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가 8월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립니다. 이번 협상은 전 세계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부터 이어온 협상의 마지막이자 결정적인 자리이며, 우리의 미래를 플라스틱에 점령당할지, 아니면 지구 환경과 공존할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협약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쟁점은 단연 생산감축입니다. 이미 100개가 넘는 유엔 회원국은 생산감축에 동의하는 다양한 행동에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산 감축을 명시한 강력한 협약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바로 직전 회의인 INC-5의 개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00여개국이 참여한 협약문의 초안에도, 지난 6월 제3차 유엔해양총회(UNOC3)에서 95개국이 서명한 ‘니스의 선언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미 다수의 국가는 생산 감축을 협약의 핵심 의제로 삼고 있으며,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과감한 정책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왜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것입니까? 왜 협약의 방향성을 주도할 책임을 가진 정부가 가장 중요한 사안에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까?
한국은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이며, 국민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세계 상위권에 속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국내에서나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장에서나 여전히 ‘재활용 확대’나 ‘분리배출 강화’와 같은 폐기물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플라스틱 오염에만 집중한 탈플라스틱을 말할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의 생산을 근원적으로 줄여서 해결하고자 하는 탈플라스틱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명확시 제시하고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나서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탈플라스틱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지난 ‘세계일회용품 없는 날’인 7월 3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탈플라스틱의 시작은 폐기물이 아니라 제품의 원료가 되는 화석 연료 추출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의 생산 감축입니다. 폐기물 중심의 안일한 대책만으로는 전 세계적 의제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결코 해결 할 수 없습니다.
다음 협상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단 20일,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책임 있게 협상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플뿌리연대는 지난 11일, 환경부와 외교부, 대통령실에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담긴 ‘우리가 바라는 야심찬 협약문’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이번 제네바 협상에서 한국 대표단은 더 이상 이쪽 저쪽 눈치만 보지 말고,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생산 감축을 명시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지지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는 한국 정부가 말뿐인 ‘탈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전환을 위한 실천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강력한 협약 없이 전 세계는 탈플라스틱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산 감축 없는 협약은 그저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2025년 7월 16일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
문의 :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