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사업, 대부분 적자… 문경 대표 진산을 망치는 행위 전면 백지화해야
2009년 시작된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강은 몸살을 앓았다. 그 몸살은 아직 낫지 않고 있으며, 정권이 바뀌면서 매번 처방이 달라져 좋은 약을 쓸 수도 없다. 4대강에 불어닥친 개발 붐이 이제는 전 국토의 산과 바다로 옮겨졌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41개의 케이블카 외에 40여 개의 신규 케이블카 조성사업이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운영 중인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지역 대표 명소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을 활성화 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4월 착공을 시작한 문경시의 ‘문경새재 주흘산 케이블카’ 사업도 그중 하나다. 경상북도 문경의 대표적인 진산인 주흘산 관봉 인근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관봉 인근 상부정류장부터 정상부까지 2km의 잔도 및 출렁다리를 건설하는 ‘하늘길 조성사업’과 연계하고, 하부 정류장 인근에 ‘문경새재 관광지구’를 개발하여 지역관광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블카 사업만으로는 적자가 예상되니, 주흘산 정상부부터 허리까지 온 산을 개발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같은데, 지역경제를 명목으로 문경의 대표 진산을 모두 갈아엎겠다는 위험한 도박처럼 느껴진다.

주흘산은 예부터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사를 지내는 곳으로, 문경을 수천 년간 지켜왔고 기암괴석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 방향을 지나갈 때 이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데,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 사업이 진행된다면 관봉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하늘길 사업과 연계되어 관봉부터 주봉까지 2km 길이의 인공구조물이 감싸고 있는 기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준비 전부터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1.주흘산 숲가꾸기 사업
문경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문제없이 협의 완료하고, 사업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상부정류장 부지에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국립생태원은 2022년 10월, 상부정류장 부지 2.7헥타르 지역이 소나무와 신갈나무, 굴참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고, 식생구조와 구성식물종 온전성이 높아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했다. 생태자연도가 1등급 지역은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그런데 2023년 1월 문경시는 산림청 예산을 받아 해당 지역에 33헥타르 규모로 ‘미세먼지 저감 공익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케이블카 지주가 들어갈 부지, 하늘길 사업부지 등에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것이다. 특히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부지에선 숲가꾸기가 아니라 사실상 대규모 벌목 사업이라 봐도 무방할 상황이 펼쳐졌다.
숲가꾸기 사업이 완료된 직후인 2023년 5월, 문경시는 다시 한 번 국립생태원에 생태자연도 등급 재평가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나무가 벌목된 부지는 ‘식생가치가 떨어진다’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고 ‘생태자연도 2등급’으로 하락했다. 7개월 동안 국립생태원에 두 번의 등급 심사를 받고 숲가꾸기를 통해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춘 점 등을 비추어보면, 케이블카 건설을 위해 생태자연도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었나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그린범죄’이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립생태원으로부터 2등급 평가를 받자마자 문경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진행했고, 이미 훼손된 부지에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어렵지 않게 협의 완료되었다.


2.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문제점
문경시에서 발표한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 자료에 따르면, 사업은 총 3단계로 나뉘어 있다. 케이블카 사업, 하늘길 사업, 관광지구 사업 등을 모두 합쳐서 보면 규모가 크다.
결국엔 하나의 사업이나 다름없음에도 3단계로 나눠 진행되면서 심의 절차가 복잡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소규모 환경 영향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먼저 진행된 케이블카 사업 관련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서 최종 협의를 보면 모순되는 내용이 드러난다.
먼저, 최종 협의안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은 상부 정류장에서 관봉으로 관광객을 차단하게끔 요구했다. 이유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많은 관광객이 관봉으로 올라가면 자연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경시는 관봉으로 관광객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2단계 사업인 하늘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늘길 사업의 종점인 주봉은 바로 백두대간보전지역과 맞물려있다. 케이블카를 통해 백두대간보전지역으로 많은 관광객을 보낼 예정인 하늘길 사업은 대구지방환경청과의 협의내용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케이블카 사업과 하늘길 사업이 같이 진행되는 것은 많은 기사를 통해 누구든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케이블카에 한해서만 조건부 협의 완료를 진행한 대구지방환경청도 이 사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1차 보완 내용에는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능선(하늘길 사업 노선)에 먹이대를 설치하고 진행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하늘길 사업이 진행되면 이 보완 조치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 밖에도 산양이 지주 건설영향권 밖인 626m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지만, 지난 6월 12일 문경시민희망연대와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로는, 상부정류장 부지에 산양 배설물을 발견했고 6번 지주 사이에서도 산양 배설물을 발견했다.
문경시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단 3일만 조사하고, 13일의 무인카메라 설치로 대체했다. 그리고 대구지방환경청은 그대로 조건부 합의했다. 지금이라도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심의하여, 주흘산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할 수 있게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3.케이블카 재정 문제
케이블카 건설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 당초 490억 원에서 610억 원으로 예산이 추가되었다. 최근 경제 추이에 따라, 아마 건설을 시작하면 더 많은 예산이 들 것이다. 하늘길 사업까지 하면 최소 1100억은 들 것이고 지난 3월 주민등록인구통계에서 밝힌 문경시의 세대수 3만 6530세대로 나누면 한 세대당 3백만 원 꼴이다. 매우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주흘산 케이블카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년 14억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소 사업비 61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43년 5개월이 걸린다. 전국 케이블카의 수익 추이를 봐도 케이블카는 흑자 사업이 아닐 뿐더러 지역 주민들이 한 번씩 타보고 나면 하향길로 접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수많은 케이블카가 전국에 있는 상황에서 어떤 특별함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확신할 수 있을까. 그나마 흑자를 내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경우에도 관광객들의 짧은 체류시간으로 주변의 숙박시설과 식당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블카가 인근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짧은 시간 자연을 즐기고 가는 관광시설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지역의 인구 소멸은 큰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개발 공약을 내세우고,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카, 출렁다리, 모노레일, 특산물 축제 등이다. 실제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봤던 산의 풍경은 머리에 잠깐 남을지라도, 걷고 냄새를 맡으며 등산을 하며 느낀 산의 매력은 전혀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연을 잠깐 향유하려고 만든 인간의 이기심인 케이블카 ‘유행’은 그만둬야 맞다.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이고, 경제성도 없고, 미관도 해치며 무엇보다 산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남긴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위기에 살고 있다. 산불, 폭우, 산사태, 태풍 등 우리의 일상은 자연의 큰 변화 앞에 직면해 있고,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연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자 지금도 난개발하고 있다. 자연환경, 야생동식물은 현재세대 및 미래세대의 공동 자산임을 인식하고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연과 온전히 공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주흘산의 케이블카 및 하늘길은 태풍, 폭염, 긴 장마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제한적일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문경은 주흘산을 보존하여 그 가치를 이어가고, 대표적인 관광지인 문경새재와 생태관광·교육을 연계하여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문경으로 지속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린프로젝트팀 황일수 활동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