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멈춰 섰다. 1,107명 시민의 염원이 담긴 ‘공원사업 시행허가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사법부의 현장검증이 예고되고, 사업자인 양양군과 허가기관인 국립공원공단마저 벌목 규모를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필연적인 지체는, 단 하나의 케이블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 돌아볼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수백 년 지켜온 원시림이 사라질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과연 이 시대는 후손들에게 어떤 설악산을,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주려 하는가.
무엇보다 이 사업은 이미 생태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핵심 서식지를 파괴하고, 수많은 희귀 식물의 터전을 짓밟는 행위는 그 어떤 경제적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생태 학살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다.
현재 드러난 사업의 부실함과 절차적 모순은 설악산 스스로 케이블카를 거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험준한 지형은 단순한 난관이 아니라 들어서서는 안 될 곳이라는 자연의 준엄한 경고이며, 벌목 규모를 둘러싼 기관들의 이견은 설악의 생명을 흥정하는 끔찍한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의 소송에 따라 재판부가 사업의 타당성을 신중히 들여다보는 이 시점에, 양양군이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먼저 자행하려는 오만하고 독단적인 처사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 소송의 피고가 국립공원의 수호자여야 할 국립공원공단이라는 사실이다. 스스로 내어준 허가의 정당성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 이상, 모든 관련 절차를 중단하는 것은 공단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공단은 양양군의 어떠한 실무 협의 요구에도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
양양군이 내세우는 ‘40년 숙원’이라는 명분 또한 허상이다. 그것이 과연 지역 공동체의 보편적 염원인가, 아니면 소수 토건 세력의 이익을 포장한 탐욕은 아닌지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미래 세대로부터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모두의 신성한 자연유산이다.
이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는 이 땅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훼손하는 이 계획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밝힌다.
정부와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그리고 사업자인 양양군은 자연의 경고와 시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설악산을 파괴하는 이 무모한 질주를 지금 당장 멈춰 세울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2025년 8월 20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문의: 자연생태팀(leeds@greenkorea.org)