*참고
[논평]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후생태정의 실현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25.06.04
[보도자료] 대선후보들의 무성의한 기후환경정책, 대한민국의 미래 맡길 수 있나?, 25.05.26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박은정
*이 글은 빅이슈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