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석탄발전소 비폭력직접행동 기후활동가 재판 방청기
<편집자 글>
2023년 9월, 두 명의 기후활동가는 강원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장 앞에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포스코의 석탄발전소 건설과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외쳤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이후 형사처벌을 감수한 채, 현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 있습니다. 오는 9/10 1심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재판은 단순히 개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법과 정책이 과연 ‘기후정의’라는 시대적 과제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자리입니다. 본 기사에서는 법정에서 이들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변호인들의 단호하고 절박한 변론을 먼저 전하고자 합니다.
2025년 7월 9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포스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진행된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기소된 박승옥, 황인철 기후활동가에 대한 형사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행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법률대리인들은 재판에서, 이 행동이 헌법적 권리와 공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임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변론에는 단호한 논리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 그리고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기업의 업무를 방해했는지를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감수하고서도 부득이하게 석탄발전소 건설행위를 중단시키려 했던 절박함과 긴급성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기후위기라는 중차대한 사안이 사법부에 의해 진지하게 다뤄지길 소망합니다.”
“기후위기, 문명 전체를 위협하는 위험”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재판정에서 강조됐습니다. “문명의 구성요소인 정치제도, 사회제도, 경제체계, 식량공급, 복지제도 등 우리 삶의 모든 기반이 총체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법이 정의하고 있는 ‘기후위기’ 개념도 인용됐습니다.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입법부는 기후위기가 그 어느 사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의 기본권에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진단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삼척석탄화력,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업”
포스코와 두산이 추진 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석탄발전사업자들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그대로 건설하고 있으며, 정부는 헌법 제10조가 부과한 기본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고 해당 기업들의 발전소 건설을 허가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선 활동가들의 직접행동은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행위가 법상 범죄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법은 단순히 규칙을 어겼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 행동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고인들의 행동은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자신들과 미래세대의 생명권, 환경권, 자유권 등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 것으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이 아니며 무죄를 주장합니다.”
“다 해봤지만 막지 못했기에 나섰습니다… 직접행동은 마지막 수단”
두 활동가는 수년간 삼척석탄화력 중단을 촉구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행정소송, 기자회견, 국민청원 등 다양한 평화적 수단을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도 얻지 못한 채 마지막 남은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마지막으로 남은 표현의 자유이자 시민의 권리였습니다. 두 사람은 핵심 이해당사자인 기업 앞에서, 극히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불편은 매우 경미했으며,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국민의 환경권과 기본권은 훨씬 더 중대한 가치였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헌법의 명령입니다… 두 기후활동가는 그 의무를 대신 수행했습니다”
헌법 제10조와 제35조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생명·건강·쾌적한 환경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2024년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판결(2020헌마389 등)은 이를 명확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선고된 사건(2020헌마389 등)에서 ‘기후위기는 헌법 제34조 제1항에 따른 위험상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국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상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기본권 보호의무를 가진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는 미래세대의 생명권 및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재판은 두 시민의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박승옥, 황인철 활동가의 직접행동은 범죄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정당한 시민의 행동이며, 법적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변호인들의 절박한 호소는 방청석을 떠나는 시민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재판이 끝난 지금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분명합니다. 사법부가 진정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두 활동가의 기후행동이 우리에게 던진 물음과 그 의미가 아닐까요?
“기후파국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시민의 의무입니까?”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진짜 범죄자는 누구입니까?”
“지금 멈추지 않으면, 우리가 잃게 될 것은 무엇입니까?”
이 재판은 단순한 형사재판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후진적인 기후·에너지 정책과 현행 법체계가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심판대입니다. 이번 재판에서 피고로 선 두 명의 기후활동가는 법정 한가운데에서 기후위기의 현실을 증언하고,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외쳤습니다. 이들이 법정에서 전한 목소리와 메시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본 기고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시되었습니다.
☑️글_기후에너지팀 박수홍 활동가(070-7438-8510, clear0709@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